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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칼럼] KBS 적폐청산 '진미위', 불법 숙청은 내리막
  •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 승인 2019.11.12 08:46
  • 댓글 0

MBC와 달리 KBS에선 해직자 나올 수 없게 돼...숙청할 “골든타임” 이미 놓쳤다
"기록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KBS 불법 숙청 주도하고, 부역한 사람들 이사회 회의록에 기록돼

진미위 설치 반대 법리와 논리 제공하고 이사회에서 투쟁한 차기환 이사의 공도 커
법원, "소위 KBS 적폐청산기구 ‘진미위'의 징계요구는 위법"...前보도국장 해임등 17명 징계효력정지
文정권의 방송계 '피의 숙청'은 종쳤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다섯번째)가 지난 7월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앞에서 KBS 선거개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전 KBS 이사) 칼럼@이코노미톡뉴스] 법원이 지난 10월 29일 KBS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의 징계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징계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지만, 결정문은 진미위가 직원들을 해임 등 징계하려는 시도에 “절차상 실체상 위법”이 있음을 명확히 인정했다. 이로써 정치 권력과 언론노조의 마음에 안 드는 직원들을 “손 보려는” 불법적 숙청은 막을 내리게 됐다. 앞으로 있을 본안 소송의 결과는 당연히 가처분 신청의 결정과 같을 것이다.

권력을 장악한 문재인 정권은 방송장악을 위해 성재호·오태훈·이병도·김시원·강윤기·김귀수·윤인구 등이 앞장 선 민노총 산하 KBS언론노조를 앞세워 막가파처럼 돌진해 나갔다. 위의 이름들을 잘 기억해두시라. MBC에서는 우파권 이사 두 명을 겁박해서 사퇴시키고 이사회 다수를 장악하자마자 사장을 갈아 치우고 “숙청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망나니 칼춤을 추어댔다. 이 와중에 권력에 밉보이고 언론노조에게 찍힌 직원 수십 명이 해임되거나 사직을 했다. KBS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 마구잡이 숙청을 하려 했으나 무자비한 퇴진압력을 당한 이인호 이사장과 필자가 버티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다. KBS 언론노조와 온갖 좌파세력이 협력한 이 ‘작전’이 실패하자 이들은 비겁하게 청와대에 SOS를 쳤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청와대가 차례로 나서서 “일을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한마디로 스타일 구기는 방식이었다.

결국 필자는 대통령 해임으로 갔지만, 그 몇 달을 버틴 것이 ‘나비효과’를 가져왔다. KBS가 장악된 것은 2018년 1월이었고 새 사장이 취임한 것은 같은 해 4월에 이르러서였다. KBS는 뒤늦게 숙청작업에 들어갔고 “KBS진실과미래위원회라”는 이름도 거창한 불법적 숙청기구를 간신히 뒤늦게 만들었다. 2018년 5월 30일 진미위 설치 안건을 논의하는 이사회가 열렸다. 이 이사회의 회의록(제 910차 정기 이사회)은 현재 공개가 된 상태이다. 이 회의록을 읽은 사람들은 몇 가지 경악할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이 불법 위원회의 설치를 있는 힘을 다해 저지했어야 할 야권이사 네 명 중 차기환 이사만 처절하게 법리적 논리적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 다른 이사들은 아예 한마디도 하지 않던가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자유한국당 과방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의록을 읽으면서 엄청난 실망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고 토로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 회의록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기록은 거짓말을 안 하며, 위기의 순간에는 사람들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결국 6월5일 야권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 진미위 설치는 가결됐고 활동에 들어갔다.

불법인줄 알면서 진미위 설치를 이사회에 상정한 경영진(양승동 등)은 물론, 당시 이 황당하고 불법적인 진미위 설치를 강행한 김상근 KBS이사장과 조용환, 권태선, 강형철, 김서중, 전영일, 장주영 이사 등은 어떤 형태로건 여기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 변호사인 차기환 이사가 개진한 반대 논리들은 나중에 진미위의 불법성을 밝히는 기초논리와 근거가 됐기에 차 이사의 피나는 노력은 오늘날 진미위 불법화라는 대사건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친 진미위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전열을 정비한 건전우파성향의 KBS공영노조가 법적 준비 등 대응태세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성창경 위원장, 박혜령 부위원장이 이끄는 공영노조는 비록 숫자는 적어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시의적절한 성명서를 내면서 KBS의 권력선전선동 도구화를 매섭게 꾸짖었고, 김기수 변호사. 장재원 변호사의 헌신적인 법적 도움을 받으면서 진미위의 불법성을 밝히고 무력화시키는 선봉장이 됐다. 이들의(성창경, 박혜령, 김기수, 장재원, 차기환) 이름은 나중에 KBS에서 기념비로 기려도 될 정도의 업적이라 생각한다. 이 법적 투쟁에 앞장을 섰어야 할, 즉 소송의 주체로서 참여했어야 할 현 야권 이사 세 명이 여러 이유를 대며 이 ‘전쟁’에서 빠진 것은 아쉬운 일이며 두고두고 세 사람의 경력에 오점이 될 것이다.

진미위의 손보기 주요대상이었던 이제원 전 1라디오 담당 국장의 경우를 보자. 진미위에서 정직 6개월을 받은 이씨는 이미 2017년 7월 10일 “직위해제”를 당했었다. 필자는 이사로서 당시 직위해제의 문제점을 이사회에서 개진했다. 사실상 문제는 이 국장이 아니라 아무런 사전허가 없이 임의로 한완상 전 부총리를 섭외하고 진행한 담당MC(이주향 교수)와 작가에게 있다는 게 요점이었다. 이 국장은 담당피디가 뒤늦게 섭외취소를 문의하자 “인문학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한 씨의 저서가 인문학이 아닌 정치적 의견을 얘기한 책이기에 섭외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씨의 저서는 정치적 의견을 주로 얘기한 책으로 인문학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담당국장으로서 응당 해야 할 데스킹을 했던 것이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진미위 활동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담이지만 당시 이사회 직전에 필자와 이 문제를 적극 거론하는데 동의한 한 이사는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역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알 것이다. 다시 얘기하거니와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필자의 눈길을 피하던 그 이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진미위라는 것은 애초부터 태생이 잘못되고 의도가 불순한 기구였다. 필자가 몇 번 지적했듯이 진미위 위원장을 맡은 정필모 KBS 부사장이 불법적으로 부사장에 임명된 사람이었으니 이 기구의 무리수는 애초에 예견된 것이었다. 그는 중징계 심의 중에 갑자기 부사장에 임명됐다. 중징계 심의 중인 사람은 승진도 사임도 할 수 없는 데, 부사장 임명을 받자마자 임원이 되기 위한 일반 직원 사임을 하고 이사회 인준을 거쳐 부사장으로 벼락출세를 했다. 임명한 양승동 사장이나 임명된 정필모 부사장은 물론 이 인준에 찬성한 김상근 이사장 이하 모든 이사들은 역시 나중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진미위 위원장인 정필모는 물론 이 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김의철 보도본부장, 김진 민변 부회장(외부위원), 그리고 산하의 실무부서인 “진실과미래추진단”의 복진선 단장과 이진성 조사역 등 12명 역시 마찬가지다. KBS의 “접수”와 운영을 사실상 뒤에서 지휘했다고 알려진 KBS언론노조의 “실세들”(“1호 김성일, 2호 엄경철, 3호 최선욱, 4호 이도경”) 역시 이 악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방송장악에 앞장서서 지금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미 많이 언급된 “홍위병”들도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을 것이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현실적으로 아무 실익이 없이, 오히려 엄청난 불이익과 고통을 받으며 KBS 이사직 사퇴 압력에 대해 강경하게 거부하고 투쟁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는 세 가지였는데 그중 두 가지는

1.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의 폭력적 탄압에 순응하지 않고 버텨서 그 불법성을 훗날이라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

2. 파업 중인 언론노조원들이 홍위병들처럼 들어와 무자비한 패악질과 숙청을 하는 것을 늦추고 막기 위함.

두 목적 중에 2번은 요번 판결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 버틸 때에는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대의명분 상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기쁠 뿐이다. 징계대상 목표 “2호”였고 진미위에서 영광스러운(?) 정직 6개월을 당한 이제원 전 국장은 며칠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KBS 진미위, 권한 없는데 징계 요구"… 법원 "징계무효" 판결 2019.10.30.)에서 "2017년 당시 강규형 전 KBS 이사가 반대 세력에서 요구하는 자진사퇴를 거부하면서 몇 달 간 버텨주신 덕분에 진미위 출범이 늦어졌고, 우리로선 법적 대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필자로선 고마운 언급이다. 필자는 이제원 국장과 만나서 인사 나눈 적도, 차 한 잔 한 적도 없는 사이다.

결과적으로 초토화된 MBC와는 달리 KBS에선 해직자는 물론이고 사임자도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상태로 가게될 것이다. 1차적으로 정치권력과 KBS언론노조가 “골든타임”을 놓쳤고, 그동안 전열을 정비한 공영노조와 변호인 들이 시의적절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 얻어낸 결과였다. 요전 판결은 MBC에서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소송을 할 때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기에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요전 일로 정신을 차려야 할 KBS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보도가 마침 나왔다. 정권 옹호하고 선전하기, “조국 빨아대기” 보도를 앞에서 이끌며 왜곡 보도를 일삼은 KBS 실세인 엄경철(KBS언론노조 초대 위원장 역임) 9시 뉴스 메인앵커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하면서 편파방송을 오히려 강화할 태세이다. 독도에서 추락한 소방헬기 이륙장면을 찍고도 이것을 은폐한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기사의 작성자인 기자도 역시 언론노조 소속이다. 어떻게 예상을 하나도 안 빗겨나나. KBS는 이렇게 점점 더 타락하고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이번 진미위 불법판결을 통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것을 기대한 사람들이 나이브하다는 것을 보여준 살아있는 예가 될 것이다.

*위 칼럼은 펜앤드마이크 2019.11.03자에 실린 글을 필자가 상황전개에 따라 수정증보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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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econotalk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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