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후원

▲ 최수권(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최수권 칼럼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가끔 음악회(관현악, 성악 등) 초청을 받은 적이 있지만, 시간을 핑계로 불참하기도 하고, 예의를 갖춰야할 초대이면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망설이게 되고...
청운초등학교 6학년인 이재훈(13세)군의 판소리 독창회 초청을 받고, 흔쾌히 응했다. 이 군의 어머니하고는 꽤 오랜 시간을 교류하며 알고 지냈다. 친구 회사의 직원으로 25여년을 근무하고 있어 늘 지켜 볼 수 있었다. 단정하고 성실하며 단아함이 몸에 배인 그녀가 일구어낸 가정 자식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영재는 키우고 문화는 가꾸라

지난 8월 19일 3시, 금호아트홀을 찾았다.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콘서트홀은 “금호영재콘서트”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에서 배출된 오디션을 통과한 영재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문화재단의 설립 취지가 “영재는 키우고 문화는 가꾸라”는 것이다. 지원사업은 음악사업, 미술사업, 장학사업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특히 문화 예술 지원사업에 집중한다. 음악부문은 금호영재콘서트(만14세 미만),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만26세 이하)를 통해 배출된 음악 영재들이 1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배출된 연주자들이 국내외 정상급으로 성장한 이들이 많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세계 최고 권위의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우승. 11세이던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함.)
390석의 콘서트장은 초등학생, 청장년, 노년층의 관객으로 만석이었다. 진행자 없이 이 군은 리싸이틀을 리드해 나갔다. 리허설이 충분한 듯 잘 구성된 진행이 돋보였다.

판소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공연 형식을 가지고 있다. 한명의 소리꾼과 한명의 고수(북치는 사람)가 음악적 이야기를 엮어가며 연행하는 장르이다. 장단에 맞춰 부르는 표현력이 풍부한 창(노래)과 일정한 양식을 가진 말(가사), 풍부한 내용의 사설과 몸짓(너름새) 등으로 구연되는 이 대중적 전통은 지식층의 문화와 서민의 문화를 아우르며, 관객과 함께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판소리, 서민의 삶·사랑 아니오
▲ 청운초등학교 6학년 이재훈 소리꾼.

판소리에서 고수는 광대의 소리에 따라 장단을 치는 한편 광대에게 소리의 한배를 잡아주고 장단과 박(拍)을 가늠하게 하며, 추임새로 상황과 연주의 격을 높이기도 한다. 광대의 소리에 흥이 나면 고수나 관중이 “좋다” “얼씨구” 따위의 감탄사를 질러 흥을 돋는다. 이를 추임새라고 한다. 추임새는 소리의 공간을 메워주고, 장단의 박을 대신하며 연극성을 돋우고 무드를 상승시킨다.
판소리라는 말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라는 말과 노래를 뜻하는 소리가 합쳐진 말이다.
판소리는 서민의 삶과 사랑, 살아가는 도리를 담고 있고 노래극이라는 형식이지만, 꼭 노래극만은 아니다. 예술성이 뛰어난 관중과 함께한 음악극이다.

판소리 사설의 기본 골격은 거의 대부분이 전승 설화 등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창자들은 전승적 이야기의 골격을 근간으로 하여, 그중에 특히 흥미로운 부문을 확장, 부연하는 방식으로 사설을 발전 시켜나간다.
판소리 사설은 운문과 산문이 혼합된 서사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계층의 청중들을 상대하면서, 누적적으로 발달해 문체와 수사가 매우 다채롭다. 전아(典雅)한 한학(漢學) 취미의 대목이 있는가 하면, 극도로 익살스럽고 노골적인 욕설과 속어가 들어있기도 한다.

 사람마다 오장이 육보로되,
 놀보는 오장이 칠보던 것이다.
 어찌하여 칠보인고 하니
 심술보 하나가...

이 대목에 이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박장대소를 한다. 더러는 “잘한다” “얼씨구” 하며 추임새를 넣는다. 추임새에 신이 난 소리꾼의 능청스런 연기에 또다시 구경꾼들은 배꼽을 잡는다. 흥부의 가난과 비탄을 얘기할 땐 소리꾼의 소리는 애절해진다.
구경꾼들은 금세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리꾼이 13세의 초등학생 어린이라면, 그 감흥은 더 달라진다.-

무엇보다 금호아시아나문화 고마워

세상을 살아보지도 않는 소년(소리꾼)이 삶의 이치, 도리, 희로애락을 노래할 때 나는 아주 묘한 기분에 젖어보기도 했다.
저 재능(능력)에 성장하면 어떤 인재로 바뀔까? 천재성은 타고 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삶으로 접목시키기 위해선, 많은 환경적 요인과 개인의 노력이 접목되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 이 군은 아마추어인 필자가 느끼기에도 완벽한 창법, 절대음에 가까운 소리(멜로디),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비브라토를 개발하여 완벽히 소화하고 음악극을 해설해 나가고 있었다. 정세연 선생에게 사사를 받고 있는 소리꾼은, 흠이라면 소년 같지 않는 몸짓과 독창적인 발성으로 곡을 해설해가고 있었다.

(정세연 선생은 서울대에서 판소리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재원이다. 한국의 판소리의 기초를 다지면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등 글로벌 시대에,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지식인이다)
사실 우리 “국악”은 일제 강점기와 6.25 후유증으로 많은 국악을 잃어버렸다.
현대에 점점 사라져 가는 “국악”은 서양음악에 밀려 특정인만의 전유물로 남아가고 있다. 국악은 우리의 심연 깊은 곳에 자리한 우리의 흥이고, 애환이다.
우연하게 접한 판소리 리사이틀에서 이재훈을 만났고, 그의 앞날에 축복 가득하길 기원한다. 예술을 한다는 것, 쉽지 않는 길이다. 적합한 환경, 완벽한 상황은 어디에도 없다. 스스로(자신)이 생성해 내고 가족들의 지원, 그리고 이웃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고맙다. 재단은 1977년에 금호아시아나의 “함께하고, 나눈다”는 경영철학을 기본으로 클래식 음악, 미술, 장학사업을 아우르는 모범 문화재단이다.

<이재훈 주요이력>

2017년 제18회 박동진 판소리 명창, 명고대회 우수상
제1137회 설기획 열린음악회 출연
2016년 제29회 전국어린이판소리 왕중왕대회 장려상
2015년 제14회 대한민국 어린이국악큰잔치 판소리부분 은상
2014년 정세연 판소리문하생 ‘첫소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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