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종, 올 징수목표 24.6조, 12.7% 증가
윤대통령, 올해 ‘민생 회복의 해’ 목표

영화 입장권 티켓 속, 영화발전기금 3%가 포함됐다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영화 입장권 티켓 속, 영화발전기금 3%가 포함됐다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준조세’로 불리는 법정 부담금의 남발이 자유시장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측면에서 폐지, 통폐합 등 전면 수술을 받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행위에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부담금이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91기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기재부에 지시했다.

제도 도입 63년 만의 전면 재검토


법정 부담금 제도는 1961년에 도입되어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 조달 목적으로 일반 조세와는 별도로 징수되어 준조세로 불리었다.

환경오염을 막거나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목적하의 필요한 부담금도 있지만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국민이나 기업으로부터 걷어온 ‘불필요한 부담금’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부담금 징수 목표는 24조 6157억 원으로 전년도 실적에 비해 12.7%나 늘려 잡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2년 7조 4천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3배나 넘는다. 이 기간 중 부담금 종류는 102개에서 91개로 줄어들었는데 경제 규모의 확대에 따른 결과로 부담금 징수액은 대폭 증가해 왔다.

이날 윤대통령은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유시장 경제를 위해 과도한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면서 전면 수술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통해 올해를 ‘민생 회복의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경기부진, 세수감소에다 국가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시기에 법정 부담금의 축소, 폐지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더구나 관련 공공, 유관 단체들과 지자체들도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부담금 관리기본법과 개별부담금징수 근거법 규정이 있기에 부담금 축소, 폐지는 모두 입법 사안으로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수사항이다.

폐지, 통폐합 필요하지만 충분한 협의절차


부담금을 징수하는 정부 부처별로 보면 환경부가 20개로 가장 많고 이어 국토부 16개, 산업부 9개 등인데 이들 부처가 부담금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준조세 전면 재검토 차원에서 보면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여권 발급자에 부담시키는 국제교류 기여금, 출국 납부금 등이 먼저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지적된다.

영화 관람자가 입장권 금액의 3%를 부과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영화발전 기금으로 조성되므로 관람자가 부담하기보다 영화사업자가 내야 할 몫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여권 발급자가 1만 5천 원 부담하는 국제교류 기여금이나 출국자들이 1만 원씩 부담하는 관광진흥개발 기금도 여행 관련 사업자들이 물어야 할 돈 아닌가 하는 평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각종 행정규제, 경제규제 개선을 당국에 건의해 온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력산업기반 기금 부담금을 비롯하여 국민건강증진 부담금, 지하수 이용 부담금 등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력산업기반 기금 부담금은 전기 소비자들이 전기요금에 3.7%를 가산해서 부담함으로써 매년 지출액보다 징수액이 2조 원 이상 많았다. 그러나 지난 문 정부 때는 기금 용도를 변경, 탈원전 관련 비용 보전으로 전용하기도 했다.

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의 경우 지난해 2조 8250억 원을 징수했지만 담배 1갑에 840원의 부담금을 흡연자에게 마치 ‘벌칙금(?)’ 격으로 부과시켰다.

이렇게 짚어보면 ‘준조세’, ‘그림자 조세’ 가운데 폐지, 통폐합 대상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이나 관련 부처와 이해단체 등과 충분한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무엇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야당이 민생을 앞세운 포퓰리즘 아니냐고 반발하는 표정이 문제일 것이다.

‘부자감세’를 당론으로 거부하는 민주당은 법정 부담금의 폐지 약속 자체가 표심을 겨냥한 감세 공약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주식양도 소득세 기준 완화에 이어 새해 증시 개장식 날 윤대통령이 참석하여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방침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공략한 것과 같은 연속 행보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준조세 전면 재검토 방침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지만 이 같은 쟁점 부문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필수 아닐까.

대통령, 중대재해 ‘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한편 윤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될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 법안을 조속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당부했다.

대통령은 근로자들의 안전은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들은 고금리 고물가를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중대재해처벌법마저 적용한다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워 피해가 근로자들과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유예를 위해 총 1조 5천억 원 규모의 안전취약 분야 지원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또 경제 6단체는 공동으로 이번에 2년만 유예시켜 주면 더 이상 추가 유예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나면 안전관리 최고 책임자의 징역형 및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최고 경영자의 구속형이나 10억대의 벌금형은 곧 폐업을 뜻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오는 27일까지 법 적용 유예시한이 무섭게 다가오는 시점에 국회가 극적으로 응답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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