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제볼모 국민심판론 제기

국회, 마지막 생존투쟁
여야, 나부터 살고보자
대통령, 경제볼모 국민심판론 제기
당 대표는 내부갈등 조정 무력화

연말 정국이 19대 임기종료를 눈앞에 두고 ‘나부터 살고보자’는 생존투쟁 몸부림이다.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은 각 당 계파별 이해충돌 앞에 맥을 못 쓴다. 대통령 중심제라고 하지만 대통령은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서도 국정철학을 펼칠 수 있는 골든타임이 그냥 지나가는 형국이다.

일방적 견제와 떼법에 국정발목

▲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사진=청와대>

대통령도 국회의 협력 없이는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없다. 국회는 다수당이 소수당의 협력 없이 입법도 예산도 통과시킬 수 없다. 청와대나 국회나 ‘견제와 균형’이 아닌 일방적인 견제와 떼법에 끌려 다니는 것이 어느덧 한국의 정치풍토가 되고 말았다. 이를 개혁하고 정상화해야 겠다는 발언은 ‘독재회귀’나 ‘유신망령’이라고 비판된다.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겸한 ‘황제적’ 전권으로 통치하던 시절은 옛날이다. 여야 당대표가 공천권을 주무르던 3김 시대도 오랜 옛날이야기다. 그사이 세월이 많이 변하고 발전했지만 문제는 나랏일이 제때, 제대로 되는 일이 없기에 국민들이 분통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불복, 세월호, 메르스 등 온갖 고비를 넘어 창조경제, 청년일자리 등으로 신뢰·원칙·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안간힘이지만 거의 역부족 지경으로 비친다. 화려한 대외외교 성과와 상관없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가 내정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이 정례적인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국회에 경제입법을 촉구하고 국회에 출석하여 새해 시정연설을 통해 똑같은 주문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여야 정치권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가 다급하여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선거구획, 공천룰이 중요하지 대통령이 당부하는 경제입법은 나중이다.

‘우리경제가 불쌍하다’는 논리연장

대통령이 야당의 비판을 각오하고 교과서 국정화나 경제입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직설법으로 비판했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로 자랑스런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지 못하면 혼(魂)이 비정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여기면 ‘무서운 일’이라고도 말했다.
국회에 오랫동안 계류되어 있는 경제활성화법이 19대 임기종료로 자동폐기 되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에 의한 ‘국회심판’을 대통령이 지적한 셈이다.
다시 대통령이 민생과 국민을 위해 ‘진실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각의원들의 출마를 위한 사퇴, 청와대 사람들의 출마설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을 때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말로 들린다.
야당은 노골적인 선거개입이자 협박이라고 강경 비판했고 여권도 TK 물갈이설과 관련 친박이나 비박이나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배신의 정치’ 공개지적과 함께 ‘대통령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국회심판론, 총선심판론을 비판하게 되어 있다.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를 겸직한 것도 아닐뿐더러 여·야당이 공천룰을 비롯한 당 내분 수습에 쫓기고 있을 때 왜 분란을 증폭시키느냐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대통령은 왜 민생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느냐는 확고한 신념으로 참고 기다리다가 쫓기는 심정으로 공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선거가 없어 제대로 경제활성화에 주력을 쏟겠다고 다짐했지만 거의 허송세월이나 다름없다. 내년 총선 결과는 예측도 할 수 없다. 19대 국회가 입법을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내년도 기약할 수가 없다.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지만 너무 늦게 입법되자 대통령이 ‘불어터진 국수론’을 제기하며 ‘우리경제가 불쌍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진실한 사람론’으로 국회를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논리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 관련법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노동개혁법안, 경제활성화법안 등이 얼마큼 시급한가를 강조했다.

노동개혁법·경제활성화법에 여야 있나

노사정 대타협에 따른 후속 노동관련 법안은 오랜 논란과 대화를 거쳐 마련되어 노사정 모두가 조속한 입법을 촉구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회복귀를 선언한 후 별도로 주거대책, 중소기업 육성, 갑을관계 개선,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실상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일부 민감한 쟁점사항이 걸려 있는 주거대책, 갑을관계 개선 등은 앞으로 논의의 대상이다.
정부가 제출한 노동개혁법안은 5가지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근로시간 68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5년간 일자리 15만개가 창출될 수 있다는 요지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지급액을 급료의 50%에서 60%로 높이고 지급기간도 30일간 연장하는 내용이다.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사고도 산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고 기간제근로자법은 35세 이상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 2년간 연장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파견근로자법 개정은 55세 이상 중고령자의 뿌리산업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기존인력을 대체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 1만3천개가 창출될 수 있다는 법안이다.
우리네 눈으로 보면 여야간 정치적 이해를 달리할 요소가 별로 없는 무쟁점 법안이다. 그러나 새민련은 정부의 개혁 법안들을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규정하는 비판선상에서 이를 반대하는 모양이다.
또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학교 정화구역 내 관광 숙박시설을 허용하자는 관광진흥법,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원격진료를 허용하자는 의료법, 교육·의료·금융·콘텐츠 등 서비스산업 육성을 지원하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다.
서비스관련 법 개정안들은 모두 투자와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경제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혁파함으로써 좋은 일자리가 대량으로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정부는 물론 국회를 상대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야당은 친재벌 법안이나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라는 이유로 계속 반대해 왔다.
또한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타결도 국회의 비준 동의가 보류되어 수출부진 속에 신시장 개척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경제계는 아우성이다.
이 같은 배경 하에 대통령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 기회도 주지 않고 경제실패라고 비판하니 ‘우리경제가 불쌍하다’는 인식하에 국회심판론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내부갈등속의 당대표 입지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나 당내 갈등 및 계파간 이해충돌을 말릴 재간이 없다. 대통령도 국회의 역할을 비판했다가 강력한 비난을 잔뜩 받고 있지 않는가. 국회도 임기 말에 죽기살기로 생존투쟁 하고 있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 제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한다.
평소에도 여야간 합리적인 정책대결을 보기 어려웠다. 야당은 투쟁이 아니면 존재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지금과 같은 투명·엄중한 세월에도 농성하고 시위하니 거의 독불장군 격이다.
특히 새민련의 문재인 대표는 친노강경과 비노진영의 사퇴론에 너무 시달려 자신의 정치색깔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상황으로 비쳐진다. 최근에는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안·박’ 제휴를 생각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동상이몽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문 대표·안 전 대표는 초선의원, 박 시장은 의회경험이 없으니 당내 중진들 눈에는 ‘초보정치’로 비치고 있을는지 모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갈등수습 노력을 잘 보였지만 TK 물갈이론이후 친박(親朴) 신박(新朴) 진박(眞朴) 가박(假朴)에다 대통령 이름을 파는 용박(用朴)까지 혼재하여 오픈프라이머리 공천 소신을 어찌 관철할는지 관심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6호 (2015년 12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