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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외 전문가3인 칼럼] 한미 정상회담, '궁극의 목적' 재확인북한의 핵무기 폐기 설득이 관건…현 북핵 폐기 전략의 재검토 필요
  • 박휘락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
  • 승인 2019.04.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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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의 안보백신] 

이번 회담의 성과는 자명한 사실의 재확인
북한의 핵무기 폐기 설득이 관건…현 북핵 폐기 전략의 재검토 필요

<북핵 전문가 4인 공동기고>: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 송대성(전 세종연구소장) / 신원식(전 합참 작전본부장)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평행선을 그으며 정상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였지만 2019년 4월 11일 두 시간 정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를 진전시킬 수 있는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결정과 로드맵을 제시할 때까지 경제제재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한국 정부의 “Good Enough Deal”이나 “Early Harvest” 등의 이상한 제안은 제대로 거론되지도 못하였다.

북한 역시 동일한 시간대에 노동당정치국 확대회의, 노동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면서도 북핵을 폐기하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김정은은 정치국회의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반복적으로 경제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자력갱생”을 강조하였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면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을 평가하였다. 그는 “그러한 궁리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면서 핵무기 폐기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였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자명한 사실의 재확인

지난 2월 28일의 하노이 회담에서도 그러하였지만, 특이하게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합의가 없는 것이 다행스럽게 인식되고 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을 때 안도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번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별다른 합의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관한 현 정부의 접근방법이 위험하거나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결정하도록 설득하지는 않은 채 북핵 폐기의 강력한 압박수단인 미국의 경제제재를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교훈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주요 인사들의 집요한 설득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핵 폐기 이전에는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확고하다. 회담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으며, 개성공단 재개에 관해서도 “적기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고, 3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면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 조치가 없이는 어떤 정책도 변화시킬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낙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요청하면서 유연한 입장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기대했겠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확실한 의사와 신뢰할만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이전에는 경제제재를 해제하거나 쉽게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노이 회담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조차 핵무기 폐기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 조치가 없이는 북한의 약속을 믿지 않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러한 입장은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조야의 공식적인 견해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제 문대통령과 정부는 미국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을 설득하여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의 사태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듬으로써 비롯되었고, 미국이 제재를 강화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아서 계속 악화되고 있다. 현 정부와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 유연한 입장으로 정책을 변화하면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될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태의 본질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문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을 설득하고자 했다면 북한의 김정은과 먼저 소통하여 핵무기 폐기에 관한 확고한 로드맵을 확인하고 전달했어야 했다.

셋째, 이번 회담을 통하여 드러난 한미동맹의 모습은 과거와 매우 달랐고, 따라서 우려스럽다. 한미 양국은 70년 가까이 동맹을 지속하면서 우정이 깊어졌고, 특히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모범적인 국가로 성장함에 따라서 미국은 한국을 존중하고, 한국이 제안하는 사항이 있으면 가급적이면 들어주고자 했다. 한미 정상이 만나면 최대한의 예우를 베풀었고, 양국은 호혜적이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과시하곤 했다. 그러나 2018년 5월의 문대통령의 방미에서도 그러하였지만,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우리를 배려하거나 존중하는 모습은 없었다. 우리의 제안은 무시되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회담은 몇 분에 불과하였으며, 합의문도 각자가 다른 내용으로 발표하였다. 회담이 진행될수록 한국의 국격이나 한미동맹의 위상은 낮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 설득이 관건

이제 문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여 핵무기를 포기시킬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 동안의 세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 지도자 간에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고, 일부 국민들이 반대함에도 북한을 지원해주기 위하여 노력해온 성의가 있다면 이제 정부는 북한에게 핵무기 폐기를 위한 확고한 의지와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핵무기를 개발하였다가 폐기한 국가들은 모두 스스로가 확실하게 결심한후 분명하게 공표하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 자신이 비밀리에 만든 6개 정도의 핵무기를 1990년 스스로가 폐기한 다음 국제사회에 공개하였다. 냉전종식 후 독립하면서 소련이 배치해둔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모두 스스로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후 국제사회의 지원하에 폐기하였다. 핵무기 개발 단계에서 폐기한 리비아의 경우에도 2003년 당시 지도자였던 가다피가 스스로 폐기 결정을 내린 후 영국을 통하여 미국에게 의사를 전달하였고, 그래서 2년도 채 안되는 단시간에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였다. 반대로 이란의 경우 2003년부터 10여년을 협상하여 2015년 핵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과 협정을 맺었지만 스스로가 확실하게 결심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의심받고, 그래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그 협정을 탈퇴한 후 다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과 “세계적인 핵강국으로 재탄생”되었음을 천명하면서 핵보유의 바탕 위에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병진정책을 추구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음에도 북핵 폐기에 진전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사가 확고하다는 현 정부의 주장은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김정은은 며칠 전 4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의 미사일 요격시험이나 군사연습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 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면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미북회담을 할 용의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결국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주장해온 바와 달리 북한은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할 용의가 없는 셈이다.

이제 문대통령과 현 정부는 위와 같은 북한의 입장을 냉정하게 이해한 바탕 위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폐기 이외에 생존방법이 없다고 판단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경우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정부는 오히려 미국과 협력하여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이를 지렛대로 하여 북한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우리 보수층이나 미국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고양이의 목에 핵무기 폐기라는 방울을 달아야 한다. 북한에게 핵무기 폐기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면서 미국에게 경제제재 완화를 간청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현 북핵 폐기 전략의 재검토 필요

어떤 말을 해도 문대통령과 현 정부는 듣지 않겠지만, 이제 정부는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북핵의 폐기가 가능한 것인지를 냉정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북한에게 잘해주고,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인식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잘해줄수록 우리를 얕보고,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휴전협정의 대표였던 조이(Charles Turner Joy) 제독은 사망하기 1년 전에 발간한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How Communists Negotiate?)라는 책에서 힘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산주의자의 양보를 끌어낼 방법은 없다고 회고하였다. 강력한 압박없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실현할 방법은 없다.

북핵 폐기라는 목적은 좋지만 그 방법이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일방적이라는 점은 한국 정부에 대한 김정은의 언급을 보면 알 수 있다.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우리 정부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나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고 “제정신을 가지고” 당사자가 되라고 주문하였다. 숨은 의도와 상관없이 위와 같은 언사 자체는 공식적으로 사용되어서는 곤란한 용어이고, 우리 정부와 우리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현 정부는 당연히 이 언사에 관하여 북한에게 항의해야할 것이고, 동시에 어떻게 해서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과 현 정부는 남북관계만 개선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위 언사에 관하여 불쾌함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 북한에 관하여 폭넓은 의견과 논의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제발 정부는 내부적으로라도 북핵 폐기에 관한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한 후 지금까지의 전략을 재검토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나아가 야당 지도자를 비롯한 보수층 인사들을 초청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솔직한 의견에 귀 기울여야할 것이다.

의도가 좋다고 하여 결과가 나쁜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의도는 좋았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은커녕 지원한 셈이 되었다. 현 정부도 대화를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키겠다는 선의에 의하여 현재의 북핵 정책을 시작하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핵 폐기를 더욱 멀게 만들고, 북한에게 핵능력을 증대를 위한 시간을 허용하고 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역사책에서 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한번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Show me the Money!”

이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할 일은 너무나 분명하고, 또한 간단하다.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결정과 그를 위한 로드맵을 획득하여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문대통령과 현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는 약속을 전달하였고, 북한과 북핵의 위협에 힘들어하던 국민들이라 이러한 약속에도 흥분하면서 엄청난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한 약속의 반복에만 머물 수는 없다.

이제 문대통령은 일방적인 장밋빛 전망만 국민들에게 남발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폐기라는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북한에게 핵무기 폐기라는 용단을 내리고, 폐기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여 제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일을 성취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해야할 일이고, 이를 통하여 그 역량을 평가받는 것이다. 북핵 폐기라는 결과로써 협상과 설득에 관한 문대통령의 탁월한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하면 한민족의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 역사에서도 핵위협을 대화로써 제거한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금은 랩 가수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명칭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Show Me the Money!”라는 말은 유능하다는 설명을 하지 말고 실제 능력을 보여 달라는 말이다. 노래와 춤을 얼마나 잘 하는 지 자랑할 필요가 없이 실력이라는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는 너무나 명료한 주문이다. 문대통령과 현 정부는 북한과 얼마나 좋은 관계이고,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얼마나 공고하며, 남북관계 또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그들의 복안이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라는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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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  econotalk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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