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양강구도, 보수는 적통논쟁

▲ (왼쪽부터) 문재인 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최초 기사 작성일 : 2017년 4월 17일

[이코노미톡뉴스=최택만 논객] 17일 공식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의 시작과 함께 문재인-안철수 양강 후보의 지지층 결집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탄핵정국 이후 3월 초까지 ‘대세론’을 등에 업은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다. 그러던 것이 4월 초에 접어들어 중도·보수층 표심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몰리면서 선거판도가 ‘양자구도’ 또는 ‘양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진보 대 진보의 ‘양강 구도’

이번 대선은 야권의 두 대선주자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사상 유례 없는 선거가 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대선구도에 “누구를 찍을까” 망설이는 국민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는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있다. 대선 경선에서 적폐 프레임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대연정’ 이슈를 쟁점화 했던 안희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적폐세력’ ‘배신자’ 프레임이 덧씌워져 경선 후반에 인기가 폭락했다. 본선 경쟁에서 써야 할 구호를 당내 경선에서 꺼내 부메랑을 맞았다. 문재인 후보는 40% 안팎의 지지율에 힘입어 대선 후보가 되었다.
반면에 당의 세력이나 규모로만 보자면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 전력에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지율 역시 안철수 후보는 18대 대선 때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 정당도 없고 세력도 없었지만 ‘안철수 현상’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5년 전 지지율만큼은 박근혜, 문재인 당시 후보들을 압도했다. 현주소는 원내 3당이다. 지지율도 10% 안팎에서 고전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후보 경선 때 호남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또 안희정 후보의 부진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에 날개를 달아줬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안희정 후보를 지지하는 표심은 문재인 후보에게 옮겨간다는 것이 일반의 예측이나 그대로 되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진 안 후보 표가 안철수 후보 쪽으로 쏠렸다. ‘대연정’으로 상징되는 안희정 후보의 경쟁력이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후보로 표심이 이전된 것이다.
호남과 안희정 지지를 흡수한 안철수 후보는 4월에 접어들어 문 후보와 오차 범위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프레임은 ‘협치’다. 안희정 전 후보의 ‘대연정’과 다르지만 같은 말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던 프레임이다. 문재인 후보가 ‘적폐 청산’ 구호를 내세워 문 후보와 같은 주장으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차별화를 기하면서 보수 진영 표를 끌어 들이기 위해서이다. 원내 39석으로 국정 장악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 ‘협치’를 내 걸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협치’ 구호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대선은 앞으로 10여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선거 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안 후보가 보수층 표를 흡수하여 계속 잡을지는 예단하기는 어렵다.

문의 ‘적폐 청산’ 부메랑

문 후보가 ’적폐 철폐’ 대상으로 보고 있는 세력이 보수라는 인상을 주면서 보수의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리고 있다. 보수 후보의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선의 마지막 남은 표심은 보수진영이 갖고 있다. ‘협치’라는 안철수 후보의 구호는 보수진영에겐 통합정치로 보고 있다. 물론 일부 보수층은 안철수와 손잡을까, 말까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이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는 안철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한 건 문재인 후보의 ‘적폐 청산’이라는 프레임이다. ‘적폐 청산’이라는 선동적 구호는 보수진영에게 상당한 거부감을 주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적폐’의 상대를 지나치게 확장시킨 것은 실수다. 그런 구호는 진보 층 이외에 다른 유권자로 세를 확장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는 “저를 지지하는 세력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고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문 후보의 ‘적폐 청산’은 제도가 아니라 인적 청산까지 확대하고 특히 보수층을 적폐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확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게 되자 민주당내에서도 ‘적폐 청산’ 프레임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한다. ‘적폐 청산’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

보수 끼리 적통 논쟁

진보 진영이 둘로 갈라진 것처럼 보수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져 ‘보수 적통(嫡統)’ 논쟁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대결이 치열하다. 홍 후보는 대선 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걸 거론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좌파적 경제정책을 내세우다가 강남좌파로 돌아서면서 정책적 배신을 했고, 탄핵 때 인간적 배신을 했고,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치적 배신을 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홍 후보가 ‘살인마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안 한다’고 말한 걸 보고 진짜 놀랐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보수 표심을 놓고도 거칠게 맞붙었다. 홍 후보는 “유 후보 공약이 심 후보 공약이랑 비슷하다고 해 놀랐다. 심 후보가 좌파 정치인인 걸 국민이 다 아는데 그렇게 공약하나”라면서 ‘강남좌파’라 칭하자 유 후보는 “홍 후보가 극 보수, 수구우파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데 저는 강남좌파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세탁기’ 논란도 불거졌다. 홍 후보는 유 후보가 “형사피고인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고 하는데 많은 국민들이 홍 후보도 세탁기에 돌리라”고 하자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들어갈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수 끼리 서로 공격하며 귀중한 방송 시간을 낭비하는 홍과 유의 발언을 들으면서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에게 투표할까”

A.잭슨은 “솔직히 말해 나의 대통령 시절은 고급 노예 생애라고 할 수 있다”고 했으며, D.D.아이젠하워는 “모든 주장, 모든 제안, 모든 예언, 모든 대안 그리고 자기 행동의 결과를 양심적으로, 마치 기도를 올리는 마음으로 음미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휴전(休戰) 상태에 있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 안보는 국가적 과제다. 그래서 안보관이 투철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양분된 국민화합과 정치협력을 이끌어 내야할 책무가 새 대통령에게 부여돼 있다. 화급한 국가과제인 국민화합과 정치협력을 위해서 편을 가르는 후보는 배격해야 한다. ‘적폐 청산’은 제도개선에 한해야 한다. 인적청산은 국민 대화합을 깰 위험이 있다. 유권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후보도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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