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69년, 북에 김정은, 남엔 아베가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게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차근차근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서의 실천과제를 예시한 셈이다. 과연 북한이 알아들었을까. 김정은이 속으로는 알아들었다 해도 대꾸나 하겠는가. 아마도 “무슨 개수작이냐”며 걷어 찰 것이 뻔하다.

실천가능 남북신뢰사업
그가 알아들었을까
광복69년, 북에 김정은, 남엔 아베가
패전을 ‘종전’ , 휴전을 ‘승전’ 으로 우겨

그도 흡수통일이 순리라고 믿느냐

박 대통령의 8.15 대북제안은 북한체제나 정치는 한마디도 건들이지 않고 환경, 민생, 문화 등 남북 동질성 회복을 이야기 했을 뿐이다.
환경분야에서 하천과 산림자원 공동관리를 제안하고 평창에서 열리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북한 대표단의 참가를 초청했다. 민생분야는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주민의 생활개선, 문화분야는 남북 문화유산 공동발굴 및 내년도 광복 70주년 기념 공동문화사업을 제안했다.
어느 항목을 짚어봐도 북이 정면으로 거부할 까닭이 없는 제안이다. 그렇지만 북의 김정은은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관측해 온 결과 그는 남한의 제안을 수용하면 곧 패배라는 인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 회의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다는 방침을 알아듣게 말했다. ‘드레스덴 구상’이란 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기초로 삼을 뿐 ‘흡수통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세계에 선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북이 남측 제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남북통일의 길이란 흡수통일이 자연의 순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가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위장과 허상의 독재자 턱밑까지

북축은 밤낮없이 수시로 미사일과 방사포를 펑펑 쏘아올리면서 남측의 정례적인 한·미 군사훈련을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나팔을 불어댄다. 또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 반성도 없이 5.24조치의 해제만을 주

▲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게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차근차근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장한다. 남측 내부의 갈등과 반발을 기대하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북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350여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통보해 놓고도 방사포를 발사하고 남측의 고위급회담 제안은 그냥 깔아뭉개며 버틴다. 박 대통령이 북핵을 머리에 얹어두고 평화는 논의할 수 없다고 말하자 핵 포기를 기대하는 ‘개꿈’을 집어 치우라는 악담으로 대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적인 평화미사를 안고 방한한 그날도 북은 방사포를 쏘아올리고는 미리 예정된 자주권의 행사라고 주장했다. 북은 교황이 무슨 목적으로 와서 “남조선 괴뢰들과 마주 앉아 무슨 말을 했는지 관심도 없다”고 험담했다.
김정은이 마치 믿을만한 구석이 따로 있는 양 세상천지 모르고 날뛰는 꼴이 가관 아니고 무엇인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우리가 지켜봤다. 더구나 2만6천여명의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하여 북한 내부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풀이해 주고 있다.
온통 위장과 허상이다. 김정은 독재권력의 턱 밑에까지 자유의 복음이 접근했다고 느껴진다. 그의 헛된 꿈이 얼마나 더 지탱할는지 궁금하다.

패전을 종전이라 우기는 군국망령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光復)이 올해로 69년이니 내년이면 70주년이다. 그때 철부지이던 오늘의 70대 노인이 들은 기억으로 해방이란 “일본 순사들이 물러간다더라”는 말이었다. 또한 “강제징용과 노역과 공출(供出)이 없어진다”면서 마을어른들이 반기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6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일본 순사들이 이 땅에서 물러나고 군국주의(軍國主義) 침략전쟁은 패전으로 끝이 난 것인가. 일본은 자기네가 일으킨 침략전쟁의 패전(敗戰)을 아직껏 종전(終戰)이라고 우기지 않는가. 북한 김일성이 6.25 남침전쟁에 패하고도 휴전일을 ‘승전일’이라고 우기는 꼴이나 일본의 꼴이 어찌 그리도 닮았는가.
요즘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고 평화헌법을 뜯어고쳐 전쟁하는 헌법을 만들겠다고 고집하는 우경화를 보면 패전을 종전이라고 위장하는 것이 단순한 말장난 수준을 넘는다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일본이 패전으로 항복을 선언한 후 조선땅에서 쫓겨나면서도 일부 군국(軍國)의 망령들은 “우리는 곧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아베 총리가 북한의 김정은이를 껴안고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도 결코 순수한 동기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북을 끌어안아 뭔가 수작을 벌이려는 것이 어찌 순수할 수 있겠는가.

A급 전범을 신으로 봉안한 의도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세계인들이 말하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한·일 수교 50주년을 양국관계의 새로운 출발 원년(元年)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동북아의 원전안전을 위해 원자력안전협의회를 설치하자는 미래지향적인 발전과제도 제시했다.
한·일 관계개선을 위한 메시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아베 총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사양한다면서 공물 봉납으로 살짝 눈가림하고는 각료들이 대거 참배하는 꼼수로 옛 군국의 환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한국과 중국 등 피해국들이 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전율을 느끼며 군국주의 부활을 극도로 경계하는지를 진정 아베 총리는 모른다는 말인가. 그 곳에 신(神)으로 봉안되어 있는 A급 전범(戰犯)들이 누구인가. 누가 그들을 A급 전범으로 재판했는가.
도조히데끼를 비롯한 반인류 28명의 A급 전범은 한국이나 중국이 심판한 것이 아니라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부가 설치한 연합국 국제검사단이 심사 분류하여 기소한 전범들이다. 히로히토 일본 국왕마저 맥아더 사령관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날 전범으로 교수형에 처해도 상관없다”고 사죄했었다.
이들 A급 전범들을 신으로 모셔놓고 일본정부가 참배한다는 것은 바로 패전을 인정치 않고 옛 군국주의 부활을 염원한다는 취지이니 한·중 뿐만아니라 세계가 반대하는 것이다. 이러니 광복69주년을 맞은 소감이란 북에는 김일성의 3대 왕조, 남에는 도조히데끼의 군국주의가 대한민국을 못 살게 굴고 있지 않느냐는 분노인 것이다.

‘낮은 자세’ 감복하면서 ‘교황교통’ 유감

박 대통령이 왜 교황의 방한을 위해 3고 초려를 넘어 5고 초려 했을까. 공항 영접에서부터 청와대 환영식에 광화문 시복미사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행사를 국가차원으로 끌어올려 뒷받침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행사를 통해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고 분단의 고통치유를 위해서도 아낌없는 기도를 보내주었다. 또한 어린이를 사랑하고 대중들과 고통을 나누려는 낮은 자세로 가톨릭 신앙을 뛰어넘는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교황의 평화 메시지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절실했다. 대선 이후부터 불복(不服)과 불통(不通)이라는 정치적 반대 앞에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고 고뇌했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서도 한치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여기에 교황이 화해와 용서로 소통하는 분위기를 제시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염원도 어루만져 주고 기도해 주었다.
그렇지만 목적이 다른 정치적 ‘교황 마케팅’이 교묘하고 반 종교적이었음이 ‘옥의 티’였다. 통진당 이석기 일당 진영에서 내란선동죄를 평화운동하다 끌려간 ‘정치적 탄압’이라고 위장하고 4개종단의 선처탄원을 이끌어 냈으니 너무 끔찍한 사건이다. 더구나 교황의 ‘낮은 자세’가 방탄차를 사양하고 국산 쏘올 승용차를 이용하여 ‘교황교통대란’을 가져온 것은 뜻밖의 유감일 수밖에 없었다. 방탄차를 이용하여 교통난을 완화하면서도 똑같은 낮은 자세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은 예수님께서 동의하시리라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1호 (2014년 9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