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의 노사 임단협 결렬 이후 국회에서 GM의 한국 철수에 대한 명분을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국GM의 임금단체협상 교섭이 최종 중단되면서 올해 협의는 사실상 실패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회에서 한국GM의 교섭 실패가 GM의 철수 명분을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 10차 임단협 교섭 중단에 따른 한국철수설이 또 다시 올라오고 있다. 최근 실적조차 내수 꼴찌를 기록하면서 GM 본사 입장에서 한국에 공장을 유지할 이유를 찾기 힘들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의 협약에 의해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는 없겠지만 트랙스를 비롯한 협약 외의 물량을 (GM이) 뺀다면 제동을 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국내 공장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물량을 뺀다는 것은 생산을 중단한다는 의미이며 생산을 중단한다는 것은 공장이 가동되는 이유가 사라지는 것인데, 이는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 이후 한국GM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한국GM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하던 당시 노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GM이 수입차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공장 생산은 줄이고,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통한)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바 있다.

일각에서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국내 공장들은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GM이 자동차 디자인을 위한 국내 법인은 지속 유지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GM이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던 우리 정부와의 약속도 지키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철수할 명분 누가 만들었나…교섭 중단 요인 제공자는?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트랙스 등) 일부 물량이 해외로 빠지면 한국GM의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결국 경영난맥으로 노조 반발이 심해져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명분 커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노조의 강경 대응을 빌미로 GM이 철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노조가 긴 미래를 보고 협의하도록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돌려보면 한국GM 노사는 지난 5월말 교섭을 위한 장소 선정에서부터 갈등을 빚어오다 한 달반 만에 장소를 결정했다. 이후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측은 약 3개월여를 제시안 없이 교섭 자리만 유지해오다 양측의 대치가 극에 달할 즈음 노조는 2002년 이후 17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는 사태까지 일었다.

최종적으로 지난달 30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노조 지부장과 독대를 하면서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성실교섭기간을 정하는 등 사측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8일 열린 10차 교섭과 10일 열린 재교섭에서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카젬 사장은 글로벌 GM에 노조의 요구안을 전달하고 논의를 진행 중이니 파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노조는 이를 수용해 정상근무와 특근을 이어가며 사측의 제시안을 기대했으나 한국GM 경영진이 내놓은 안은 ‘최대 300만원에 이르는 차량 구매 바우처’에 그쳤다.

앞서 노조는 국민혈세를 8000억 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한국 공장을 지켰는데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에서 생산계획이 없다는 말에 수긍할 수 없다며 “카젬 사장은 GM의 허수아비 일뿐, GM 본사에서 미래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를 이어왔다.

최종적으로 노조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불가’라는 사측의 통달이 나왔으나, 노조 집행부는 바우처 등 미미한 부분이나마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길 원했다. 다만 노조 측 교섭 대표들 가운데 다수가 사측의 제안으로는 합의를 이룰 수 없다며 교섭중단을 요청했고 최종적으로 교섭이 결렬됐다. 사측의 제안이 교섭 중단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GM, 한국공장 장기 계획?…사측, "생산성 먼저 보여야"

지난달 로이터 등 외신들은 “한국GM 노조가 기본임금 동결을 비롯해 2년 연속 성과금을 줄 수 없다는 GM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GM으로부터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의 생산계획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는 임금은 없어도 괜찮으나 GM의 비전을 듣고 싶어 했다”면서 “GM코리아에 요청해도 장기 계획을 들을 수 없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방한했던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 노조의 지속된 파업에 따른 생산성 우려는 한국GM만 손해 보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북미 공장들이 최근 문닫은 상황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던바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에 대한 부분은 한국GM 경영진이 아닌 GM 본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며, GM 본사 입장에서는 2022년 이후의 생산방향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한국GM 관계자는 “GM 본사에서 임원(줄리언 블리셋 사장)이 와서 그렇게 말한 것이 진의는 아니겠지만 누가 알겠느냐”라며 “회사는 지금 공장과 인력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지켜낼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은 합리적인 것인데, GM이 북미 공장 5개를 폐쇄하면서도 한국 공장을 유지하고 적자가 나는상황에서도 64억 달러(약 7조5800억원)를 투자한 것은 한국 사업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강경했던 노조의 대응이 GM 본사에 어떻게 비춰지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GM 사측은 지난해 노조나 조합의 희생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좀 더 참아야 될 시기라며, 오히려 생산성을 입증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 GM이 트래버스의 한국 론칭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GM)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