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언론은 말재주꾼 잔치 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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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黃義珏(황의각) 고려대 명예교수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관한 많은 언론보도와 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켜 왔다. 나는 이 사건 문제가 언론에 폭로되기 시작할 초기에 이미 대통령이 국민에게 전모를 솔직히 밝히고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먼저 잘못을 책임지고 스스로 대통령직을 하야하는 것이 그나마 품위 있는 해결책이 될 것임을 이곳 페이스 북에서 지적했다. (2016. 11. 4자 페이스북)

▲ 페이스북 피드라인 갈무리 화면.

그때 대통령 자진 사퇴권유에 대해 국내외에서 반대의견을 보내주신 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해 불만과 적대적 생각을 가진 진보진영의 세(勢)는 이미 대통령과 여당 지지세력을 압도적으로 능가하고 있어왔다. 특히 박대통령은 진보계 언론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전통적 보수계언론들로 부터도 이런저런 에피소드들로 우호적 관계를 상실해 왔다. 아차하면 대통령은 집중 공격표적으로 부상하게 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통령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작은 실수나 실책의 틈을 절대 보여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이나 주변의 참모들은 이런 상황과 여건에 경계심을 갖지 않고 스스로 덧에 걸려 넘어질 일들을 자초했다.
물은 이미 엎어 쏟아졌고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국민들의 분노와 촛불시위로 완전히 무너졌다. 위기의 때에 대통령 주변의 청와대 참모들 중 그 누구도 자기 목숨을 내걸고 대통령에게 충정의 진언을 올렸던 사람도 없었고, 대통령의 잘못한 일에 대해 함께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의리 있는 인간성을 지닌 사람은 눈비비고 찾아보아도 없다. 모두 자기 책임을 모면하고 발 빼기에 급급한 모습들이며, 징벌의 무게를 줄여 자기 살길 찾으려는 사람들 밖에 보이지 않는 다.

▲ 현재 대통령의 잘못으로 빚어진 국가적 불행의 시기를 연일 언론은 뉴스 소재꺼리로 삼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계상황에 몰린 박대통령은 부모가 총탄에 쓰러졌을 당시 부친 박정희대통령의 권력주변에 빌붙어 있던 사람들의 배신과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야 정치인들의 냉혈성을 어린 시절에 체험했고, 이번 일에서도 직접 겪게 되어 인간적으로 몹시 허탈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세상 사람들과 정치현실의 모습이다. 온 국민의 비난에 직면한 박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연민이 가지만 책임자의 잘못에 대한 현실은 무정하고 냉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통령의 잘못으로 빚어진 국가적 불행의 시기를 연일 언론은 뉴스 소재꺼리로 삼고 있다. 언론은 잘난 분들을 다 모셔다 놓고 비판의 말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매일 그들이 지치지 않는 gossip(험담) 발굴과 대통령의 초등학교 시절 교우관계까지 들추어내서 씹으며 즐기고 있는 모습이 TV화면과 신문지상을 도배질하고 있다. 이런 것이 뭐 잘못이라고 하기 보다는 자유민주주의가 제약 없이 꽃피우고 있다고 할까?
이러한 때에 그럼 “잘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그리고 “말재주꾼들이 나라와 집안을 안팎으로 뒤흔드는 것에 대하여 선현인 공자(孔子)는 무엇이라고” 말했는가를 기록으로 읽어보면서 우리스스로를 한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일찍이 중국의 공자(孔子)는 정치를 잘하는 다섯 가지 방법으로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않고, 백성에게 일을 시키지만 원망을 사지 않고,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되 탐욕을 부리지 않고, 태연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위엄이 있지만 사납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子曰 君子 惠而不費, 勞而不怨, 慾而不貪,泰而不驕, 威而不猛).
또한 공자는 “말재주로 나라와 집안을 끝없이 뒤엎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자주색이 붉은색을 차지하는 것을 미워하고, 정나라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고, 말재주로 나라와 집안을 뒤 엎는 것을 미워하느니라” (子曰, 惡紫之奪朱也,惡鄭聲之亂雅樂也,惡利口之覆邦家者).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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