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회장, 미 CSIS형 싱크탱크 목표
대중소 동반성장, ESG 사업 등 추가

답변하는 전경련 류진 신임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답변하는 전경련 류진 신임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 상오 임시총회를 통해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고치고 회장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선출했다.

이날 새롭게 탄생한 한경협의 뿌리는 5.16 직후 1961년 삼성그룹 이병철 사장 등이 주축으로 창립한 한국경제인협회이다. 이 협회가 1968년 ‘전경련’으로 개칭했다가 이날 다시 ‘한경협’으로 되돌아갔으니 ‘산업보국’의 한국 기업가정신의 초심으로 복귀한 셈이다.

한국경제인 초심 복귀…한경협 재탄생


한국 재계의 정통 본산으로 자부해 온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재탄생하면서 선출한 류진 회장은 중견그룹 풍산 회장이다. 선대 류찬우 회장이 방산과 민생산업체로 창업하여 물려준 기업을 맡아 지난 20년 가량 전경련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민간 경제단체의 위상과 역할을 깊이 체험했다.

류 회장은 새 단체장 추대를 여러 차례 고사하다가 어렵게 수락한 후 국내외 여러 경제단체와 협력하고 아웃소싱 등을 통해 질 좋은 보고서를 제공하는 싱크탱크로서 역할 제고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국제, 안보 이슈에 중립적인 보고서를 생산하는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와 같은 글로벌 싱크탱크로 발전하겠다는 약속이자 다짐이다.

글로벌 동향에 밝고 미국 등 주요국 인맥과 교류가 넓은 류 회장은 지난 1962년에 설립된 보수 성향의 CSIS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한경협은 새로운 경제단체로서 목적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 성장사업을 추가 명시했다. 또한 정관에 윤리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회원사에 대한 물질적, 비물질적 부담을 심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전경련 시절의 정경유착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임은 물론이다.

정경유착 결별…4대그룹 회원 복귀 의미


한경협은 이날 발표한 ‘윤리헌장’을 통해 △정치, 행정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에 대한 단호한 배격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확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대·중소기업 상생의 선도 △혁신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을 공표했다.

이날 임시총회가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의 승계 안건을 통과시켜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 등 4대 그룹이 다시 회원사로 복귀했다.

지금껏 전경련의 반쪽단체처럼 위축되어 오다가 한경협으로 재탄생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모습이 바로 4대 그룹의 재가입이다.

가장 먼저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이찬희)의 지난 18일 ‘정경유착 시 즉시 탈퇴’ 권고를 받아들인 조건부로 가입 결정했다.

삼성은 앞으로 한경협 회비를 납부할 때도 사용 목적과 사용처에 대한 준법감시위의 검토를 거치고 연간 활동내역에 대해서도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SK나 LG 등도 내부 절차를 거쳐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하면서 정경유착과 단절하고 글로벌 싱크탱크로 전환하겠다는 혁신안의 실행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심스런 과정을 거쳐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한 4대 그룹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LG(주), LG전자 등 모두 15개사이다.

이처럼 4대 그룹의 복귀로 한경협은 우리 경제의 대내외 중심기구로서 큰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정치, 사회계 내부에 반재벌 정서가 깊이 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 한경협 새 출발에 대해 반재벌 시민단체 등이 재벌공화국으로 회귀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4대 재벌이 자진 탈퇴 형식으로 전경련을 탈퇴토록 (정황상) 압력(?)한 문재인 정권의 집권 세력이 지금도 다수당으로 정치 권력을 대표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한국 기업인 정신의 도약, 활력증진 기회


전경련은 친노동, 반재벌 성향의 문정권 아래에서 "재벌이익 대변, 양극화의 주범"이란 정치적, 사회적 형벌적 잣대에 의해 해체 압박을 많이 받았다.

그로부터 4대 그룹이 탈퇴한 후 민간 경제단체로서 제 역할마저 위축되어 존폐의 기로에서 지난 2월 김병준 회장 대행 체제에서 혁신안을 마련, 지금의 한경협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탄생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혁신안의 방향에 대한 논란도 많았고 차기 회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 추대하기도 쉽지 않았다.

반재벌 지탄 속에 겪은 시련과 고통이 너무나 가혹했기에 더 이상 경제단체로서 기능하기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관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온갖 논란과 진통 끝에 한경협 발족으로 한국 경제인의 ‘산업보국’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다짐했으니 여기서 다시 실패할 수가 있겠는가.

윤리위원회 설치, 윤리헌장 선포로부터 한국형 CSIS(미국형 중립적 싱크탱크)로 발전할 것을 믿고 성원을 보내는 심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걸어온 역사 속에는 삼성 이병철, 현대 정주영, LG 구인회, 대우 김우중, 포스코 박태준 등 한국기업 창업주 정신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새로 발족한 한경협이 이를 계승하여 글로벌로 도약하는 우리 경제의 기상과 활력을 드높일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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