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만장일치’, 재정준칙 제정은 미룬 채
국가채무 1000조 돌파, 세수결손 ‘내몰라’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신동근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신동근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연중 내내 싸움판 벌이던 정치권이 총선 겨냥 표심잡기 포퓰리즘 법안엔 손잡고 합의 처리하는 모습이 최고 수준의 ‘꼴불견’ 아닐까 싶다. 12일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 소위원회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곧이어 기재위 전체회의, 법사위 및 국회 본회의도 일사천리로 통과될 전망이다.

총선 앞 표심 겨냥 여야 손잡고 ‘희희낙락’


개정 법안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나 R&D 사업의 여타면제 기준을 1000억원으로, 국비지원 규모도 300억원에서 500억원 이상으로 대폭 올렸다.

이 같은 개정은 1999년 예타제도 도입 이후 24년 만의 처음이다.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모임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여야 간 합의를 뜻하는 웃는 표정으로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여야는 모처럼 국민 앞에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줬노라고 말하겠지만 우리네 납세자의 시각에서 보면 내년 총선 표심을 훔치려는 야합(野合)처럼 비친다.

마치 특권의식(?)의 국회의원들이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나라빚이야 늘거나 말거나 총선서 승리하면 그만이라는 욕심 아닐까.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의 경우 경제성과 타당성을 미리 평가해 걸러내겠다는 것이 예타제도의 도입 취지다. 이를 총사업비 규모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 국가재정 투입을 필요로 하는 정치적 선심공약이 남발되어 경제성이나 타당성 없이 무모하게 추진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가재정지출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국가재정 준칙 제정은 무산시켜 놓고 예타면제 기준 조정만 서둘러 처리한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꼴 아닌가.

당초 예타면제 기준 조정은 국가재정 부담을 너무 무겁게 만든다는 이유로 여야가 국가재정 준칙 도입과 연계 처리하겠다고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왜 갑자기 재정준칙 제정은 덮어놓고 예타면제 기준만 상향 조정한 것이 부끄럽지도 않는가.

국가재정 준칙 잠정합의는 팽개치고...


국가재정 준칙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를 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며 국가 채무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으면 2% 이내로 줄이겠다는 요지였다.

이에 대해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국민복지예산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든가 공공기관에 ‘사회적 기업’의 물품 구매를 의무화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처리를 요구함으로써 무산된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예타면제 기준만 합의 처리한 것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여야가 표심을 겨냥 야합했노라는 지탄을 어찌 면할 수 있을까.

기재부에 따르면 문정부 기간인 2018년 예타면제 사업이 12조 8천억원, 2019년 35조 9천억원, 2020년 30조원 등으로 불어났다. 당시 기재부 장관이 국가재정 전략회의를 통해 국가채무를 GDP의 40%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보고하자 문 전 대통령이 “무슨 마지노선이라도 있느냐”며 호통쳐 나라빚을 한정 없이 늘어나게 만들었다.

더구나 2019년 4월에는 비수도권 사업의 경우 ‘지역 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인 대신에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낮추는 개편방식으로 예타면제를 촉진시키기도 했다.

2021년 남해 여수 간 해저터널 사업 6900억원, 2022년 문경, 상주, 김천 철도연결 사업 1조 4천억원 사업이 예타 없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지난 대선을 앞두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예타면제를 규정한 데 이어 지금 다시 TK 신공항,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안 등이 예타면제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SOC와 R&D사업 명목의 대형 예타면제 사업이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남발될 것이 너무나 뻔한 꼴이 눈앞에 비치는 모양이다.

‘국민 여론의 기적’이 필요하다는데...


여야 정치권의 포퓰리즘 독주를 누가 무슨 힘으로 말릴 수 있을까 한탄할 노릇이다.

기재부가 지난 연말 기준 국가채무가 1067조 7천억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올들어 1~2월 국세 수입이 목표 대비 15조 7천억원이나 결손으로 나타났다. 국세 징수 진도율 13.5%도 극히 부진하다.

경기부진에 저성장 장기화 추세로 올해 세수 목표 400조 5천억원 달성이 어렵다는 예측이다.

이에 기재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에 고심한다는 소식이다. 이달 말로 종료되는 한시적 유류세 인하도 종료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윤정부가 약속한 각종 감세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정치권은 아동수당 확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학생 1000원 아침상 확대 방안도 경쟁적이다. 이 틈에 정의당마저 대중교통 반값 정기권 선심을 제안하고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미국 방문기간 중에 재정 준칙 재정이 무산된 가운데 국회의 예타면제 기준 상향조정 소식에 대해 “여론의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데 무슨 뜻일까. 국민 여론만이 국회의 독선을 말릴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추 부총리는 국가재정 준칙이 제정되지 않아 지난해까지 3년간 매년 100조원의 나라빚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최근 한 언론이 올해 나라빚이 1분에 1억원씩 늘고 있는 가운데 세수결손까지 겹치고 있노라고 보도했다.

실로 국민이 들고 일어서 ‘여의도 정치’의 포퓰리즘 야합을 타파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는 16일 오후 2시 광화문에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 국민운동 출범식을 갖는다는 소식이다. 바로 국민 여론의 발동이라 믿는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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