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 악담 그 입으로 ‘대통로’ 열자 주문

북은 남한의 정치 사회를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보고 언제나 그들이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북의 1인 독재에는 어느 누구도 찍소리 못한다. 남한에는 여러 가지 목소리가 있지만 북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은 극도로 자제한다. 곳곳에 친북, 종북이 쫙 깔려 있을뿐더러 일반 국민들도 그들의 대남 악행(惡行) 악담(惡談)은 잊은 채 깜짝쇼 한방에 금방 감읍하는 꼴이다. 이를 보고 북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남조선쯤이야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전격·무례의 깜짝쇼
선군정치 인천작전
황병서, 김정은 권력·건강 이상무 통보
악행·악담 그 입으로 ‘대통로’ 열자 주문

10.4선언날, 선군정치 인천상륙

지난 10월 4일은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날이자 노무현·김정일의 10.4 선언 7주년 날이다. 이 날을 택일하여 김정은이 선군(先軍)정치 일행 3명을 인천에 전격 상륙시켰다. 인천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김일성의 남침전쟁이 끝장난 원한의 패전지이다.
이날 북의 권력서열 2인자인 황병서를 비롯한 최용해, 김양건 등 일행 3명이 김정은의 전용기 편으로 인천에 도착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지만 보다 고단수의 정치적 계산이 딸린 깜짝쇼 성격임이 분명하다.
김정은의 권력과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자면 김의 ‘통큰 결단’을 수용하고 응답하라는 위세를 보였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 총살 후 미사일과 핵으로 대내외에다 권력을 공고히 다졌노라고 누누이 장담해 왔다. 그러다가 연일 절룩이는 행보를 보이다가 한달가량 얼굴 없는 잠행을 계속하다가 황병서 일행을 통해 건강이나 권력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남한국민들에게 과시한 것이다.
북의 전략은 권력 2인자의 인천상륙으로 충분히 성공했노라고 자부할 것이다. 그들 3인방의 행보가 TV와 신문을 장식함으로써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압도했으니 김정은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않겠는가.

호위총국 경호 거느린 권력2인자 위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군복에 왕별을 단 차수계급에다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좌우에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호위총국의 경호원을 거느렸다. 스포츠 축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과 행동이었으나 선군정치의 상징과 위세를 과시하는 데는 성공했다.
최용해의 경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되었지만 노동당비서와 국가체육지도 위원장으로 여전히 권력실세 서열에 올라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가 군복차림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때 사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 생각난다.
낯익은 김양건 통일선전부장은 노련하고 교활한 인상의 백전노장으로 “우리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오셨다”고 대변했다. 그가 개성공단을 잠시 폐쇄시켰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론에 질려 다시 가동시킨 사실이 생각난다.
이들 3인방의 인천상륙은 어느 모로 보나 절차와 예절이 전무했다. 폐막식 전날에야 북측선수단을 통해 참석을 통보한 무례가 무슨 뜻인가. 권력 2인자를 보내는 것이 단순한 폐막식 참석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우리 측으로서는 남북관계자와 국가안보 차원의 준비와 대응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느닷없이 불쑥 참석을 통보한 것은 남한 내부의 정치와 사회기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쳐다보듯 꿰뚫고 있는 북측이 “남북대화는 우리가 선택하고 주도할 수 있다”는 ‘가지고 논다’는 논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 정홍원 국무총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난 황병서 3인방 일행.

‘남조선 가지고 놀기는 식은 죽 먹기?’

황병서 일행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홍원 총리,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장관 등 남북관계, 국가안보관계 고위층을 다 만날 수 있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민련 문희상 대표와도 만나고 최용해의 경우 25년 전 전대협 대표로 방북하여 김일성의 품에 안긴 임수경 의원마저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북측은 인천으로 찾아간 대한민국 고위층들을 앉아서 모조리 면담하면서 청와대가 대통령과 면담을 주선할 수 있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보나마나 김정은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더구나 북측은 그동안 줄기차게 대담 험구 날리고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명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그 입으로 김정은이 “박 대통령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했다”는 빈말을 남겼다.
이번 급조된 인천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이 제2차 고위급회담을 남측이 생각하는 날짜에 갖자고 했으니 이는 황병서를 통한 김정은의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듣고 야권에서는 북측의 ‘통큰 결단’이라 평가하고 이에 화답하여 5.24조치 해제와 남북정당회담까지 성급하게 주장하니 북측이 볼 때 “남조선 가지고 놀기는 식은 죽 먹기야”라고 쾌재를 불렀지 않았을까.

대한민국 흔든다는 착각·망상 말라

북측이 뭐라고 하건 김정은의 건강에는 이상이 있고 1인 독재 권력의 수명이 장수할 것 같지는 않다. 북은 착각이든 망상이든 세계를 모르고 남한을 모른다. 비록 한국사회가 중구난방이고 대북정책에 반론과 분열이 있지만 김정은의 선군정치에 대한민국이 흔들릴 까닭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과 인권문제를 거론하여 세계의 동의를 받았다. 북한 외무상이 유엔회의에 참석했으니 잘 알고 있겠지만 핵과 미사일을 고집하고 인권말살을 그대로 끌고 가는 한 김정은의 선군정치는 오래 갈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방침은 확고부동하다. 통일 대박론이나 ‘드레스덴 구상’도 불시에 나온 방침이 아니다. 실천 가능한 대화와 협상으로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자는 제안도 지난 세월 여러차례 경험하고 실패했던 사례의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북측이 ‘좁은 오솔길’ 대신에 ‘대통로’(大通路)를 열자고 했으니 말이야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실천가능성은 북측에 달려있다. 지금껏 7.4공동선언에 이어 6.15선언, 10.4선언이 있었지만 신뢰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이 있었던가. 북측은 5.24 조치의 해제를 주장하지만 천안함 폭침사건과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관해 시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없이 어찌 해제하자는 주장인가.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명분으로 권력 2인자를 보낸 결단은 환영할 일이지만 무슨 속셈을 감추고 남한사회 내부의 자유분방한 기류를 과대평가하여 외형상 ‘통큰 결단’ 한방으로 남조선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환상과 착각을 버리도록 촉구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3호(2014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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