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들었다’, ‘그런 일 없었다’ 상호비난
합참의장 등 용산이전 ‘안보공백 없다’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곧 물러날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이 온 국민 눈앞에서 사사건건 공개충돌하니 차마 눈 뜨고 못 볼 노릇이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실 용산이전 계획에 대해 청와대가 무리라며 반대한 데 이어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을 두고 ‘사전협의했다’, ‘그런 일 없었다’며 진실공방하다 감정싸움으로 악화된 꼴이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나는 약속마저 갈수록 불투명해졌다. 도대체 신·구 권력 간 마찰이 어디까지 갈 작정인가.

한은총재 후임 지명 놓고 ‘감정싸움’


지금껏 여야 간 정권교체를 여러 번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꼴사나운 장면은 처음 본다.

청와대가 23일, 한은총재 후보자로 이창용 IMF 아·태 국장을 지명하면서 사전에 윤 당선자 측과 협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분 뒤 당선자 측은 “우리와 협의한 적 없고 추천한 적도 없다”면서 청와대의 일방 강행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주열 한은총재의 임기가 오는 31일 종료되어 총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당선자 측은 후임 총재가 윤 당선자 임기 내내 금융, 통화정책 책임자이기에 사전협의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창용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석·박사로 서울대 교수, 이명박 정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인물로 한은총재 후보 지명을 받을 만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가 경제, 금융, 통화 부문 이론, 정책, 실무를 고루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재 자격론에 앞서 청와대가 당선인 비서실장 장제원 의원에게 의견을 물어봤다고 설명한 대목이 문제였다. 장 의원은 “이철희 정무수석이 이창용 국장이 어떠냐고 묻기에 그냥 ‘좋은 분’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감사위원, 선관위원 인사권도 갈등요인


이 수석과 장 실장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간 첫 만남 날짜 조율을 위해 회동한 자리에서 한은총재 후임 인선에 관해 가볍게 한 마디 건넨 모양이다. 이를 어찌 공식협의나 추천으로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 당선자 측의 입장이다.

이렇게 양측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청와대가 “자꾸 거짓말하면 모든 것 다 공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일갈하니 “무슨 말이냐, 뭘 공개할 테면 해 봐라”고 응수했으니 감정싸움으로 비화한 꼴 아닌가.

양측이 이렇게 대립하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언제 만나 정권교체 협력을 논의할 수 있을는지 더욱 불투명해진 것 아닌가 싶다.

한은 총재 후보 지명 마찰의 배후에는 감사원 감사위원 및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인사권 관련 민감한 충돌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 보도가 있다. 이에 앞서 수많은 공기업 공공기관 임원에 ‘캠코더’ 알박기 인사로도 많은 눈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감사위원 2명에 관해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강행하면 윤 당선자 임기 내내 감사위원회를 물러난 문재인 측근이 지배하게 되리라는 전망이 전문가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현 감사위원 5명 가운데 최재해 원장 등 3명이 친문 인사인데 다시 1명만 더 추가해도 친문으로 기울게 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중앙선관위의 상임위원 2명 인사도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지난 대선 사전투표 관리 엉망 사고로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단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대한변협 등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위원장이 불신 받고 있는 가운데 상임위원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고집하면 정치적 중립성 등 공정선거 관리가 가능하겠냐는 불신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과 노무현, 이명박 정권교체기에 지금 같은 공개마찰이 있었던가. 내면적 충돌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겉으로 보기엔 없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전 정권 관련 적폐수사를 위한 검찰총장 발탁 및 문 정권 관련 비리수사 관련 임기 도중 축출 등 ‘악연’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확정된 단계에 순리적인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못하면 어떤 사태가 빚어지겠는가.

퇴임 대통령은 후임이 국정을 제대로 수행토록 협력하고 당선자 측은 임기 말까지 현직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 아닐까.

용산이전에 ‘안보공백 없다’


대통령실의 용산이전이 촉박한 시일에다 안보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청와대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용산이전이 결코 부적절하다고 거부할 수 없고 예산지원 등 비협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면에 윤 당선자도 “안 되면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새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함부로 말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겨진다.

대통령실 용산이전 관련 군 고위장성 출신들이 안보공백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악용을 경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영길, 김종환 등 역대 합참의장 11명의 성명은 23일 국가 안보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용산이전을 추진토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들 합참의장단은 지난 19일에 발표한 입장문은 “새 정부가 안보실정을 바로잡고 정권교체기 안보공백이 없도록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애국충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날 입장문에서는 “문 정권은 안보공백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북의 미사일 도발에 무대응하고 한·미연합훈련 축소, 폐지, 서해상 공무원 피살만행 외면한 안보무능에다 대북 구걸외교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상훈 전 국방장관 등 장성 64명도 대통령실의 용산이전은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안보공백은 있을 수 없다고 성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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