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장수기업을 일으킨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회장 생존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장수기업을 일으킨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회장 생존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재벌경영이 각광받아 화려한 무대로 비쳐지고 있었지만 창업주 오너 총수 아래 전문경영인(CEO)들은 점차 과로에 지쳐 고달프다는 시름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외형 경쟁이 치열한데다가 각계로부터 주목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자 압박이었던 것이다.

재벌그룹 소속 계열사 사장 자리는 누가 봐도 자랑스런 벼슬이다. 고액의 연봉에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아 존경과 신망의 대상이다. 비록 오너 총수 아래 지시받고 하명에 충성하는 자리이나 회의를 주재할 때 중앙에 위치하면 모든 주위사람들이 굽실거린다. 이 때문에 옛 벼슬에 비유하면 정3품 이상 당상관에 속하지 않느냐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왜 ‘고달프다’ ‘피곤하다’는 푸념이 나올까. 한마디로 말하면 투기열풍, 한탕주의 열전의 후유증이다. 겉으로는 투기, 탈세, 불법, 편법 없는 ‘정도경영’을 내세우지만 한탕주의 경쟁으로 생존을 다투다 보니 최고경영자마저 골병, 속병을 달고 다녔다.
외형 확대에 쫓기면서도 내실경영이 문제이고 악성부채에 의한 부도위험도 회피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관치시절이니 대 관청 업무가 너무 어렵고 은행장 문안 올리기도 벅차 죽을 맛이었다. 이 같은 ‘잡역’을 오너 총수는 알지도 모르지만 알아도 모른 척하게 되어 있다.

이럴 때 재벌계 사장들이 퇴근길 경제기자와 만나 한 모금 나누면서 슬금슬금 실토하게 되어 있다. 술잔을 빌려 가슴에 맺힌 것, 쌓인 것들을 토해내고 풀어내는 과정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겉으로 나타난 자랑보다 속으로 번지고 있는 악성 고뇌가 훨씬 많다는 하소연이다. 경제기자는 바로 이를 소재로 삼아 재벌경영 내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게 된다. 재벌에게 띄우는 공개장도 바로 여기서 나왔다고 고백한다. (배병휴 저서 '재벌에게 띄우는 공개장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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