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밥은 친근하다.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단어이다. "죽을 썩다. 식은 죽, 죽쒀서 개주기"등 상대적으로 죽은 말 그대로 죽어가는 약간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 임영숙, '밥'. 91X116.8cm, 장지에 혼합재료, 2018.

하지만 "너는 내밥이야. 이 밥통아. 이 밥버러지야. 내가 네 밥이냐?"라는 말의 친근함처럼 밥은 우리에게 친근하다. 심지어 식사끝에 밥을 먹지 않았으면, "밥을 먹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작가 임영숙이 이방인에게는 낯설지만 한국인에게 친숙하고 숭고하며 절절한 의미를 가지는 밥이란 소재를 화면에 옮긴 작품은 10월 2일부터 'She Bop: 그녀가 밥을 한다'란 타이틀로 합정동 여니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임 작가가 그려내는 화면은 초현실주의적이기도 하다. 밥에서 꽃이 만발하는가 하면, 밥에 산수화가 놓여지기도 하고, 밥을 자양분으로한 나무가 자라 올라오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인에게 큰 의미를 가진 밥은 임영숙 작가의 소재가 아니라 메시지가 된다.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아름다움을 위한 장치로 등장한다.

▲ 임영숙, '밥'. 60.6X72.7cm, 장지에 혼합재료, 2015.

조선 백자와 같은 하얀 밥그릇에 수북히 담긴 밥알들, 이들과 어우러지는 산과 들, 나무와 꽃 그리고 심지어 집의 모습은 르네 마그리트나 달리의 그림을 보는 듯한 비현실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임영숙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보면, 밥그릇은 스스로 캔버스의 역할을 하기도 하다가, 캔버스에 들어가는 소품이 되고, 어떤 때는 밥그릇이 사라져서 밥알 자체가 여백을 채우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밥 산수화에서 밥은 땅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임영숙은 밥을 자유 자재로 다룬다. 그리고 그 밥알들은 그 자체로 그녀의 낙관이 되어, 관객과 수집가들에게 각인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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