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서 썩히지 말고’ 무슨 뜻인가
친북좌파, 간첩 난동에 대책 있는가

성급한 군 복무 기간 단축
정치적 노림수인가
‘군대 가서 썩히지 말고’ 무슨 뜻인가
친북좌파, 간첩 난동에 대책 있는가

글/ 송영선 국회의원 (국방위원)

작년 연말 대통령의 군복무단축 관련 발언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들썩였다.
하지만 해당 이슈를 너무 성급하게 언급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군복무기간단축의 화두는 어떤 적절한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학업에 매진하거나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어야 할 한창의 나이에 우리의 아들들이 24개월이라는 기간을 군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담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이 사안을 개인이나 정당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맞춰 국민적인 합의 없는 선심성 정책으로 다뤄서는 더더욱 안 된다.

다른 나라의 군 복무 단축 사례

군 복무 단축이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사례는 비단 우리뿐이 아니다. 국민 개병제, 즉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 세계적인 화두이다. 많은 나라들이 징병으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군 복무 단축이다.
양차대전의 화마가 지나간 유럽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가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선병의 규모를 줄이거나 모병제와 병행해서 실시하고 있다. 징병제의 경우에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럽 국가 성인 남성들의 평균 군 복무 기간은 대략 12~15개월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과 우리와의 엄연한 차이는 남북한이 안보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탈냉전 이후 나토라는 안정적인 집단안보체제를 바탕으로 과거 동구권의 적성국가들 까지도 흡수하는 이른바 ‘평화적 동반자정책’(Partnership for Peace)을 실시하고 있어 안보적으로 위협될만한 소지가 매우 작아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와 비슷한 안보적 환경의 국가를 들자면 이스라엘이 더 좋은 예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사방이 무슬림권인 아랍 국가들로 둘러 쌓여있어 지정학적으로 사면초가에 놓여있는 입장이다. 또한 국토 및 인구에 비해 많은 수의 군대를 거느려야 하는 관계로 국민 개병제를 실시하며 여성에게도 의무복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복무 기간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성인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이라는 기간을 국가를 위해 군에서 복무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경우는 세계 7위 규모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는 입장에서 현재의 정전체제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평화협정도, 어떠한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준비태세와 직결될 수 있는 복무기간단축과 같은 사항을 섣불리 건드렸다간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안보적 상황 때문에 정부가 발의한 국방개혁법에서도 명시되었던 군 감축에 관한 사항은 3년마다 안보상황을 검증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은 후 군 구조를 개편한다는 단서조항을 넣은 후에야 겨우 통과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논리적 오류

대통령은 지난 연말 민주평통에서 한 연설 중에서 “군대에서 썩는다”, “좀 일찍 사회에 진출하도록 배려” 등 국군 통수권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발언을 해서 많은 군 원로 및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산 적이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은 ‘군 복무로 인해 사회진출이 타 OECD 국가들 보다 늦다’라고 말을 했는데, 이 발언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OECD 국가 청년들의 평균 사회 진출 연령이 22세인 반면 우리는 27.3세라는 것이다.
물론 군 복무 24개월이 우리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늦추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군 복무라는 변수 뿐 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의 내재된 한계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높은 대학 진학률을 가지고 있다. 청년층들의 80%가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으며, 이것이 평균 20%에도 못 미치는 OECD 국가들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또 수험생들의 10% 이상이 대학진학을 위해 재수 및 삼수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며, 대학 진학 이후에도 교육여건의 미비로 인해 사회 진출에 필요한 어학능력 및 기타 기술력을 취득하기 위해 1~2년은 휴학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우리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는 것은 대학교육에 집중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말하는 ‘일찍 사회에 진출하기’를 달성할 수 없다. 여기에 군 복무 기간 단축이라는 변수를 조기 사회 진출을 위한 대안으로 꺼냈지만, 징병제는 우리의 안보현실상 바꿀 수 없는 상수이자 독립변수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는 6개월 정도 단축한다고 해서 우리가 OECD 국가들과의 사회진출도 차이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군 복무 단축의 파장

군 복무 기간 단축은 군사적으로 많은 제한을 우리 군에 가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군 복무를 26개월에서 22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한 현재에 있어서도 2만여 명의 병력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일선부대장들이 작전 및 교육훈련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는 또 24개월이라는 기간으로 인해 기갑이나 통신과 같은 세심함과 정밀함이 요구되는 분야에 숙련도가 떨어지는 작전병력의 배치로 인해 작전능력이 떨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만약 2개월로 그 기간을 단축한다면 병력수급은 현재의 배로 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2개월 추가 감축 시 총 4만 4천명의 병력이 모자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 적이 있다. 이는 한 사단 규모 이상의 숫자로 우리 군이 적정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다. 얼마 전 국방연구원의 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22개월로 군 복무 기간 단축 시 기갑 및 정비 분야는 전투력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기술적인 분야에서 상급 수준의 숙련도를 보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18~21개월간의 숙련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여기에서 또 제기되는 것이 유급병제도의 조기 도입이다. 유급병제도의 취지는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는 기술 분야에 근무하는 병사들에게 대학교 1년 등록금 정도를 지불하여 6개월~1년 정도를 추가 복무하도록 하여 군의 숙련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예산확보, 유급병의 지위 및 처신 문제 등을 심도 있게 고려하여야 하는 이유 때문에 국방개혁법에서도 법률조항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는 벌써 군 복무 단축이라는 명제를 꺼내서 실무자들 및 입영 대상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정부는 표심 보다 민심에 귀 기울여라

여기서 정부의 군 복무 기간 단축 발표가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가 보여준 각종 정책적 실패, 10%대에서 맴돌고 있는 지지율, 분열하는 정부여당 등의 악재 속에서 군 복무 단축이라는 대국민 선심용 카드를 꺼내듦으로 해서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냐고들 추파를 던지지만, 본인은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바란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이라는 정책적 명제는 우리의 안보상황을 두루 살피고 국민차원의 포괄적 검토 과정을 거친 이후에 실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곧, 어떠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지 않은,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한 수준의 동의를 얻어야만 국가적인 안보상황 및 청년인구의 사회진출을 원활하게 진행시킬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된 73년 당시 의회에서 게이트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모병제로 선병제도를 단계적으로 바꿨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실행 후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보여 왔으며 지금도 그 문제는 심각하다고 한다.
정부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군 복무 기간 단축을 발표함으로써 군 및 차기 정부에게, 그리고 넓게는 국민에게 안보적으로 많은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치적 노림수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수 없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안위가 달려있는 문제를 가지고 정치놀음을 한다면 과연 그 정부가 올바른 정부인가에 대해 의심케 한다.

국방개혁법 충실한 이행부터

복무 기간 단축의 논의를 위해서는 우리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밑그림을 그린 후, 국민적 논의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는 남북관계, 대체복무, 예비군제도, 군구조 개선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복잡하게 얽힌 사안들을 고려해서 나와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군 복무 단축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작년 12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방개혁법에 충실한 이행을 위한 노력을 보인 이후, 그리고 국회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충분한 검토 및 동의를 얻은 이후에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단행하는 군 복무 단축은 차기 정권 및 나아가 그 다음 세대에게도 안보적으로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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