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예고
국민의힘, 초과생산 조장, 강력거부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햅쌀 출하 시기도 빨라진 가운데 전국 농협의 쌀 재고가 전년 대비 70%가량 늘어난 41만t을 기록하는 등 쌀값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8월 4일 강원도 내 한 미곡 창고에 쌓여 있는 대형 쌀 포대.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햅쌀 출하 시기도 빨라진 가운데 전국 농협의 쌀 재고가 전년 대비 70%가량 늘어난 41만t을 기록하는 등 쌀값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8월 4일 강원도 내 한 미곡 창고에 쌓여 있는 대형 쌀 포대.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기어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른바 ‘입법독주’를 감행할 것인가.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9일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당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이 강행하겠다는 법안은 쌀 생산량이 예상보다 3%를 넘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초과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당·정 반대에 거야 단독처리 강행 방침


원내 169석의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농업, 농촌전문가들이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법제화하면 매년 과잉생산을 조장하는 결과를 빚을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각종 대안을 제시하면서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개정법안은 쌀시장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토록 규정하면 연간 1조원 이상 국가 재정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쌀에 이어 무, 배추, 마늘 등 타 농작물도 유사한 지원 요구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성 의장은 민주당이 우리 농업의 미래보다 당장 정략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의회 폭거’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올 수확기 45만톤의 ‘시장 격리’ 방침을 발표한 이후 쌀 재배면적 감축을 권장하면서 빵, 과자, 국수용으로 ‘가루쌀’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황식 농수산 장관은 국책 연구기관도 남는 쌀의 의무매입 제도화는 공급과잉을 심화시켜 연간 1조원 이상 재정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분석한 사실을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수확기에 정부가 쌀 90만톤을 수매(공공비축미 45만톤+신·구곡 45만톤 시장 격리)하면 10~12월의 쌀값이 20Kg당 8.1~11.6%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부 여당이 줄기차게 반대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2일의 안건조정위에 이어 오늘(19일) 상임위 단독처리를 예고하고 있으니 거대야당의 입법폭주라는 비난을 어찌 면할 수 있을까.

소비 줄고 생산과잉, 재정낭비 그냥 둘 것인가


국민의 쌀 소비는 날로 줄어들고 남는 쌀은 창고에 넘치고 있는데도 국민 세금을 바탕으로 매년 초과생산량을 의무적으로 국가가 매입토록 법제화하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 처리방침을 밝힌 후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문 정권 시절인 지난 4월 기재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양곡 수급 안정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 시행하기보다는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여 ‘재량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요지였다.

민주당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과잉생산 쌀의 정부매입 의무를 주장하지만 쌀 생산 재배면적 감축방안 없는 의무매입은 재정낭비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는가.

정부가 쌀 재배면적 감축과 함께 가루쌀, 밀, 콩 등 전략작물 생산을 촉진함으로써 식량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 아닐까.

농업정책 전문가(단국대 김태연 교수)의 언론 기고문에 쌀재배 농지 감축방안을 제시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전국 농업진흥지역 10% 상당을 쌀 생산 금지조건으로 농민과 ‘5년 협약’을 맺고 농가소득의 120%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식량안보 직불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정부가 어떤 방식이건 쌀 산업 육성 방향을 조정하여 매년 남아도는 쌀 생산에 따른 성난 농심을 달래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과잉생산 체제는 그냥 두고 남는 쌀을 국민 세금으로 의무 매입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

이는 결코 과잉생산 문제의 해결이 아닌 문제의 누적, 확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대야당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상임위는 민주당이 다수로 통과시키겠지만 곧이어 법사위로 넘어가면 국민의힘 김도읍 위원장이 주재하니 쉽게 넘어가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국민이 이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남는 쌀 매입, 사료용으로 처분할 것인가


민주당이 집권해 온 지난 5년간 농정이 뭘 했는가 묻고 싶다. 지난해에도 남는 쌀 37만톤을 정부가 매입했지만 올해 다시 초과생산이 그냥 되풀이할 판 아닌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어 시행되면 오는 2030년에는 과잉생산량이 무려 64만톤으로 증가하리라는 예측보도가 있다.

거대야당의 위력으로 이처럼 무책임한 초과생산을 뒷받침하는 입법독주를 감행하고 다시 선거에서 표를 달라고 요구하려는가.

쌀 생산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지만 국민의 쌀 소비량은 지난 1970년대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로 뚝 떨어졌다. 국민 1인당 연간 100Kg을 넘던 소비가 지난 2018년에는 61Kg, 지난해는 56.9Kg까지 줄어들었다.

그동안 정부가 남는 쌀을 재정자금으로 수매하여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년 전국 정부미 창고보관비만 수천억을 지불하고도 재고 처리방안이 없어 사료용, 주정용 등 헐값으로 처분하지 않았는가(보도).

우리의 주식용 쌀이 너무 많이 남아 창고에서 썩다가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정치권은 여야가 협력하여 쌀 산업의 건전한 발전 방향을 찾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시기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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