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와 향락산업

1981년 12월 3일, 하이네켄 맥주 생산라인 준공식 모습. 동양맥주 이천공장에서 거행된 하이네켄 맥주 생산라인 준공식에서 테이프를 자르는 참석인사들.(사진=연합뉴스)
1981년 12월 3일, 하이네켄 맥주 생산라인 준공식 모습. 동양맥주 이천공장에서 거행된 하이네켄 맥주 생산라인 준공식에서 테이프를 자르는 참석인사들.(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거대한 ‘콘크리트 동굴 속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형국일 때 곳곳서 과소비 마찰음이 나오고 향락산업 소음이 지적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술산업은 정부가 세금 거두는 세수산업(稅收産業)으로 권장하는 모습이었다.

직장인들은 퇴근길 대포 한잔, 소주 한 모금이 필수 코스였다. 귀가 아픈 ‘사장님 훈시’에다 직속 상급자의 ‘잔소리’가 스트레스로 쌓여 술잔 아니고는 풀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술산업 내막이 고약했다. 전통 막걸리는 점차 퇴조하고 소주, 맥주에 족보가 아리송한 ‘국산 양주’가 판을 치며 샐러리맨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이런 가운데도 국세청만은 세수가 늘어나는 재미를 누렸으니 다소 얄밉다는 생각이다.

당시 맥주 한잔 판매원가 100원에 각종 세금이 241번이나 붙어 341원을 지불하고 있다는 계산이었다. 기본 주세 외에 방위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따라 붙어 배보다 배꼽이 3~4배나 크니 곧 ‘세수산업’ 아니고 무엇인가. 술장사나 술산업들은 늘 “세금 무서워 장사 못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월급쟁이들이 무는 세금이다.

1982년 통계로 맥주 순 매출액 1690억 원, 주세 2535억 원을 합쳐 총 4200억 원으로 매출 가운데 60%가 세금이다. 술장사보다 국세청이 재미 본다는 비유가 틀린 말이 아니다. 위스키도 순 매출액 123억원, 주세 191억원으로 세수액이 월등 많고, 소주도 매출액 2000억원에 주세액이 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무렵 술산업계는 88올림픽을 앞두고 국위선양 사업을 하겠다면서 ‘국산 양주’를 출하했다. 베리나인, 로열, 에이스, 블랙스톤 등 고상한 이름을 내세웠지만 알고 보면 ‘주책없는 외래산업 장사’였다.
향락산업 흥청망청도 이 시대 풍속도의 하나였다. 투기열풍과 과소비가 불러낸 것이 향락산업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에 압수된 1억원 상당의 가짜 양주. 1985.2.5. (사진=연합뉴스)
검찰에 압수된 1억원 상당의 가짜 양주. 1985.2.5. (사진=연합뉴스)

이 시절 탈세를 최악의 사회적 범죄로 처벌했지만 “성직자들에게는 왜 세금을 물리지 못 하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세무당국이 과세론을 꺼냈다가 “감히 성직자에게 세금 물리려느냐”는 호통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때 유명 목사 박씨가 항아리와 구두 속에 무려 20만 달러를 숨겨 출국하려다가 세관에 걸려 구속된 사건이 생겼다. 증권과 예금도 2억원이 넘고 교회가 제공한 아파트 외에 개인 아파트도 따로 소유하고 있는 부자 목사의 외화 밀반출 사건이었다.

반면에 이 무렵 조흥은행이 선정한 저축유공고객 최우수상 수상자가 김영달(33)씨로 ‘때밀이 15년간 1억원 저축 부자’였다. 빈농의 4째 아들로 태어난 김씨는 온갖 궂은일로부터 때밀이까지 억척스럽게 돈 벌어 집 장만하고 장가들어 1남 1녀 가장이 됐다. 지금은 호텔 사우나 지배인으로 월수가 50만원이니 성공인의 표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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