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3법 의결, 국회상정 통과 예상
경영계, 친노동 편향 갈수록 심화우려

정부는 2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2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공약이나 ‘비정규직 제로화’ 등 친노동 대선 공약이 노사갈등 심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를 통해 노동관계 3개법안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대선 시 ILO 핵심협약 3개법 비준 공약의 일환으로 해직자, 실직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친노동 법안이다. 이를 곧 국회에 제출하면 집권당의 압도적 위세를 바탕으로 통과될 것이 확실시 된다.

실직, 해직 강성 투사가 돌아오나


국무회의를 통과한 3개 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노조설립법, 교원노조설립법 개정안 등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서 입법을 추진했지만 야당과 경영계의 반대로 무산되어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그 뒤 4.15 총선서 집권당이 압승함으로써 ‘일당독재 입법체계’를 갖추어 다시 입법을 서두르는 모양이다.

이들 개정법안 속에는 경영계가 강력 반대해온 뜨거운 쟁점이 곳곳에 실려 있다. 그러나 노동계의 강력한 뒷받침 아래 친노동 문정권이 그대로 밀고 갈 형국이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실업자,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것은 ‘비종사자’의 노조활동 보장으로 “임․단협 과정이 과격 투사들의 무대로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 규정의 삭제는 오랜 논란과 진통 끝에 도입한 규정을 삭제, 후퇴시킨다는 의미다.

다만 단체행동 시 사업장 내 생산시설, 주업무시설의 점거 금지, 단협 유효기간의 3년 연장은 경영계 요구의 일부를 수용한 의미다.

공무원노조법 개정 골자는 퇴직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 허용이다. 또 노조 가입 직급기준 6급을 삭제함으로써 5급 사무관급 이상 고급 공무원의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중대 변화를 예고한다. 교원노조법 개정은 퇴직교원 및 대학교원 노조의 가입 허용으로 ‘법외노조’인 전교조의 합법화 길을 터주는 의미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들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정관이 교원노조법 규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를 법원에 제소했지만 1, 2심에서 패소, 대법원의 최종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법원의 판결과 상관없이 전교조의 합법화가 열리는 것이다.

친노동 편향, 갈수록 ‘기울어진 운동장’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경총을 비롯한 경제계는 현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노동계는 지난 대선뿐만 아니라 4.15 총선 때는 이를 정부에 적극 촉구함으로써 청와대와 여권의 동의를 받아 왔다.

2017년 9월에는 ILO 사무총장이 방한하여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핵심협약 비준을 요청한 바 있었다. 이는 곧 한국노총, 민노총 등 양대 노총의 입장 대변이기도 했다. 그 후 지난해 5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개 협약 비준절차에 돌입’한다는 정부 입장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3개 개정법안 입법예고에 대해 경제단체가 합동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야당이 반대함으로써 입법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민주당 176석에 범여권을 합치면 187석의 거대여당으로 노동관계 3개 법안은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지만 이는 곧 ‘일당독재 입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경총은 지금도 양 노총의 투쟁력이 지배하는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속에 “아무런 대안도 없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노사관계가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말 것”이라고 반발한다. 경총은 특히 해직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투쟁만능의 투사들을 임단협 현장으로 보내 더욱 거친 투쟁장으로 만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경제계는 지금껏 외국인 투자가 기피하는 요소가 법인세 인상 ‘역주행’과 ‘전투적 노조’를 꼽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또한 공무원 노조 가입 기준 철폐로 고급 공무원들의 노조활동 허용이 경제규제 개선, 완화 기대에 역행 아닐까 우려하기도 한다.

또 전교조의 합법화에 대해 학부모단체들은 “자녀들을 전교조 없는 교육현장에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무너지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전교조가 출범 당시에 제시한 ‘참교육’은 실종되고 좌경 이념교육에 집착하는 전교조의 합법화가 다시 교육현장의 파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대선공약 억지, 무리, 떼법 연속 아닌가


대통령의 친노동 공약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협력사 소속 보안검색 요원 1900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노․노 갈등 파란을 몰고 왔다. 이들 협력사 요원들을 본사 청원경찰로 무더기 정규직화한 것은 청와대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직후,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 “연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이때 경총이 후속 파장을 우려하자 대통령이 직접 “경총은 반성부터 하라”고 했다. 대통령 말씀은 재벌 이익을 대변해온 경총이 ‘양극화의 주범’ 아니냐는 지적으로 들렸다. 이로부터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말을 함부로 못하는 ‘유구무언’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인천공항은 대통령 방침에 따라 1만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온갖 진통을 겪으면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본사 정규직 1400명보다 훨씬 많은 1900명을 정규직으로 수용, 노․노 갈등을 촉발하고 말았다. 이날 정규직 노조는 ‘노동자 배제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반대’ ‘이참에 취업도 추첨하라’는 푯말시위로 규탄했다. 앞으로 헌법소원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공항 경비대 소속 1700명이 “우리는 왜 자회사 소속이냐”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시험 본 까닭이 있느냐”는 탄식도 나왔다. “이게 문정권이 말하는 공정이고 평등이냐”는 핀잔도 쏟아졌다.

이처럼 친노동 대선공약이 억지, 무리, 떼법으로 고용시장을 혼란시켰다는 비난을 그냥 두고 갈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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