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즉각 반대...무슨 소용 있을까
여야 합작 ‘매표용’ 포퓰리즘 비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대선정국이 치열해지면서 집권당이 ‘표가 된다면’ 감세입법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여진다. ‘부자감세’를 저지해 온 민주당으로서는 속보이는 ‘눈 먼 표심’ 잡기작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 의장이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조정에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즉각 기재부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으니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현상’ 아닌가.

기재부 만만...반대해 봐야 무슨 소용


세정당국이 ‘징벌적’ 종부세 폭탄을 고지한 후 국회 기재위가 여야 합의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린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30일 통과시켰다.

곧이어 집권당 박완주 정책위 의장이 지난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도 ‘일시적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의 기본정책 노선인 ‘부자감세’라도 감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여겨진다.

박 의장의 발언 바로 다음 날 기재부가 반박자료를 통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대해 정부 내의 논의가 없었고 추진계획도 없다”는 요지다.

기재부는 다주택자 양도세를 유예하면 부작용이 더욱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기대하여 기존 매물을 회수하게 되면 가격불안을 다시 확산시키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기재부는 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검토한다는 말만으로도 시장이 불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양도세 중과제도를 도입할 당시 충분한 유예기간을 설정했었는데 다시 추가연장하면 정책의 일관성,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듣고 보면 훌륭하고 당당한 소신이다. 그렇지만 주무부인 기재부가 반대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권당이 홍남기 부총리의 기재부 소신이야 만만하게 보는 처지 아닌가. 당·정이 밀어붙이면 홍 부총리는 늘 소신을 굽히고 동의한 전력이 쌓여있지 않는가.

여당 후보 지침 따라 추가 ‘과세유예’인가


국회 기재위가 지난달 30일, 여야 합의형식으로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내년 1월 시행에서 1년 유예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내년 대선 청년층 표를 의식한 ‘정치적 매표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초 기재부는 “예정대로 2022년 1월부터 과세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왔지만 국회가 입법 강행하자 홍 부총리는 “입법은 국회 권한”이란 말로 동의하고 말았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소득과세는 연간 250만원 초과분의 20%를 징수토록 규정되어 있었지만 이를 1년 유예했으니 내년 3월 대선과 지방선거를 회피하겠다는 매표작전(?) 아니냐는 비판이 일 수 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간 ‘밀실 야합’으로 과세 형평성을 훼손시켰다고 강력 비판했다. 솔직히 여야 간 합작 포퓰리즘이란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 과세를 1년간 추가 유예한 것은 이재명 후보가 가상자산 과세를 “주식 양도차익(금융투자 소득)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자 즉각 1년 유예를 들고 나선 셈이다.

지금껏 민주당은 ‘부자감세’로 통하는 양도세 완화 검토설이 나오면 강성, 친문계의 공격으로 금방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요동치자 이 후보가 “2023년 주식 양도차익 과세 시점과 맞추는 것이 좋다”고 제시한 모양이다.

이와 관련 홍 경제 부총리는 끝까지 가상자산 과세의 추가 유예는 법적 안전성, 정책 신뢰성을 훼손시킨다면 반대했지만 막상 국회가 의결하자 금방 국회의 입법권이라는 말로 동의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문 정권의 두 번째 경제 부총리로 발탁되어 당·정·청 협의회를 통한 정책 조율에 늘 양보하는 자세로 최장수를 기록해 오고 있는 셈이다.

원칙도 법도 없는 ‘뒤죽박죽’ 심판 받는다


문 정권의 끊임없는 징벌성 중과세를 비판해 온 안목으로 감세정책을 긍정해야 할 입장이지만 원칙도, 법치질서도 마구 가지고 노는 식의 뒤죽박죽 아니냐고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가주택, 다주택 중과세로 부동산 관련 ‘불로소득’을 때려잡겠다는 신념을 강조해 온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이 대선 표 계산하다 갑자기 감세 선심으로 돌아선 꼴 아닌가.

실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면에서 단 한 가지도 평가할 것이 없는 꼴이다. 염치도, 체면도 볼 것 없이 오직 대선 승리만을 위한 득표에만 눈이 멀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비단 조세 문제뿐인가. 온갖 규제 입법도 마찬가지 아닌가. 마치 국민을 미운 사람, 예쁜 사람으로 갈라 못살게 굴고 잘 살게 보살피는 식인가.

야당 후보가 친노동 정책 관련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친노동 편향정책이 바로 반기업, 반시장으로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노동 존중 사회도 좋고 친노동도 좋은 공약이지만 친자본, 친시장과 병행해야 합리적이지 않는가.

선거 정국에 다급한 심정으로 비과세 기준이나 과세유예 등 속셈 뻔한 선심으로 표심을 사서 재집권할 수 있을까. 유권자가 쉽게 속아 넘어가리라고 판단한다면 모욕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 간 큰 차이 없이 접전 중이지만 더 이상 매표를 구상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솔직히 시중에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유통하고 있지만 집권당이 어떤 수를 내어 승리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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