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긍지와 자부심

월간지 경제풍월에 실린 김동길 교수의 '이게 뭡니까; 칼럼. (사진=경제풍월DB)
월간지 경제풍월에 실린 김동길 교수의 '이게 뭡니까; 칼럼. (사진=경제풍월DB)

[김동길 교수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나는 75년이 넘는 을 살면서 고맙게 생각하는 몇 가지가 있다. 권력과 민중 사이에서 마땅히 권력의 잘못을 지적하며 민중 편에 서야 할 언론이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권력 편에 서서 권력을 두둔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고 통탄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당당히 권력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언론 매체가 있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끼게 한다.

이 시대의 '(월간)경제풍월' 긍지와 자부심

경제풍월의 부탁을 받고 이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꽤 오래됐다. 그런데 편집자는 단 한번도 “이렇게 써 달라, 저렇게 써 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없다. 언제나 마음대로 쓰라는 것이다.

크나 작으나 모든 기업은 권력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국가권력으로 세무 사찰을 할 수도 있고 탈세 혐의 명목으로 엉뚱한 괴로움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향해 “마음대로 쓰세요”라는 신문, 잡지는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책에 (대통령 각하 이게 뭡니까, 2003.12 좋은이웃집) 담겨진 글들은 내 마음대로 쓴 글들이고 그런 글을 쓰게 하고 이런 책을 낸 경제풍월에 대하여 나는 경의를 표하지 아니 할 수 없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배병휴의 경제풍월’


글 쓰는 자유, 말하는 자유가 없으면 자유가 없는 것이다. 떠드는 자유, 주먹질 하는 자유, 잡담하는 자유, 남을 중상모략 하는 자유, 거짓말하는 자유는 허용돼서는 안 될 자유이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쓸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나라가 민주국가요, 선진국가인 것이다.

나는 70이 넘도록 살면서 해방 후의 정권들을 다 경험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 하에 무슨 자유가 있었겠는가. 김영삼, 김대중 두 김 씨는 군사정권 하에서 민주화 투사로 알려졌으나 이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민주화 투쟁을 내세웠을 뿐이지 민주주의와는 무관한 인물들로 오로지 정권욕에만 불타있던 사이비 민주 지도자들이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나는 이 두 사람의 정권 하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TV 출연도 수없이 취소당하고, 내가 맡고 있던 TV나 라디오 프로도 ‘개편’이란 미명하에 중단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 있는 사람들처럼 권력에 약한 피조물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어떤 신문사는 내 글을 여러 해 연재하다가 ‘미안하다’면서 중단했고, 대구의 어떤 신문사는 견디다 못해 쓰러진 사실을 알고 있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잡지 하나가 ‘배병휴 씨의 경제풍월’이었다. 이 잡지가 경제문제만 다루는 줄 착각하고 당국이 방심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상을 의심한다”는 내용의 글도 어떤 잡지는 부탁하고도 싣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풍월은 달랐다. 무슨 글이건 내가 쓰면 그냥 실어준다. 이 잡지를 생각하면 나는 차마 “대한민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말할 수가 없다.

김동길 교수의 단행본, (사진=경제풍월DB)
김동길 교수의 단행본, (사진=경제풍월DB)

JP 손잡았으니 사상검증 끝났다고?


지난 15대 대선 때 김대중 씨는 “내가 김종필(JP) 씨와 손잡았으니 사상검증 다 끝난 것 아닙니까”라고 주장했다. (JP는 ‘유신잔재’라는 비판에 대응 하여 나는 ‘유신본당’이라고 응수했다)

선거기간 중 DJ는 대북관계에 관한 자신의 청사진을 밝히지 않고 숨겼다. 대통령 취임 후 ‘햇볕정책’이란 걸 꺼내어 ‘분단을 넘어 화해로’라고 강조하니 실상 모르는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유도됐다. 그로부터 미전향 간첩을 풀어주어 마음대로 암약토록 만들고 평양 가서 김정일을 만나 6.15 선언을 발표하니 국민들이 박수로 환영하는 모양이었다.

DJ는 목적이 따로 있었다. 2000년 6월 13일, 평양회담을 계기로 갑자기 ‘세계적 위인’처럼 행세하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니 그의 필생의 꿈을 이룩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 그의 노벨평화상은 기업체 돈 뜯어 퍼준 뇌물 아닐까.

당초 DJ가 평양 가기로 약속한 하루 전날 갑자기 북측에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홍콩은행을 통해 김정일의 통치자금 계좌로 들어와야 할 회담의 대가가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에 국정원 조직을 동원하여 달러 송금을 서둘러 방북 허락을 받고 평양 가서 김정일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닌가.

어쩌다가 나라꼴이 이 모양이 됐는가. “어떤 놈이 이 꼴로 만들었느냐”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묻습니다. “대통령 각하, 대한민국과 인민공화국 어느 쪽이 중요합니까. 달러 퍼주고 김정일 만나 노벨평화상까지 다 먹었으니 이제는 이 나라 백성들을 위해 일 좀 해야 하지 않습니까”

2017년 8월 17일 경제풍월 창간 18주년 행사, 이날 저자와의 간담회에는 김동길 박사를 비롯하여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송정숙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이동형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경륜높은 논객들과 편집위원들이 많이 참석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2017년 8월 17일 경제풍월 창간 18주년 행사, 이날 저자와의 간담회에는 김동길 박사를 비롯하여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송정숙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이동형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경륜높은 논객들과 편집위원들이 많이 참석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노무현 씨 왜 그래요’


말이라고 함부로 하는 사람 때문에 우리가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그런 말실수가 한번이 아니고 자주 여러 번 되풀이 하니 고칠 수 없는 버릇인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씨 왜 그래요”라는 칼럼이 여기서 나왔다. (김동길 박사는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늘 노무현 씨라고 표현했다)

일전에 노무현 씨가 일본을 방문하여 일본 천황 초청 만찬에 참석하고 고이즈미 총리와 회담하고 중의원에서 연설도 하고 귀국했으니 매우 찬란한 일정을 누렸다. 그런데 중의원 연설 후 간담회에서 노무현 씨가 “나는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공산당 우두머리 시이 가즈오가 노무현 씨에게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몇 번이나 반복 강조한 점을 인상 깊게 들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한국과 일본 공산당 간의 교류 증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노 씨는 “한국을 방문하신다면 적극 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 대통령이 한국이 공산당 활동을 인정하지 않으니 이는 민주국가로서 문제다. 내가 일본 공산당을 받아들이는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당시 공산당에 관한 노 씨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무슨 변명을 했다지만 우리들 가슴 속에 서린 의심의 안개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휴전선을 두고 북의 공산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6.25 때 그 많은 피를 흘려 사수해놓고 늘 경계해야 할 인물이 평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게 했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