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젊은 세습 독재자


글 / 성귀옥(시인· 자유기고가)

이북의 젊은 통치자 김정은이 커피를 좋아한다고 한다.
한 수 더 떠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커피를 만들어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해서인지 평양시내에 원두커피 내리는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고 커피 바리스타 교육도 한다고 한다. 어려서 스위스에서 공부를 했으니 일찍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 해 본 경험이 있는 그가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일찍이 고종황제도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덕수궁의 정관헌에서 고종이 커피를 마시며 외교사절들과 만남을 가졌다고 해서 스타벅스는 봄·가을에 덕수궁 정관헌에 문화계 유명인사를 초청해서 무료커피와 함께 주제별 강연을 펼치는 행사도 하고 있다.
이북이 김일성 일가의 왕조국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손자인 3대 김정은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조선의 고종이 떠올랐다.
우리나라가 조선 말기에 일본의 식민지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고종은 어떻게 사회를 개혁하고 국가를 이끌어 갔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가 그대로 왕정국가로 남아 있을까?...
이북의 김정은이 2011년 말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하고 이북의 통치자로 등장하였을 때 우리 상식으로는 젊은이가 그 자리를 얼마나 지켜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었다. 그런 우려에도 3년이 지나 4년 째 접어들면서 그의 자리는 더 굳건해 지는 것 같다.
비록 어려서부터 지켜봐 준 고모부를 단칼에 처형시키는 극악하고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었어도 그 강팍하고 무모한 성격을 바탕으로 체제유지를 해 나가고 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드물게 세습독재로 어린 나이에 지도자가 되어서인지 아직까지는 최고 우방인 중국조차 방문하지 못하고 어느 나라 정상들과도 교류를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정책 어느 하나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5년 단임의 대통령이 2번 바뀌는 기간에 이북의 애숭이 지도자는 고양이에서 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
그가 10년 자리를 지킨다면 관록 붙은 독재자로 그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지도자는 어떤 역량을 발휘하며 냉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외교를 펼쳐 나갈지 염려가 된다.
젊은 독재자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이라크 사회가 아직까지 안정을 못 찾는 것도 후세인이 40대 초반부터 24년 간 국민의 평안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의 권력만 탐했던 결과이다.
이북의 젊은 지도자 또한 앞으로 10년 넘게 권력을 장악해 간다면 무모한 혈기로 이 땅에 어떠한 위험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우리도 군사 독재라 불리는 시절을 지내왔지만 우리는 그 시절 일사불란하게 경제개혁을 한 덕분에 이만큼 성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정은은 세습 독재자 이지만 그를 만나 본 외국인 중에는 이북이란 거대 기업의 회장정도에 비유한 사람도 있었다. 국가라기보다 이북 전체가 일인 개인 소유물 정도로 보여 졌다는 평가이기도 하다.
우리사회에서도 부의 세습은 아직까지는 무리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가업을 물려받은 재벌2세들이 물려받은 기업에 선택과 집중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이 유지되느냐 무너지느냐를 보아왔다. 이북의 김정은도 국가사업의 재조정을 통해서 길을 선택 할 수 있다.
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하루 빨리 국제 사회에 편입한다면 경제발전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북은 이미 주민들이 형성해 놓은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한 면을 맛 본 물질의 힘, 잘 살아보겠다는 욕구가 강한 북한 주민들에게 비록 세습 독재자이지만 경제 부흥의 일면을 보여주고 여건과 형편을 만들어 주면 충분히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은 이북보다 경제우위에 있다고 하나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군 장성들의 방산비리 기사를 보면 염려스런 마음이 든다.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월남사회를 잘 아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월남이 질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였었다. 이유인즉 월남군 내부와 공직사회의 부패를 이유로 들었다. 그 당시 월남에서는 미국에서 지원한 군수품이 다음 날이면 전쟁에 사용되지 않고 군 고위층에 의해 암시장에 나왔다고 한다.
분단 상태에서 튼튼한 안보 하에 평화를 유지하자면 온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기본은 부정부패가 없는 지도층의 도덕성과 검소함에 있다고 본다.
지금으로서는 이북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도 못살고 헐벗은 이북국민들 앞에 검소하고 청렴한 지도자는 아니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9호 (2015년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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