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해 부당이득 취하고 있다”…원천특허 회피 ‘불가’

▲ LG화학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소송전이 맞고소에 이은 맞고소로 극한 대립 양상을 띄고 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심각하게 특허침해를 당했다며 미국 법원에 제소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유사한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바 있어 양사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며, 배터리 관련 미국특허를 포함해 총 5건을 심각하게 침해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LG화학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정당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글로벌 특허 소송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2차 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셀을 비롯해 모듈과 팩, 소재 및 부품 등 제품들에 대한 미국 수입 전면금지를 요청했다.

또 동일한 이유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원천특허 '회피 설계' 불가능

LG화학 관계자는 “앞서 지난 3일 SK이노베이션이 L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지만 더욱 심각한 이유가 있다”며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이 만든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에서 LG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과 양극재 2건 등 5건의 특허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것으로 판단되는 특허 건은 핵심소재 분야 필수요건을 권리로 갖는 ‘원천특허’로 다른 발명자들이 이 특허의 적용 없이 회피설계가 불가능하다”며 “성능 저하 없이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화한 기술로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SRS® 기술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을 코팅해 열적·기계적 강도를 높여 내부단락을 방지하는 기술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핵심기술로 평가된다.

지난 2016년 NASA(미우주항공국)는 자체개발한 우주복에 적용할 배터리를 찾고자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샘플을 토대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쳤고, LG화학은 경쟁국인 일본 등을 제치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NASA 관계자는 “해당 테스트에서 LG화학의 배터리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장수명 등의 우수한 성능을 구현해 NASA의 우주복에 가장 적합한 배터리임을 입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LG화학, 유일한 화학기반 배터리 기업…특허 2300건

LG화학이 주장하는 또 다른 특허는 양극재와 관련된 것으로, 이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높이는 역할과 함께 재료비의 4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다.

LG화학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공급업체 가운데 유일한 화학기반 회사로서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LG화학은 양극재 분야에서만 전 세계적으로 23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LG화학이 생산하는 배터리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판단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향후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대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구체적 내용도 밝히지 않고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소송을 진행한 LG화학과 달리, 우리는 소송 목적도 명확히 특정했다”고 덧붙였다.

SK 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LG화학에서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하는 LG전자도 함께 제소했다.

남은 것은 재판 뿐, 소송비용 최대 5000억원

이런 가운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에 쏟아 붓는 비용이 연간 1800억원에 달해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2-3년이 걸린다는 가정 하에 총 4000~5000억원은 소모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 나왔다.

이어지는 양사의 소송전과 대립으로 경쟁 국가들에게는 반사이익을 주게 되고 우리 기업들은 아까운 돈과 시간을 소모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어정쩡한 태도로 중재 아닌 중재를 진행해 온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얼마 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양사의 CEO 회동을 마련해 양사의 타협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지만, 실제로는 실마리를 풀기보다 꼬이게 만든 형상”이라면서 “이것은 중재를 한 것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대비 ‘우위’에 있는 R&D 투자비용과 특허 건수를 내세우며,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R&D 투자비용은 2300억원, LG화학의 투자비용은 1조원 이상이며, 2차 전지 특허건수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1135건, LG화학은 1만6685건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난 CEO의 비밀회동 이후, ‘총수 간의 만남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한 때, 양사 총수들 간의 만남에 대한 기대 섞인 예측도 나왔으나 양측의 이어진 맞소송에 이제는 재판을 통해 매듭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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