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바쁠 때 ‘일 많이’ 한가할 때 ‘단축’
노동계, 장시간 노동 과로사 조장 비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왼쪽)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왼쪽)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정부가 지금껏 70년간 시행해 온 주(週) 단위 근로시간 산정기준을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단위로 개편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가 6일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개편, 업무량이 많을 때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고 한가할 때 근무일을 줄여 ‘안식월’ 등 장기휴가로 활용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개편안을 내달 17일까지 입법예고 한 후 6월쯤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주 52시간 근로규제 유연화로 바꾼다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준비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금껏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규제를 노사 간 합의를 통해 현장의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겠다는 뜻이다.

현행 주 단위 근로시간 산정체계는 주당 법정근로 40시간, 최대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친 52시간으로 규제된다.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이에 비해 개정안은 업무량의 변동에 따라 근로자가 일할 시간을 선택하고 연장근무에 따른 보상휴가를 적립했다가 장기휴가로 사용할 수도 있다.

현행 연장근로 총량은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월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간 440시간으로 조정된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현행 52시간에서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하에 69시간까지 허용된다.

이외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신설되어 1시간 연장근로에 1.5시간의 보상휴가를 받아 모았다가 안식월이나 장기휴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주 52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요일을 정하는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한다. 현행 제도는 일반적 근로자는 1개월, R&D직은 3개월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또 특정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탄력근로제’도 현행은 노사 합의로 한번 적용하면 변경할 수 없지만 개정안은 도중에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같은 요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의 입법사안으로 입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치적 난코스를 앞두고 있는 형국이다.

경영계 적극 지지, 노동계는 강력 반발


무려 70년간 지속돼 온 근로시간 산정방식을 변경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찬반 논란이 따를 것은 물론이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은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차원에서 개편안을 적극 찬성한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다양하게 확대하면 곧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이고 노사 간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고 해석한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개선을 여러 차례 건의해온 중소기업중앙회는 연장근로 단위시간 산정의 폭을 넓혀 업종별 특성에 따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회는 이날 별도로 윤석열 정부에 보내는 중소기업정책 건의 6대 분야 15개 실천과제를 통해 제일 첫 번 과제로 ‘고용친화적 노동개혁’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주 52시간 근로규제의 유연화, 연장근로 단위시간의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또한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현장이 원하는 정책과제’에서도 첫 번째가 ‘경직된 노동시간의 개선’이었다.

반면에 노동계는 강력 반대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강조하며 ‘장시간 압축노동’을 조장하려는 ‘개악’이라고 혹평했고 민노총은 5일 연속 아침 9시 출근, 밤 12시 퇴근을 합법화하는 ‘과로사 조장법’ 아니냐고 비난했다.

야권의 반대 성명도 매우 강경했다. 정의당의 경우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는 것처럼 ‘과로사 조장’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OECD 최장 노동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는데 다시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하려느냐”고 강력 비판했다.

이처럼 야당의 반대가 강력한 상황에서 어떻게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노동계와 야당을 대상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설득과 이해를 촉진시키는 열성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노동계와 대화, 야당과 협치 선행돼야


이번 개정안에 나타난 문제로 보면 현행 주 52시간 근로가 노사합의에 따라 주 최대 69시간까지 허용되면 장시간 근로제로 되돌아가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간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월 기준으로 보면 지금과 별 차이가 없고 분기 단위 이상일 경우 오히려 10~30%나 감소하는 것으로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연장근로 총량으로 보면 현행 주당 최대 12시간이 월 단위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간 440시간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편안이 결코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이 몰릴 때 많이 일하고 일이 적을 때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임을 강조한다. 또한 기업주 입장에서 근로시간을 늘릴 경우 그만큼 연장근로수당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보호 추가대책으로 TF를 구성, 근무시간 외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해 ‘연결차단권’ 보장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포괄임금’ 관행을 근절하는 방안, 야간작업 근로자의 보호조치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70년간 지속돼온 주 단위 근로시간 산정방식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경우라고 한다. 독일의 경우 6개월 평균 주 48시간 근무 내에서 연장근무가 가능하고 영국은 17주 평균 주 48시간 근무, 일본은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월 100시간, 연간 720시간이라고 한다.

결국 근로기준법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되고 있지만 노동계와 대화하고 야당과 충분히 협력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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