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법학회 세미나, 입법취지 퇴색
온라인쇼핑 등 유통환경 크게 변화

롯데월드몰 롯데마트. (사진=이톡뉴스)
롯데월드몰 롯데마트. (사진=이톡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대규모유통업규제법 10년에 국내 유통산업의 성장이 후퇴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쟁법학회가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대규모유통업법의 법 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 세미나에서 법학 교수와 법률전문가들은 유통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도입한 규제법들이 결과적으로 대형 유통업에 대한 역차별과 소비자 피해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질서법이 유통산업 후퇴·위축


지난 2011년에 도입된 대규모유통업거래공정화법은 영세한 납품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국내 유통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2012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도 국내 유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후퇴시켰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 딜로이트가 세계 상위 250대 소매업 매출을 분석한 2023년 보고서가 이들 기업들의 평균 연매출이 226억 달러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250대 업체에 들어가는 한국의 6대 유통사의 평균 연매출은 112억 달러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한국경쟁법학회장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통업 규제법 제정 이후 대형 유통업은 새로운 사업 모델도 개발 못 하고 판촉 활동도 위축되어 성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매장 면적 3000m² 넘는 점포 운영이나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사업자의 경우 반품이 금지되고 판촉비용 전가 행위도 금지된다. 또한 대형마트는 매월 2회 강제 휴업해야 하고 영업시간마저 자정에서 오전 10시까지 금지된다. 온라인 영업의 경우 휴업시간 때 온라인 배송마저 금지된다.

이 결과 지금은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급성장하고 대형 유통업자와 인기 브랜드상품 공급업체 간의 역학관계도 바뀌고 말았다.

이에 홍대식 교수는 “이제 낡은 제도의 둑을 헐거나 보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인포그래픽=딜로이트)
(자료, 인포그래픽=딜로이트)

 

대형 유통업 ‘역차별’로 잃어버린 10년


지난 2천년대 중반까지 국내 유통시장은 월마트와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업체 등이 경쟁이 어렵다며 철수하지 않았는가. 그러다가 2011년 유통규제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성장세가 멎고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국내 3대 유통사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점포 수가 2012년 383개에서 2019년에는 423개로 확대됐지만 지난해는 396개로 줄어들었으니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 위축됐다.

이를 통해 유통규제법이 만든 ‘잃어버린 10년 세월’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 유통시장은 10년 전에 비해 매우 다양화됐다. 편의점에서 백화점, TV홈쇼핑, 온라인쇼핑, 체인스토어, T커머스 등으로 경쟁하는 체제다. 이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도 크게 약화됐지만 규제법상 여전히 갑(甲)으로 규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대규모 유통업의 다양한 판매전략을 가로막고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이는 ‘킬러 규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에서 보면 대규모 유통업을 대상으로 규제법을 만든 나라가 한국 외에 또 있겠느냐고 반발한다.

대형마트들은 규제에 시달리다가 도심에 있는 매장을 물류센터처럼 활용,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영업시간 제한이 자정에서 오전 10시까지로 이 시간에는 온라인 배송도 못 하게 규제되어 있다.

이는 대체로 물류가 새벽시장이라는 점에서 보면 대형 유통업을 위축시키는 치명적인 규제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가까운 매장에서 신선식품 등을 배송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구나 대규모유통업법이 독과점 지위에 있는 대기업 납품업체까지 보호해 주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판례를 통해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별하지 않고 납품업체는 유통업체 대비 ‘을’(乙)로 판단하게 된다.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자에는 가맹거래법상의 가맹본부가 포함되니 편의점 가맹주(소상공인)가 대기업인 식품 제조사보다 우월적 시장 지위를 가진 것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다.

낡고 비현실적 ‘악법’은 폐지의 대상


이와 관련하여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거래상 지위가 거의 동등할 때도 유통업체와 납품업체를 무조건 ‘갑을’ 관계로 규정하고 법을 적용하면 오히려 시장거래 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통규제법이 유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안겨준다면 ‘악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비록 입법 당시 시장환경을 반영했더라도 그 사이의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면 역시 악법을 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사실 입법 당시에도 과잉규제라거나 반시장 규제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지만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입법이었다.

이제 10년 세월이 지나 법이 낡고 시대 상황을 반영 못 한다면 개선하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다.

해외의 사례에 비춰봐도 대형 유통에 대한 규제법은 대폭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월마트의 미국은 대형 유통에 대한 영업시간이나 휴일 강제가 없고 대형 매장의 진입 규제도 없다. 프랑스는 오래된 노동법으로 대형 유통업의 휴일 영업금지 등이 있었지만 지난 2015년에 폐지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70년 입법으로 영업시간과 휴일 일수를 규제했었지만 지난 2000년에 폐지했다니 벌써 20년이 지났다.

이제 주요 민생산업인 유통업에 대한 낡고 비합리적인 규제법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결론이 분명한 것 아닌가.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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