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이 뭘 보여주고 뭘 남겼는가. 강성노조, 귀족노조권력의 세상모르는 정치파업이었다. 그들은 ‘투쟁만능’이라는 확신 속에 국가의 공권력에 저항하는 ‘영장불복’까지 감행하다 대세가 기울자 야권에 구원을 요청하여 작전상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잔꾀로 정부와 국민을 위협한 불법이 면책될 수 있을까.

불법파업 뭘 남겼나

노조권력의 과욕횡포

투쟁만능 환상에 영장집행 불복

적자하에 기득권 노적 확대 실상

반개혁 ‘선제적’ 불법파업 악수

철도노조는 사실이 아닌 ‘민영화 OUT’을 헛구호로 파업을 감행했다. 막강한 조직 동원력과 투쟁력을 과시하면서 파업투쟁을 뒷받침하는 재정력도 확보하고 있었다.
철도노조 상급단체인 민노총은 후퇴를 모르는 정치적 파괴력을 행사해 왔다. 전교조와 일부 종교세력도 철도노조와는 우호적인 관계로 성원하고 참여도 했다. 때마침 야권의 댓글 특검주장과 대선불복 정치도 배경이 되어 “판을 키울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철도노조는 불법파업인 줄 알고 있으면서 결코 실패를 예상하지 않았다. 수서발 KTX 자회사를 포기하지 않으면 새해 지방선거 때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운동으로 연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YS정부 이래 DJ와 노무현 정부까지 철도 민영화 논리를 물리적인 힘으로 분쇄해낸 전과를 자랑해 왔다. 노무현 정부가 민영화 대신에 공사로 전환한 것이 그들의 투쟁성과였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개혁론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박근혜 원칙과 약속에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철도경영의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을 손보게 될 것이 분명해졌다. 경제부총리가 공식적으로 공공기관 “그들만의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에 선제적(先制的) 대응으로 ‘민영화 OUT’을 들고 나와 ‘대선불복’ 정치권의 엄호 속에 박근혜 정부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환상했음이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철도노조의 파업이란 자회사 설립을 통해 내부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막대한 기득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이기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독점, 배타적 기득권 실체 들통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민노총뿐만 아니라 실용주의 노선의 한국노총마저 가세했다. 또한 정치권에서 통진당은 말할 것도 없고 정의당과 민주당마저 지지 성원하는 자세를 보였으니 불법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크고 작은 철도사고가 연속되고 대체인력 등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운행률을 축소함에 따라 시멘트와 석탄 등 화물운송이 안 돼 산업계가 아우성이었다. 이때쯤이면 정부가 자회사 설립 방침을 철회하고 항복해 올 것을 기대했다.
여성 대통령의 원칙하에 철도 사상 첫 여성사장이 파업을 끝내고 복귀해 달라고 독촉했지만 귀에 들릴 턱이 없었다. 그들은 “시청광장과 광화문 일대를 메운 동원인파를 보고도 모르느냐”고 반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성 파업지도부의 기대와 환상은 빗나갔다. 국민이 불편을 참아주고 정부가 원칙대응을 잘했다. 철도노조의 허상이 벗겨지고 민영화 철회라는 헛구호도 드러났다. ‘철도마피아’라고 불린 노조원들이 결코 경제적 약자가 아니라 독점, 배타적인 기득권 세력임이 언론보도를 통해 속속 밝혀졌다.
철도경영이 만성적자인데도 그들은 단협의 힘을 통해 최고수준의 연봉에다 특혜성 후생복리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파업이란 노조권력이 쟁취한 기득권을 두고두고 누리겠다는 속셈이 빤히 드러나고 말았던 것이다.
철도노조는 세불리가 느껴지자 잔꾀를 내어 김명환 위원장은 민노총으로,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조계사로 피신하고 최은철 사무처장은 민주당을 찾아가 구원을 요청했다. 이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덥석 받아 ‘철도산업 발전 소위’ 구성을 약속하여 파업철회 형식을 갖췄다.
그렇지만 강성 지도부가 불법을 포기하고 백기를 든 것은 아니다. 파업투쟁 대신에 현업에 복귀하여 투쟁하겠다는 일시적인 작전상 후퇴일 뿐이다. 영장집행을 거부한 것이 바로 그들의 본색이라고 볼 수 있다.

낙하산 CEO와 ‘철도마피아’ 이익 합작

철도노조는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이 낙하산 CEO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낙하산 CEO를 겁박하여 철도 개혁을 저지해온 철도마피아와 낙하산 CEO의 ‘이익합작’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철도노조가 낙하산 CEO의 임명철회를 주장했지만 금방 이면합의를 통해 기득권을 누적하고 확대함으로써 공생관계를 형성했던 것이다. 철도를 모르는 CEO 앞에 노조는 마치 철도의 오너와 같은 존재였다. 이 때문에 역대 CEO들은 철도개혁을 주장하다가 임기만 채우는 낙하산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었다.
철도노조의 조직과 재력이 정부의 민영화 방치를 분쇄시켜 왔다. 조합원 2만400명에 연간 조합비 138억원, 빌딩과 부동산 등 자산운용으로 파업투쟁기금을 조성함으로써 해고자들을 먹여 살릴 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실제로 철도노조는 종전 해고자 80여명에게 고임금을 지급하고 노조 전임자도 법정 13명 외에 별도로 44명을 고용하고 있으니 코레일 내부에 별도의 경영체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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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경영하며 고임금, 고복지 비정상

코레일 구성원들의 고임금과 넉넉한 후생복리도 결국 노조의 파워에서 나왔다고 믿어진다. 연간 5천억원의 경영적자를 기록하고도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나눠 먹은 것이 정상적인 경영이라 할 수 없다.
이번 파업을 통해 평균 연봉 6,600만원, KTX 기관사의 경우 8,600만원을 넘어 9천만원대로 보도됐다. 특히 KTX 기관사는 단협을 통해 3시간 운행에 15시간을 휴식해야 한다는 특등 근무조건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코레일의 고임금으로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무려 46.9%에 달한다고 한다. 그나마 지난 2008년에는 57.7%까지 올라갔다가 다소 축소됐다는 내용이다.
다른 공기업과 비교하면 인천공항의 인건비 비중은 4.7%, 수자원공사와 도로공사는 5% 수준, 인천항만공사 7.1%, 한국항공공사 22.7% 등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외국철도와 비교해도 독일과 스웨덴 27%, 프랑스 39.1% 등으로 코레일의 인건비 비중이 개혁의 대상임이 분명하다.
정원을 초과한 코레일 직원이 1,100명이라고 하니 놀랄 일 아닌가. 역대 CEO들이 인력조정을 하려 해도 노조의 힘에 밀려 포기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단협상 3급까지 자동승급과 지역연고에 안주하고자 강제 전환배치 제한 규정도 두고 있다니 노조가 인사권을 크게 잠식하지 않았는가. 이 같은 단협에 따라 경춘선 등 만성 적자노선에 역장, 부역장, 역무원 등 과다한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연간 수억, 수십억원을 날리면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니 말이 되는가.
또한 철도경영의 적자와 상관없이 온갖 명목의 과다한 후생복리는 ‘철도마피아’ 조직의 횡포가 아닐까 싶은 지경이다. 가령 질병 이외 휴직급여비가 1인당 2001년 3,423만원, 2012년 3,589만원이니 그냥 놀고 있으면서 고임금을 타 먹은 셈 아닌가. 또한 부모의 회갑이나 칠순 축하금으로 2011년 7억8천만원, 2013년 5억원을 지급했다니 노조파워가 사측의 손목을 비틀어 뜯어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칙칙폭폭’ 시대 회상하며 KTX를 본다

이번 불법파업을 통해 코레일 노조의 염치없는 과욕에 놀라면서 모두가 어렵게 지낸 ‘칙칙폭폭’ 기차시대를 회고하게 된다. 시커먼 화통에 석탄을 태워 운행하던 기차는 언제나 콩나물 시루였다. 좌석과 입석을 꽉 메운 열차 속에는 각자 고향사투리와 아기 울음소리로 시끄럽고 땀 냄새마저 고약하고 지독하다.
기차가 터널을 지나오면 깨진 유리창으로 석탄가루가 밀려와 코밑과 와이셔츠를 시커멓게 만든다. 더구나 금테 모자의 여객주임이 검표를 시작하면 무임승차가 들통 날까 봐 가슴이 조이기도 했다. 한숨을 쉬고 나면 열차행상이 ‘심심풀이 오징어와 땅콩 있어요’라고 외치면 주머니는 비어 있는데 배만 조르니 고통이다.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며 오늘의 KTX를 타면 너무나 안락하고 편안하여 감격, 감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구라파나 일본의 고속열차도 타본 적이 있지만 우리의 KTX가 더욱 안락하다고 느꼈다. 정시에 출발하여 정시에 도착하니 비행기보다 훨씬 편리하지 않는가.
이처럼 좋은 인상을 보여준 KTX이지만 최고수준의 근무여건과 고임금을 받는 기관사들이 불법파업으로 갑자기 나쁜인상을 남겨주고 말았다.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철도노조로서는 안된다고 국민이 확신하게 됐다. 정부가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자회사 설립을 통해 내부 경쟁체제는 시각을 다투는 철도개혁의 시발이다.
인천공항과 한국공항도 경쟁하고 지하철도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여가고 있는데도 철도만은 계속 독점체제로 가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 인력구조, 사업구조도 개선하고 과다한 인건비와 후생복리제도도 빨리 개선해야만 한다. 오늘의 철도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지배주주나 오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구성원들은 정년 시까지 근속할 수 있지만 그 뒤 퇴임하여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철도라는 사실이 분명하지 않는가. 철도노조의 개혁이 철도경영개혁의 중대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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