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입김인가, 3월 득표전략인가
경제계, 중대재해법, 노동이사제 ‘암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경제계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규제입법 중단을 되풀이 호소하지만 결코 듣는 귀가 없는 ‘불통의 벽’이나 다름없다. 국회가 새해 4일부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공무원, 교사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제’ 적용법 등을 강행,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법안들은 경총 등 5단체가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입법 절차 중단을 호소했었다.

대선정국 여야 합작 친노동 입법인가


국회 기재위는 새해 들어 지난 4일, 안건조정위를 통해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여야합의로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비상임이사에 근로자 대표나 근로자의 과반이 동의한 인사를 임명할 수 있다는 요지다.

또 이날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는 공무원, 교사 등 공공부문 노조 전임자의 노동활동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 임금을 지급토록 타임오프제 도입에 여야가 합의했다.

당초 이 법안은 국민의힘이 타임오프의 범위와 한도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반대해 한동안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었는데 이날 법안소위 논의과정에서 찬성으로 돌아서 여야 합의 형식으로 처리된 모양이다. 다만 이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법안은 각계 의견을 좀더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류했다.

노동계가 이 법안 통과를 강력 촉구하고 있어 조만간 입법처리되지 않을까 싶은 전망이다.

이날 소위를 거친 법안들은 5일 상임위를 통과함으로써 10일 법사위, 11일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모두 여야가 합의했으므로 무사통과가 확실하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나 공공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적용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적극 찬성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은 노동이사제 도입은 공공기관 운영의 균형 감시, 투명경영의 통로가 열렸다고 저화자찬하지만 국민의힘은 3월 대선정국을 맞아 노동계의 눈치를 살핀 득표전략으로 ‘친노동’ 입법에 굴복한 성격 아닐까.

노동이사 민간기업 확산은 시간문제일 뿐


노동이사제나 공공노조 타임오프제 도입을 강력 촉구한 노동계가 이를 환영할 것은 물론이다. 반면에 경제계는 “문 정권 말기까지 계속 친노동 편향으로만 가느냐”고 한탄한다.

법안이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던 날 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는 “다시 한번 남은 입법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입장문은 “국내 갈등적 노사관계 환경 아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며 공공기관의 방만운영,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이사제가 곧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면 경영이사회의 기능을 왜곡하고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하시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경제단체들은 지난해 거듭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강력 입김 아래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자 지난해 12월 손경식 경총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국회를 방문,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면서 입법 중단을 요청한 바 있었다.

경제단체 가운데 전경련은 문 정권에서 재벌이익 대변이라는 죄목으로 발언권을 상실한 입장이지만 이날만은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에서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압력을 받게 되면 친노동 정책 하에 위축된 경영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민간기업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으로 관측된다.

이미 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이 ‘근로자 대표제 및 경영참가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노동이사가 사측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계는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암담한 처지다. 근로자 사망사고 한 건이면 기업이 망할 지경이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재해위험을 안고 있는 건설업 부문 대기업들은 오너사장이 물러나고 안전경영 최고책임자를 임명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그만한 여력이 없기에 사망사고 1건이면 오너가 감옥에 들어가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차기정권마저 ‘친노동’으로 가는 형국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노동존중사회 건설 5년간 노동계가 득세한 것은 국민이 잘 알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노총 양대세력은 정치적 투쟁력이 최고수준에 이르러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민노총은 지난 3일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가진 신년 시무식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올해는 저항을 넘어 쟁취의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상균 전 위원장은 “부자들의 곳간을 털지 않고는 한국사회에 만연된 불평등을 누가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강경투쟁을 촉구했다.

이어 민노총은 지난 4일 첫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5일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불평등을 갈아엎자’는 구호 아래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올 투쟁 방향으로 노동3권 보장, 주4일제, 노동시간 단축, 투기소득 환수 등을 내세웠다.

민주당과 정책연대 관계인 한국노총은 문 정권하에서 노조 조직경쟁에서 민노총에 밀려났다가 2020년에 다시 제1노총 지위로 복귀했다. 양 노총의 조직률은 총 취업근로자 가운데 줄곧 10~11%선에 머물렀지만 친노동 문 정권 들어 무려 14.2%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막강한 조직으로 대선정국의 정치투쟁을 강화할 때 누가 이를 만류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번 여야 합작 친노동 입법에 비춰보면 문 정권에 이어 차기정권마저 친노동으로 가고 있는 형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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