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조치 가동
대남 군사회담 제의… 평화공세인가

유엔 대북제재조치 가동
김정은 비자금 동결?
스위스 이어 EU , 러시아등 전면제재
대남 군사회담 제의… 평화공세인가

▲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스위스 중앙은행(SNB) 빌딩 전경. 스위스가 자국 내 북한과 관련된 자산의 전면 동결과 은행 계좌폐쇄 등 ‘ 초강수’ 대북 제재를 단행했다. <사진=위키미디어>

각국이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행방침을 발표하고 있을 때 북측이 남북군사회담을 제의했다. 노동당 7차 회의를 통해 국방위 제1위원장, 군 최고사령관에 이어 노동당 위원장까지 겸해 당 최고 수위(首位)라고 선전하던 김정은이 왜 갑자기 평화공세일까.

기고만장 행보에 갑자기 군사회담 제의

BBC 도쿄 특파원이 평양 가서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지도자’라고 보도했다가 ‘최고존엄 모독’이란 죄목으로 추방된 바 있다. 김정은은 유엔과 미국과 한국을 향해 “세계가 뭐라 해도 북조선을 멋대로 가지고 논다”고 호언장담해 온 1인 통치자 아닌가.
4.13 남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후 정국이 요동치는 모습을 킬킬대면서 좋아하더니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의 막말을 듣고도 퍽 고무된 언동을 보였다. 트럼프 후보가 예비후보 경선과정에서 김정은을 미치광이쯤으로 비난했지만 나중에 “그와 대화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자 마치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비핵화 협상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 모양이다.
북은 4.13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벌써 레임덕에 빠져 핵폐기론은 물 건너 간 것으로 착각한 듯 자신만만하게 청와대를 향해 폭언, 욕설, 저주를 멋대로 퍼붓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남남갈등 조장을 전략적 본업으로 삼아왔지만 5.18 기념식 때 ‘임을 향한 행진곡’ 제창논란이 일자 청와대를 다시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마치 차기 정권교체를 확신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조평통 등을 통해 연속으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했으니 별꼴 아닌가.

스위스에 이어 EU·러시아도 대북제재

▲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5년간 유학한 김정은이 특히 선호하던 스위스산 에멘탈치즈. <사진=위키미디어>

기세등등한 김정은도 지난 18일자 스위스 정부의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듣고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외교부가 스위스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유엔 안보리 2270호의 이행방침을 대량살상무기 관련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모든 자금과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러시아도 북한 기관과 단체, 개인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EU 각료이사회도 대북제재 리스트에 개인 18명, 단체 1곳을 추가 발표했다. 이로써 EU는 북한 단체 42곳, 개인 66명의 리스트에 올렸다. 인민무력부장 박영석,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 전략군사령관 김낙겸, 전 제1 부총참모장 김춘삼, 항공·반항공군 정치위원 손철주 등과 미사일개발 전략로켓부대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스위스는 김정은이 5년간 유학했던 나라로 스키, 골프, 영화, 농구 등 자본주의 문화를 호흡하고 체험했던 나라이다. 또한 김의 부인 이설주가 애용하는 각종 명품 브랜드와 노동당 간부와 군부의 충성용 선물 물품들도 스위스에서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측면에서 스위스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강력 제재방안이 김정은에게 특별한 충격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 비자금계좌 동결의 의미

스위스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에는 모든 금융서비스와 사치성 물품 수출금지도 포함된다. 또 북한 정부와 노동당뿐만 아니라 개인과 단체들의 자산동결 및 해외벌이 노동자들의 송금도 제약받게 된다.
김정은의 비자금과 핵개발 자금 창구인 노동당 39호실 계좌 폐쇄는 ‘최고존엄’의 통치기반과 직결된다. 스위스 은행의 북한 내 지점, 북한 은행의 스위스 지점 계좌가 동결된다는 것은 바로 김정은의 목을 조르는 의미가 있다. 과거 김정일 시대 때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OA) 계좌를 동결시킨 경험을 했기에 북측도 스위스 정부와 러시아의 금융서비스 금지조치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권력세습 이후 고모부 장성택을 총살한 공포정치로 군부를 장악한 후 고급 외제물품을 선물로 충성맹세를 받아왔다. 또 3억 달러를 들였다는 마식령 스키장 등도 스위스 모델이라고 하니 이번 스위스 정부의 제재조치가 뼈 아픈 고통을 안겨 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반면에 북측이 유엔 안보리 제재조치에 대응하여 스위스 비밀계좌를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분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월급도 은행을 통하지 않고 현금으로 반입하려다가 들통 난 사건도 보도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춰 스위스 등 각국의 유엔 안보리 제재방안 이행이 김정은의 행보에 상당한 타격을 주어 갑자기 대남 군사회담 제의라는 위장평화 공세로 나온 것이 아닐까.

북의 주특기가 바로 납치 아니냐

▲ 스위스에 이어 EU· 러시아도 대북제재에 들어갔다. 사진은 대북 제재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사진=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김정은이 여러 측면에서 제멋대로 고무된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쉽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다. 여소야대 정국 하에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남북대화론과 정상회담을 주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까지 대북제재 공조체제에 성공하여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협력 방침을 확고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남한의 정치환경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확신하고 ‘북은 내 손아귀’에 ‘갈데까지 간다’는 모양이니 남북관계 현안이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북은 잠시 폭우로 금강산댐들의 수위가 넘치자 사전통보 없이 방류하여 임진강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고 중국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귀순한 사건을 ‘납치’라고 주장하며 대남 중상모략을 퍼붓고 있다.
집단 귀순자들은 외화상납 압력에 시달리며 중국 내 한류를 목격하고 자유를 호흡하다 남한으로 입국하여 “대한민국의 딸로 살아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도 북은 CNN을 동원하고 가족들을 불러내 남한 정부가 납치했다고 강변, 즉각 돌려보내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납치와 테러야말로 북한의 특기이자 본업인데도 이를 우리 측에 뒤집어씌우니 얼마나 가관인가.
대한변호사회가 추천한 국정원 인권보호관 박영식 변호사가 13명 전원을 일일이 면담한 결과 한명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자가 없었다고 보도됐다. 그들은 자유를 누리며 외부 견학도 하고 건강하게 잘 있다고 한다. 다만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는 것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박 변호사가 대변했다는 요지다.
북의 대남전략이나 선전 선동술이 예나 지금이나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다. 김정은의 경우 세습권력 3년간 실습을 거쳐 북한 주민들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졌으니 참으로 남북관계가 암담하다는 생각이다.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로 정국이 또 다시 요동칠 것이 뻔한 상황이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대북정책에 관한한 여야가 정략의 대상으로 삼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는 심정일 뿐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2호 (2016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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