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돌리기등 식습관 고쳐야

[정혜윤 건강칼럼(12)]

한국인 절반이 감염
헬리코박터균
술잔 돌리기등 식습관 고쳐야

글/ 정혜윤 의학박사·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에서는 모회사의 마시는 요구르트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헬리코박터균은 호주의 베리 마셜(Barry J. Marshall) 박사와 스승 로빈 워런 (J. Robin Warren) 박사에 의해 발견되어 2005년에 이 두 과학자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1982년 베리 마셜 박사는 헬리코박터균이 인간의 위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을 밝혀내고 1983년 배양에 성공하는데, 이 실험을 본인이 균을 직접 먹어 생체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은 만성 위염, 소화성 위, 십이지장 궤양과 위암의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몇 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는 나선형 세균이며, 움직임이 빠르며 증식속도는 느린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위산 속에서도 살아남는 균이다. 이 균이 위산 속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은 위속에 있는 요소(urea)를 분해하는 요소분해효소(urease)를 가지고 있어서이다.

▲ 위벽에 파고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저작권 FREE 사진>

1998년 보고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고 15세 이하에서는 17.2%, 16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에서는 67%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며, 주로 경구로 감염되며, 주로 집단생활, 사회 경제적으로 낙후된 집단일수록 감염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특히 가족 간에서 이루어지는 감염이 많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음식 및 찌개 등을 같이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습관, 아기에게 음식을 씹어서 넣어주는 행동으로 인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평상시에는 입안에 균이 없으므로 키스 등을 통하여 전염되지는 않다고 알려져 있으나, 구토 등을 통해 균이 입에 있을 경우, 키스를 한다거나, 술잔을 돌려 마신다거나 하면 옮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모두 감염되었을 때 아이가 감염될 확률은 약 40%였으나, 부모 모두 감염되지 않았을 때 아이의 감염률은 3% 밖에 되지 않다고 보고되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중 65%는 위염, 10~20%는 위궤양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위궤양 환자의 60~80%, 십이지장 궤양 환자의 90~95%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된다고 알려졌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점막에서 염증반응이 생기고, 위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되는데, 위축된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위점막이 장점막으로 변하는 장상피화생이 발생한다. 장상피화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위암이 발생할 위험이 약 10배 정도 높다. 장상피화생이 없더라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에는 위암 발생할 위험성이 약 3.8배 증가한다고 하며, 헬리코박터에 만성감염이 된 경우에는 소화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에 소화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낀 경우에도 헬리코박터 보균자일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의 치료는 두 가지의 항생제와 강력한 위산 억제제를 병행하여 약의 용량이 꽤 많고 독하다. 1~2주간 치료하게 되며, 항생제를 복용하다가 임의로 중단할 경우 내성이 생기므로 다음 치료가 어려워 질 수가 있다. 두 가지 항생제를 병용했을 대 설사, 복통, 쓴맛, 오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의사와 상의하여 복용해야 한다. 헬리코박터의 제거율은 80~90% 정도이고 치료 후 재 감염률은 5% 정도이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술잔 돌리기, 음식 나눠먹기 등의 식습관을 바꿔야 하며, 주기적인 내시경을 통해 위를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5호 (2016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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