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실 사전방지제 부작용 우려

전경련은 정부가 기업부실 사전방지제도로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주채권은행이 통합관리케 하는 ‘주채무계열’로 확대하는 것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재무·영업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전경련은 주채무계열로 지정할 경우 ‘시장의 낙인효과’가 발생하여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신규투자에 지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업종 특성 반영 기준점수 조정필요

금융위원회는 기업부실 사전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올해 핵심과제로 설정, 재무구조 평가기준을 높이고 ‘관리대상 계열’을 신설하여 금감원이 1년에 한차례씩 주채권은행이 부채를 통합관리하는 대상을 선정 발표키로 했다.

전경련은 이같은 제도개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감시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 개별그룹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재무구조에 큰 문제가 없는 그룹들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금융조세팀은 현행 부채비율 중심의 재무평가 방식은 그룹의 업종 특수성과는 상관없이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기준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새로운 평가기준에서는 커트라인이 세분화되어 항공, 해운 등 대규모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장치산업’들은 매우 불리한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조세팀 홍성일 팀장은 “이같은 평가구조는 여신회수 가능성에만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그룹의 주력업종에 따라 부채비율 구간을 다르게 설정하여 기준점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항공, 해운업의 경우 부채비율은 높지만 장기차입금이 많아 상환부담이 적고 특히 항공기와 선박의 경우 국제적 자산유통시장이 발달해 있어 처분하기에 용이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 부채비율 산정시 그룹내의 모든 계열사 재무제표를 합산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경련은 워크아웃, 법정관리의 경우 일부기업 때문에 전체의 평가 결과가 나빠져 그룹내 우량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이같은 연대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등 별도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은 재무제표 합산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재무부문 평가점수 공개돼야

재무평가에 이어 비재무 평가의 계량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재무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어서도 비재무 평가에서 최대 14점까지 깎여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재무 평가 항목은 지배구조 위험, 산업·재무항목 특수성, 영업추이 및 전망, 해외·금융계열사 상황, 우발채무 위험, 재무적 융통성 등이다.

전경련은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비재무 평가를 포함하여 전체 평가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무평가와 달리 비재무평가를 포함한 종합의견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제 비 재무요소도 점수로 계량화 한다면 이해 당사자인 기업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마땅하다는 뜻이다.

경제 어려울 때 기업자율성 중요

올해부터는 재무약정을 체결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점수를 받은 그룹을 ‘관리대상계열’에 포함시켜 주채권은행과 별도의 약정(정보제공약정)을 체결토록 하였다. 기업들은 관리대상계열 신설이 ‘재무약정 체결그룹 확대’와 동일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입장이다.

기업 관계자는 “관리대상계열은 재무약정 그룹보다 평가점수가 높지만, 시장에서는 구태여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무약정 그룹과 마찬가지로 낙인효과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조달금리 상승 등이 일어날 수 있어, 관리대상계열의 선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보다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현행 재무구조 평가만으로 관리대상계열을 정하지 말고, 후보그룹에 한해 외부기관(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의 종합평가를 한 번 더 받도록 할 수 있다. 기업 관계자는 “현재의 재무구조 평가체계가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제3자가 기업의 성장성, 미래 사업환경, 재무구조 개선가능성 등을 재판단하여 상태가 양호한 그룹에 대해서는 정보제공약정 체결을 유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불황기 정부의 재무구조 개선의지가 ‘위기확산 방지’와 ‘기업활동 위축’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지금의 평가체계 하에서는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기업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이 오히려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던 소비가 다시 위축된 상황에서, 일률적인 재무구조 개선유도로 호황기를 겨냥한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좌절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79호(2014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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