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취약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문제
야권,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안 걸림돌

(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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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하려는 법 개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되고 말 것인가. 관련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오는 25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 상정마저 어려운 실정으로 보인다.

2년 유예 입법 무산 시 폐업 속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2년 1월 시행되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 보건 관련 준비기간 등의 이유로 법 적용을 3년간 유예시켰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사전준비가 미흡하여 다시 2년간 추가로 적용 유예하려는 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소수 집권당인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민주당이 제시한 2년 유예조건을 다 수용했는데도 다시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립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법 적용 유예를 반대하는 모양이라고 주장한다.

당초 민주당은 2년 추가유예 조건으로 정부의 공식 사과를 비롯하여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 재정지원 방안 및 2년 유예 뒤에는 다시 유예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경제단체 등의 약속 등을 제시했다. 이에 정부는 1조 5천억 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통해 전국 영세사업장에 대한 안전, 보건교육, 훈련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시 추가로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립을 요구하고 나서니 2년 유예안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안은 민주당이 집권한 문정권하에서 추진한 바 있지만 관계부처 간 이견 등으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예방 정책국을 ‘산업안전 보건본부’로 승격시켜 인력과 업무를 확대 관장시킨 바 있다.

법 이행 준비가 안 된 현실적인 상황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유예방안은 지난 3년간 줄곧 제기되어 왔던 현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경우 법 적용 유예기간이 다가오기 이전부터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법 이행 준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밝혀냈다.

중앙회가 지난해 8월 조사한 결과 중대재해법 시행 준비가 어려운 점이 전문인력 부족(35.4%), 예산 부족(27.4%)에 이어 처벌법상 의무규정의 이행 어려움(22.8%) 및 현장 근로자 등의 비협조(9.8%) 등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앙회는 추가유예 없이 2024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그대로 이 법을 적용하자면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1명 이상씩 채용하고 막대한 신규 안전장비 등을 도입해야 하지만 이를 자력으로 해결할 능력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안전보건관리 담당자의 경우 대기업들이 흡수하여 중소기업은 채용하려고 해도 쉽게 구할 수가 없는 처지라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개별적으로 각각 안전보건 전문가를 채용하기보다 같은 업종의 협동조합 단위로 공동 선임하여 활용하는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에 앞서 보건 안전 관련 정부의 재정지원 및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체로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 분야로 노후 설비개선을 꼽고 명확한 법 이행 지침 및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지원 등도 요청한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이란 기업 규모와 업종별 특성에 따라 필요한 수준과 소요비용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과정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일 잣대로 규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집권당이 다수당을 설득 입법해야 할 사안


한편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지난 21일 자동차 관련 단체들의 입장문을 통해 자동차 부품기업 1만여 개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의 비중이 94%에 달한다고 말하고 이들 영세기업들은 자금난에다 인력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실정에서 다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상당수가 폐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50인 미만 사업장들의 이 같은 당면 애로사항으로 법 적용 2년 추가유예를 호소했지만 국회가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가 사망한 재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최고 책임자를 안전보건 의무 소홀로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근로자의 사망 재해사고가 감소했다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형사처벌 위주의 법보다 산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방향으로 법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조건으로 2년 유예안을 끝까지 거부하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막을 방도가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결국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상대로 절박한 입법 협상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야만 하지 않겠는가. 산업안전청 설립 주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득해야 할 것이고 정부의 안전보건 관련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산업재해 예방 강화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

행여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양대 노총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를 강력반대하고 있는 사실에 정치권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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