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공법 악용, 설계·시공·감리 연속부실
총체적 부실…국회 부실방지 입법 태만

보강 작업 중인 LH 아파트 주차장. 8월 1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세교 2 A6 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작업을 위한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강 작업 중인 LH 아파트 주차장. 8월 1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세교 2 A6 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작업을 위한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공공주택 공사에 ‘철근 빼먹기’ 이권 카르텔이 지배했다니 너무하지 않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산업의 이권 카르텔을 깨부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LH 전관예우만 문제였을까. 건설산업 감독당국의 감독만 철저했어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소리도 나온다.

짚어 보면 총체적 부실이라는 전문가 평이다. LH의 발주에서부터 설계, 시공, 감리 등 전 단계의 오류, 부실이 함께 작용한 결과 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LH 전관예우 촘촘, 첩첩지경 말이 되나


국민의 생명 안전을 무시한 건설산업 현장의 이권 카르텔이 얼마나 혹심했을까.

국토부가 문제가 된 철근 빼먹기 15개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 뿐만 아니라 민간 발주 무량(無梁) 구조 적용 293개 단지도 전수조사를 통해 보수, 보강공사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안전점검에는 주민이 추천한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참여시켜 공신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점검 결과 문제가 지적돼도 총공사비의 3%인 하자보수 예치금이 있어 분양, 입주민들의 부담 없이 보강, 보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건설공사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사라질 수 있을까.

경실련이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 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을 분석한 결과 LH 출신을 영입한 47개사가 전체 용역의 55.4%인 297건, 금액 기준으로는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이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LH 퇴직자 604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불공정계약 실태’를 감사한 결과 LH와 계약 실적이 있는 회사에 재취업한 사람이 304명이었다. 그러니까 3급 이상 간부 퇴직자의 절반 이상이 LH가 발주한 설계, 감리회사에 취업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여기에다 불법 하도급마저 이권 카르텔의 일환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평도 나온다. 국토부가 지난달까지 292개 현장을 조사한 결과 108개 현장에 183건의 불법 하도급이 적발됐다고 한다.

‘무량공법’ 장점 못 살린 설계·시공·감리 부실


문제는 대들보 없이 기둥 위에 슬래브를 얹는 무량(無梁) 공법의 경우 기둥의 하중을 지지해 주는 철근 보강이 핵심인데 어찌 설계 오류에서부터 시공, 감리까지 부실, 불량으로 통용될 수 있었을까. 바로 LH 전관예우 등과 관련이 있지 않았을까 전문가 우려가 있다. 아마도 공사비 절약, 공기단축 등 계산속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철근값이 2020년 톤당 60만6천원에서 지난해는 무려 113만4천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시멘트도 2021년 6월 톤당 7만5천원에서 지금은 12만원에 이른다.

이렇게 보면 공사비 절약 차원에서 대들보 없는 무량 공법을 채택하게도 됐다. 무량 공법은 사실 장점이 많은 이점이 입증됐다고 한다. 대들보 없이 기둥 위에 바로 슬래브를 얹어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높이가 높아 큰 차량이 출입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하 주차장 설계부터 철근 계산을 잘못했거나 빼먹은 데다 시공, 감리 부실까지 겹친 결과는 이미 드러난 셈 아닌가.

더구나 무량 공법은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후 금기시되어왔는데 주택경기 활기로 아파트 수요가 급증하자 LH와 민간업계가 이를 선호하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무량 공법의 지하 주차장은 아파트와는 분리된 공간에 시공되기 때문에 주차장의 부실이 아파트의 안전과는 직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지하 주차장은 아파트 동(棟) 사이 빈 공간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천장을 얹기 때문에 주거용 아파트와는 분리된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 단지 300여 동 가운데 일부 주민 주거용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번 기회에 건설산업 전반에 걸친 이권 카르텔은 확실히 깨부수기를 당부한다.

국회마저 부실공사 방지 입법 태만


부실공사 문제가 이번 LH 발주 아파트 공사 철근 빼먹기 뿐인가. 옛적 이야기에 속하지만 시멘트, 철근 다 빼먹은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에서부터 무량 공법으로 무너진 삼풍백화점 대량압사 사건까지 얼마나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었는가.

부실공사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부실 예방을 위한 법안 발의가 많았지만 금방 열의가 식어 국회서 낮잠만 자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국토위에 계류되어있는 부실공사 방지 관련 법안이 13건이다.

지난해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사건 후 발의된 법안들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8건, 건축법, 주택법 개정안 각 2건, 건설안전 관련 특별법 개정안 1건 등이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설계도면에서부터 시공과정의 오류, 부실을 막는 규정이 핵심이다. 건축법 개정안은 감리체계 강화로 철근 누락을 확인, 체크토록 규정하고 주택법 개정안은 감리업체의 이권 개입을 차단한 규정을 도입했다.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안은 설계 등 공사 전 단계의 안전 강화를 규정했다고 한다.

또한 광주 아파트 공사 붕괴 현대산업개발과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사고 GS건설 등 모두 공사를 전면 재시공하는 엄중 처벌을 받고 있는 과정이다. 건설노조의 ‘건폭’에도 시달리고 있다는 건설업계가 이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수 없다는 소감이다. 그런데도 LH 발주 공공주택의 부실, 불량이 들통났으니 무슨 꼴인가.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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