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오케스트라 지휘는 여성의 진출이 더딘 분야다. 예전에는 여성 지휘자를 보는 것이 매우 드물었다. 물론 옛날에도 나디아 불랑제라던가 사라 콜드웰(Sarah Caldwell) 등의 선구자들이 있었지만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1960-70년대 오페라 지휘에 있어 메이저 레이블 레코딩을 한 이브 퀠러(Eve Queler)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여성 지휘자 활동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요즘은 국내외에서 여성 지휘자 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있지만 아직도 여성은 드물다.

음악감독인 김은선. (사진=공식 김은선 인스타그램 @eskconductor)
음악감독인 김은선. (사진=공식 김은선 인스타그램 @eskconductor)

화제가 된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시 그의 연주를 섬세하게 서포트한 지휘자가 여성이었다. 임윤찬이 연주할 때는 음량을 줄여서 피아니스트를 돋보이게 최대한 배려하면서 능숙하게 지휘했다. 동영상으로 경연을 본 수많은 사람 들은 그 지휘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다. 외모가 남성적이라 남성이 아닌가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지휘자는 현재 여성 지휘계의 선두주자인 마린 알솝(Marin Alsop)이다.

영국 음악지 BBC뮤직매거진에서 최고의 여성 지휘자 1위로 선정된 그녀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에게서 지휘를 배우고, 고향인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한 지휘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볼티모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있으며, 상당히 많은 레코딩을 한 디스코그라피를 자랑한다. 안정적인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시몬 영, 알론드라 데 라 파라Alondra de la Parra와 같은 더 젊은 세대의 여성들이 지휘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작년에는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리니프(Oksana Liniv, 리니브, 리니우라고도 표기됨)가 역사상 최초의 여성으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지휘했고(바그너의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지휘), 곧이어 이탈리아 역사상 첫 메이저 오페라 하우스(볼로냐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리니프는 올해 한국에 올뻔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휘일정이 캔슬됐다. 언젠가 한국에서 그녀의 지휘로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마린 알솝(Marin Alsop). (사진=공삭 인스타그램, @marinalsop.conductor)
마린 알솝(Marin Alsop). (사진=공삭 인스타그램, @marinalsop.conductor)

한국 여성들도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인 김은선이 7월 21-22일 롯데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에서’ 등을 연주했다. 김은선의 한국데뷔무대이기도 했다.

자그마한 몸에서 나오는 절도있는 지휘로 성공적인 한국 데뷔를 이뤄냈다.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등 오랜 오페라 지휘를 통해 얻은 경험이 빛을 발하는 듯하다. 현재까지 배출된 한국 또는 한국계 여성 지휘자 중에는 가장 좋은 능력을 보여줬다. 아직은 거장의 위치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포텐셜을 보여줬다.

앞으로 계속 김은선이 한국의 일반 콘서트 연주장과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휘하는 것을 볼듯하다. 한국 음악 팬들은 앞으로 더 많은 국내외의 우수한 여성 지휘자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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