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 회고 ⑧]

후세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③
원자력 외교 주역들
사용후 핵연료에서 핵 비확산까지

미국과의 사용후핵연료 공동연구

글/ 전풍일

미국 정부는 1970년 초에 체결한 우리나라와 프랑스 간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험사업을 1974년 인도의 핵실험 후폭풍으로 우리나라가 포기하자, 1976년부터 미국 정부(국무성)는 우리나라 정부와 원자력에 관한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명 “Joint Standing Committee on Nuclear Energy Technology between Korea and USA (JSNET)” 쌍무협정을 체결하고 매년 개최국을 미국과 우리나라가 번갈아 가면서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경제성 입증되면 재처리’ 미국측 등의

1970년 당시 체결한 “고리원자력발전소 건설계약서” 부록에는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추후 필요 시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미국 카터 행정부는 갑자기 이 부록을 삭제하자고 우리나라에 제의하였다. 당시 한국에너지연구소의 원자력정책연구실장인 본인은 한필순 소장님의 지시에 따라 1982년에 개최된 “JSNET” 회의에서 사용후핵연료 활용에 대한 양국 간의 공동연구를 제안하게 되었다.
미국 측은 서부 워싱턴 주에 있는 Pacific Northwest Lab (PNL)의 연구시설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주도로 2개월간 공동연구에 합의하였다. 나는 공동연구책임자로 선임되어 한국에너지연구소, 한전, 핵연료주식회사 직원 각1명과 함께 2개월간 PNL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1983년에 개최된 ”JSNET”회의에 보고하였다.
공동연구의 핵심은 ‘현 시점에서는 경제성이 맞지 않아 재처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추후 경제성이 입증되면 재처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미래의 옵션을 남겨 두었다. 미국 측에서도 공동연구결과로 잘 받아주었다.
이어 1989년에 미국 워싱턴 시에서 개최된 “JSNET”회의에서 ‘경수로에서 타고 남은 1.5% 농축도의 사용후핵연료를 0.7% 농축도의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에서 재사용하는 DUPIC핵연료개발’에 대한 한미 간의 공동연구를 본인이 제안하자 미국도 좋은 방안이라면서 찬성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구소는 1990년 이후 미국, 캐나다, IAEA와 공동으로 DUPIC핵연료개발 사업의 국제무대 진출을 가능하게 하였다.
국제공동연구 과정을 통해 한미 간의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국무성에 근무하면서 한국의 원자력문제를 20년 이상 담당하는 Alex Bukart 국장은 DUPIC 핵연료주기 공동개념을 통해 얻은 신뢰로 우리나라의 원자력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親韓 인사로 바뀌게 되었다.
나는 199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고위직인 원자력발전국장으로 선임되어 2004년까지 근무한 바 있다. IAEA의 원자력발전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원자력연구소가 개발한 DUPIC 핵연료주기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부각하여 현재는 IAEA가 국제적으로 추천하는 핵연료주기 개념이 되었다. (그림-1참조).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산고 끝에 인가를 받았다. 앞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처분문제가 남아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폐기물이 아니고 재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우리나라는 경수로와 중수로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우라늄자원의 이용률이 30% 향상되며, 사용후핵연료 발생량도 30% 이상 줄일 수 있는 DUPIC핵연료주기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서 검토하여주기를 희망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7호 (2015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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