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상근부회장 동시유고, 여권 개입설
노동계와 교섭 벅차, 태생적 회장난 단체

"경총, 반성부터 하라"
경영계 대변, 경총 수난
회장․상근부회장 동시유고, 여권 개입설
노동계와 교섭 벅차, 태생적 회장난 단체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정부 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친노동’ ‘일자리 정부’의 반자본․반시장 개혁행진 속에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장 및 상근부회장의 공백사태를 빚고 말았다. 경총은 박병원 회장이 연임을 거부, 사퇴방침을 밝혀 후임으로 대구경총 박상회 회장을 내정했지만 22일 정기총회에서 무산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 여권이 후임 회장에 CJ 손경식 회장을 선호하고 상근부회장에는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밀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총, 반성부터 하라’ 호통에 입지흔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경총의 수난이 명백히 드러났다. 경총 김영배 상근부회장이 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비판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경총은 반성부터 하라”는 야단을 맞은바 있다. 또 박병원 회장은 고위 경제관료 출신으로 은행연합회장을 거쳐 경총 회장직을 맡았지만 문재인 일자리정부를 향해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쓴 소리를 몇 차례 기록한바 있다.

이로써 경총 발족 이래 처음으로 회장과 상근부회장이 동시 사퇴하는 유고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경총은 지난 22일 정기총회 때 후임회장 선출을 위한 6인 전형위원회로 위원장 박복규 전국택시연합 회장, 위원 현대차 윤여철 부회장, SK 김영태 부회장, 두산중공업 정지택 부회장,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경기도 경총 조용이 회장 등으로 구성했지만 중소기업 출신인 박상회 대구경총 회장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후임선출이 무산됐다고 한다.

경총은 일자리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로부터 자본논리에만 충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동계는 경총이 전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노동개악’, ‘노동적폐’의 주역이라고 지적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경총이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혹평해 왔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경총의 존립기반이 너무나 불안하여 후임회장 선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여권이 CJ 손경식 회장과 최영기 상근부회장 카드를 선호한다니 이를 밀어붙여 친노동 정부와 손발을 맞추게 할는지는 알 수 없다.

태생적 고뇌, 회장추대난… 노총과 파트너역

경총은 1970년 전경련에서 분리 독립할 때부터 태생적 고뇌를 안고 출발했다. 당시 대한조선공사 분규가 악화되고 면방업계의 파업투쟁이 잦아 경총 독립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때 노사문제를 안고 있는 대한방직협회 김용주(金龍周) 회장이 조직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보사부 장관은 김태동씨, 노동청장 이승택씨, 한국노총위원장 이찬혁씨 등이 대화와 타협을 선호했지만 노사간 대화에서는 경총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청계천 피복노조의 전태일 분신사태 이후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경총의 입지는 좁아져 후임회장을 찾기 어려웠다.

초대 김 회장은 몇 차례 연임, 중임하다 안 되어 LG그룹 구자경 회장을 후임으로 추대키로 결의하고 취임수락 사절로 코오롱그룹 이동찬 회장, 삼양사그룹 김상홍 회장이 적극 교섭했다. 그런데도 총회 당일 구 회장이 잠적하여 하는 수 없이 이동찬(李東燦) 회장이 억지춘향으로 경총 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이로부터 후임회장을 찾지 못해 14년이나 중임하다가 1997년 2월에는 연로하여 더 이상 맡을 수 없노라고 선언했다. 이때 경총은 백방으로 물색해도 회장을 찾지 못해 초대 회장댁으로 책임을 돌려 다시 전방 김창성(金昌星) 회장을 억지로 추대했다.

이때 김 회장은 취임하면서 ‘단임조건’을 강조했지만 몇 차례 연임하다가 비 오너 전문가 쪽으로 고개를 돌려 산자부 장관, 무역협회장을 지낸 이희범 회장 카드를 찾아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임기 도중에 사퇴하여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경총은 다시 회장 초빙작전에 나서 고위 경제관료 출신인 박병원 회장 추대에 성공했지만 연임을 한사코 거부함으로써 경총의 수난사를 증언하기에 이르렀다.

전경련도 회장난, 대한상의만 지위확고

경총과 함께 존립기반이 풍전등화 격인 전경련도 ‘국정농단 부역집단’이란 정치적 지탄 아래 회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계속 연임중이다. 허 회장은 이낙연 총리, 이희범 위원장을 초청한 평창올림픽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를 주재하여 회원사들이 1조원이상 올림픽을 후원한 사실을 강조했지만 개막식 행사에 초청마저 받지 못했다.

전경련은 5.16 직후 한국경제 재건중심 민간단체로 출범하여 이병철 삼성 회장이(1961~62) 초대 회장을 맡아 정치적 사안인 부정축재 단죄를 국가기간산업 육성에 헌신하는 조건으로 사면받기로 했다. 이 회장에 이어 이정림 회장을 거쳐 원만한 성품의 경방 김용완(金容完) 회장이 60년대서 70년대에 걸쳐 무려 6대나 중임했다.

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과 소통과 대화가 무난하여 후임회장 인물난 때마다 연임, 중임으로 추대됐던 것이다. 그 뒤 5공화국 때 정주영 회장이 5대나 중임하면서 재계총리격의 맹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정경유착이 문제가 되면서 정치권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분위기 하에 LG 구자경 회장, 롯데제과 유창춘 회장, SK 최종현 회장, 대우 김우중 회장 등이 단임, 연임됐지만 IMF 외환위기로 김우중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중견기업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SK 전문경영인 손길승 회장을 거쳐 LG에서 분리 독립한 GS그룹 허창수 회장에 이른 것이다.

경총이나 전경련에 비해 대한상의는 법정단체로 회장 지위가 확고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오는 3월 22일 총회를 통해 중임이 결정된 것도 이를 말해준다.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손경식 회장이 CJ오너 회장 기소와 관련 사임한 후 잔여임기를 맡았다가 2015년 3월 정식 선임을 거쳐 오는 3월 다시 3년 임기를 중임하게 됐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상인가문 3대로 최대 상인조직인 대한상의 회장직을 세습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대인 박두병 회장이 6~8대 대한상의 회장을 연임했고 친형인 박용성 회장도 회장직을 맡았다. 이보다 앞서 조부인 박승직 포목상도 경성상인조합 대표, 포목상조합 대표직을 맡아 3대 세습가문 칭호가 붙어 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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