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5개 기관 20명 검찰수사 의뢰
국방부, 국정원 첩보자료 106건 삭제

2020년 10월 3일 군과 해양경찰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사라졌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까지 해역을 광범위하게 수색하는 모습.  (사진=해양경찰청)
2020년 10월 3일 군과 해양경찰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사라졌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까지 해역을 광범위하게 수색하는 모습. (사진=해양경찰청)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감사 결과 발표가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다. 국가 안보 관련 최고기관들이 북한군에게 총살된 고 이대준 씨를 ‘자진 월북’ 사건으로 몰기 위해 ‘합심 공작’했다는 전모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친북 성향 정권 차원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 아래 관련 기관장들이 모여 피살 관련 자료, 증거를 은폐하고 왜곡 조작토록 공모한 것으로 (중간)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국가안보기관이 ‘월북몰이’ 할 수 있나


감사원은 13일 중간감사 결과 발표와 함께 서훈 전 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5개 기관 20명에 대한 검찰수사를 의뢰했다. 모두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중대 혐의다.

감사보고에 따르면, 해경이 가장 먼저 2020. 9. 21 밤, 고인의 실종사고를 접수했다. 국방부는 다음날 하오 5시쯤 국가안보실에 이 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노라고 보고했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을 넘는 자는 모두 사살하라는 포고령을 내린 시점이다. 이 때문에 이 씨의 피살을 우려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은 이 씨 실종사실에 관한 문제의식도 없이 서훈 실장 등이 7시 30분에 퇴근했다. 그로부터 국가비상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쉬고 있는 시각에 이 씨는 피살, 소각된 것이다.

이 과정에 국방부나 통일부 등 관계 부처가 이 씨의 구출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은 해경은 이 씨가 피살된 후에도 가짜로 해상 수색작업을 벌인 정황이라는 결론이다.

이 씨의 피살이 확인된 후 23일 새벽 1시, 청와대 관계장관회의가 대통령에게 보낸 보고서에도 피살사실은 누락했다. 반면에 서욱 장관은 군사정보체제(MIMS)에 올려진 관련 첩보 60건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한다. 대북 전통문에도 이 씨를 ‘실종자’로만 표현했다.

국정원도 비슷한 시각에 관련 첩보 46건의 삭제를 지시했다. 통일부는 24일에 장관주재 회의를 열고 이 씨 피살사건 인지 시점을 조작했다고 감사보고되었다. 국정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은 22일 오후가 아니라 이 씨가 피살된 23일 1시로 조작키로 한 것이다.

국가안보실 지침 따라 ‘자진 월북’ 자료 수집


국가정보 기관들이 어찌 이토록 우리 국민 안전을 외면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는 세간의 평이다.

청와대에 위치한 국가안보실이 주도하여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자진 월북으로 몰았다면 바로 당시 대통령의 책임 아닐까. 대통령도 우리 국민의 구출을 위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23일 새벽, 안보실의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가 처음으로 ‘자진 월북’ 첩보를 보고하자 기다렸다는 듯 곧장 국방부와 해경 등에게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보고서를 작성토록 지침을 하달했다. 이로부터 모든 기관들이 자진 월북과 다른 첩보 등은 모두 삭제한 정황이다.

국방부는 자진 월북 증거로 이 씨가 남한 구명조끼 착용, CCTV 사각지대의 슬리퍼, 발견 당시 소형 부유물 등을 제시했지만 구명조끼는 어업지도선에서 사용하지 않는 한자(漢字)가 적힌 조끼였고 CCTV는 고장이 나서 작동하지 않았으며 슬리퍼는 소유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안보실 지침 따라 자진 월북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표류예측분석 결과에서도 ‘자진표류 가능성’이 있는 대목은 보고서에 제외했다.

또 해경은 배에 남아 있는 슬리퍼를 이 씨의 것으로 단정하고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도 자진 월북 의도로 챙겨 입었다고 확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 한자 구명조끼 문제가 제기되자 해경청장은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는 말로 책임 회피한 꼴을 보였다.

감사원 감사는 문 대통령이 북의 김정은으로부터 대남 사과 통지문을 받은 이틀 뒤 29일, 국방부 장관에게 “시신 소각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니 재분석하라”고 지시하자 “최종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입장을 변경 대응하라”는 방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의 통지문은 “소각한 것이 부유물이지 시신이 아니었다”라는 요지로 밝혀졌다.

이렇게 짚어보면 당시 국방부나 해경이 모두 청와대의 하명 따라 사실 은폐, 왜곡 역할을 한 셈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검찰, 서욱 전 국방 피의자 신분 소환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13일, 서욱 전 국방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7월, 고인의 형 이래진 씨가 서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용 전자기록 손상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서 전 장관은 이 씨가 피살된 후 청와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한 후 국방부가 관리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의 감청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서 장관에 앞서 전 합참 정보본부장, 작전본부장 및 국가안보실 관계자들도 소환 조사했다.

서 전 장관은 이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검찰수사 의뢰로 서훈 전 안보실장과 함께 추가 수사를 받게 됐다.

한편 이번 감사원의 중간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야당 탄압, 조작, 청부감사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 박범계 위원장은 감사원이 ‘정권 앞잡이’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인책 사퇴를 요구했다.

과연 우리 국민이 적에게 피살된 과정을 왜곡, 자진 월북몰이한 중대범죄 혐의에 대한 감사를 야당 탄압이라는 엉뚱한 말로 규탄할 수 있는가.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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