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세상만사 풍월

글 / 성귀옥(시인· 자유기고가)

1. 사람마다 다른 상황 대처법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 같은 또래가 있는 집이 이사를 왔다.
그 당시 동네에는 초등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많아 자주 모여 대화도 나누고 이집 저집 오고 가며 학교정보도 나누며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동네 문화를 파악한 이웃은 자녀를 전학시켜 놓고 적응을 잘 시키려는 생각으로 동네에 같은 학년을 둔 엄마들과 친해지려고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교류를 넓혀갔다. 새로 온 친절한 이웃을 맞아들인 학부모들은 금방 이웃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전학 온 이웃아이와 한 반인 엄마가 걱정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자녀가 와서 전하는 말로는 전학 온 아이가 숙제를 안 해오고 시험을 치다가 보고 쓰고 해서 선생님께 자주 매를 맞는다고 하는데 엄마에게 알려주어야 하는가가 고민이라고 한다.
의논 끝에 놀러가서 슬쩍 언질을 주기로 하고 찾아가서 어렵게 운을 떼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그 이웃에게서 나왔다.
정색을 하더니 본인의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자기 아이를 부르더니 우리 앞으로 불러내서 ‘너 시험 칠 때 보고 써서 선생님한테 맞았나?’ 하며 묻는 것이었다. 아이는 ‘아니’ 하고 대답을 했고 그 이웃은 우리에게 ‘저 봐라, 아니라고 하잖나?’하는 것이다.
그 당시 당황했던 것은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는다.
어려운 말을 전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본인의 아이에게 넌지시 확인 해보고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해 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상식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어떤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사람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게 다를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2 .상대 따라 다른 사람 대하기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에 기준을 두고 상대를 대하게 된다.
가치에 부합 될 때 존경을 표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심하면 아부가 되고 부합되지 못하다고 무시를 하고 막 대하게 되면 죄악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회적 권위와 물질의 빈부에 너무 예민해서 사람을 대할 때 상대에 따라 다르게 대함으로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어리석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을 아프게도 만든다.
지하철에서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앉기도 하고 서기도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그 자리에 없는 한 친구를 두고 ‘좋다 나쁘다’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학생이 본인과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그 친구는 성격이 진짜 좋다고 하고 다른 학생은 엄청 재수 없다는 표현을 써 가며 완전 싸가지라고 한다.
그 중에 한명이 친구를 비방하는 아이 머리를 탁 치고 옆 친구를 가리키며 ‘너, 얘만큼 공부 잘 해?’ ‘얘 서울대 갈 거잖아!’ 한다.
옆에서 그들의 언행을 지켜보며 웃음이 나왔지만 금방 밑바닥에서부터 애 어른 할 것 없이 약삭빠른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를 보는 듯 했다.

3. 언론은 얼마나 정확 할까?

중학교 때 그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를 이모로 둔 짝이 있었다.
우리는 한 동네에 살고 있었고 친구네는 이모가족과 한 집에 살고 있었기에 ‘우리이모 집에 있어’ 하고 전화가 오면 대스타의 얼굴을 보러 놀러 가기도 했었다.
어느 해 인가 추석 전 날 ‘급보! 급보! 하며 그 대스타가 강원도에서 촬영을 하고 오던 중 교통사고로 위독하다고 해서 나도 급하게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가 깔깔 웃으며 ‘이모가 병원에서 목 밑에 약 바르고 와서 지금 집에서 송편 빚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사실과 뉴스의 엄청난 차이를 경험한 것이다.
세계일보가 청와대의 비선 실세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보도하기 시작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곤경에 처해 있다.
연일 TV와 신문 지면이 온통 청와대 비선 실세, 비서관 3인방...에 대해 다른 온갖 국정을 멈출 정도로 크게 다루고 있다.
청와대에서 해명이 나올 때마다 전직 청와대 인사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고 그들의 입을 제어 할 수 없는 청와대는 검찰에 해결을 맡기려고 하지만 세간에 떠도는 수많은 설들을 어떻게 잠재우고 가라앉힐 수 있을까?
청와대 식구들을 감싸는 대통령의 굳은 표정과 발언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굳게 믿던 이웃의 자녀에 대한 믿음으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현 권력, 대통령을 떠나 각을 세우는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서는 내일을 위해 다른 권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나운 인심을 생각한다.
언론도 국정의 우선순위를 생각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청와대와 박 대통령을 연예계 가십기사처럼 다루지 말아야 한다.
이쯤해서 대통령도 주변을 좀 더 넓히며 소통의 대통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나라를 위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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