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 빈곤층 구분 증오심자극 지적

‘야당 박수’ 대표연설 이후
유승민 '정치경제학'
박근혜공약, 최경환경제 비판 중심역
가진자· 빈곤층 구분 증오심자극 지적

박근혜 대통령의 ‘6.25 작심발언’으로 유발된 새누리당의 내분 및 당·청관계가 차마 눈뜨고 보고 싶지 않은 꼴불견이다. 이 정치파동의 중심인물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바로 원조 친박(親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 출신이다. 그 뒤 유 전대표는 친박 아닌 비박(非朴)의 지지를 기반으로 경선을 통해 원내 당대표가 됐다.

‘의회권력’ 진입 후의 유승민 정치

요즘 국회가 ‘입법독재’에다 야당이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황제야당’으로 불린다. 이럴 때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대표를 꼭 찍어 내쫓으려 했노라고 비판되니 일파만파이다.
파동은 국회법 개정에 따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촉발됐지만 그 뿌리와 배경은 깊고 복잡하다. 대통령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경제법안이 국회에 장기 계류되어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와중에 국회법 개정 파문이 제기됐다. 여기에 경제 전문가인 유승민 전대표의 ‘정치경제학’이 ‘의회권력’에 진입한 후 사사건건 청와대 입장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관측된다.

▲ 지난 4월 8일,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경제는 중도, 안보는 보수라는 기조 아래 각 분야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2015. 4.8 누리TV>

여당의 권력구조는 이미 소수 친박(親朴)과 다수 비박(非朴)구도로 바뀌었다. 친박은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당 내 경선마다 패배했다. 이 결과 청와대는 비박 중심의 새누리당 지도부가 야당과의 협상에서 밀려 민생, 일자리, 투자 관련 골든타임이 다 지나간다는 불만이 있다. 반면에 유 전대표는 국회선진화법 발목 하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입법촉진을 위한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응수하는 입장이었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위한 끝장토론을 주재하면서 각종 현안개혁을 약속했지만 입법지연뿐 아니라 지자체의 현장규제에 걸려 실천되지 못한 사례가 나타났다. 시중에서는 “대통령이 약속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빈정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3법 입법이 ‘지연통과’됐을 때 대통령이 ‘불어터진 국수론’으로 “우리경제가 불쌍하다”고 비판하자 야당이 발끈했다. 박근혜 정부가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내몰아 “불어터진 국수나마 배불리 먹고 싶어한다”는 것이 여론이라고 공박했다.
여기에 유승민 전대표가 지난 4월 임시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청와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팀을 깜짝 놀라게 충격을 준 반면 야당은 ‘명연설’이란 찬사로 유 전대표의 ‘정치경제학’의 컬러가 확연히 드러나고 말았다.
유 전대표의 연설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국정철학은 물론 TK동향에다 미국유학 선배인 ‘최경환 경제’를 정면으로 공격했던 것이다.

야당이 환호한 ‘반 박근혜’ 연설

유 전대표는 박 대통령 대선공약의 상징인 ‘증세(增稅)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직격하며 ‘중(中)부담 중(中)복지’를 제안했다. 또 대통령이 연일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순방하고 있을 때 “창조경제는 대안이 못 된다”고 비판하고 ‘최경환 경제’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단기부양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재벌, 대기업, 가진자가 더 많이 부담하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통찰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보수계가 너무나 놀랐다. 또한 “법인세도 결코 성역(聖域)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새누리당 당론과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경제계가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정치현안과 관련 유 전대표가 ‘진영싸움’을 그만 두고 ‘합의정치’를 강조한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지만 원내대표로서 첫 연설이 전반적으로 ‘반 박근혜’ 기류에다 야당의 박수와 환호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 전대표는 이 같은 ‘명연설’ 이후 야당과 협상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연계하고 행정입법권에 대한 국회의 변경·수정 요청권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을 밀어붙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치파동을 몰고 온 것이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당과의 협상을 주도한 것은 결과적으로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결론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같은 과정이 축적되어 대통령 입에서 ‘배신의 정치’, ‘국민 심판론’이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사회적경제기본법’ 발의한 유대표 경제학

유 전대표는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한 이후 박근혜 정치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공약을 마련한 두뇌로서 역할을 하다가 지난 대선 이후 탈박(脫朴)으로 당내 비박(非朴)의 지지기반으로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대통령으로서는 유 전대표의 행보를 지켜본 후 천막당사 시절과 그 뒤 비대위 체제를 넘기기까지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당과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지만 지금은 배신감과 허무감이 느껴진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다.
보수계 입장에서는 유 전대표가 정통 경제학자로서 재벌, 대기업, 가진자 등을 적시하며 공정 시장경제를 강조할 때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건너 온 ‘1% 탐욕 대 99% 분노’가 생각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통찰력 대목도 듣는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유 전대표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제안한 사실도 주목된다. 자유경제원이 지난 4월 12일,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왜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이 법안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을 정부가 재정·세제지원,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으로 육성 지원해야 한다는 골자이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경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根幹)을 흔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에서 사용하지 않는 ‘사회적’이란 반 헌법적 용어를 입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회적 경제’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건전한 공동체 조직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너무 포퓰리즘적 표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6월 30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탈북학생들을 통한 사회주의 경제 허구’ 토론회에서도 탈북학생들은 북한경제의 실패를 들어 ‘사회적 평등’이나 ‘무상’ 등을 미신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유승민 정치’가 지나치게 포퓰리즘화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 최근의 정치파동 배경과 뿌리의 일부가 아니냐고 볼 수 있다.

가진자와 빈곤층 양분 증오심 유발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 성명서를 통해 유 전대표에게 “계급투쟁론자이냐”고 물었다. 대한민국을 가진자, 기득권, 재벌과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등으로 나눠 증오심을 선동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다.
국민행동본부는 유 전대표가 사사건건 좌파세력에게 영합하고 ‘밀실야합’으로 국익을 헤치면서 “왜 노동귀족과 강성노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유 전대표는 TK본산이라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산실(産室)로 불린 KDI 선임연구원, 공정거래위 자문관, 대통령자문정책기획 위원, 경제규제개혁 위원 등을 역임하며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경제전문가로 각인되어 왔다.
이 같은 이미지의 유 전대표가 고통 받는 서민과 중산층 편이라는 ‘정치경제학’ 논리로 급격히 변신하여 집권당 내분과 당·청 관계를 뒤흔들 정치파동의 주역이 된 것은 너무나 뜻밖이라는 관측이다. 누구나 유 전대표의 성장과 출세의 배경이나 현재의 부유한 삶에 비춰 그의 정치경제학은 아무래도 중도 변신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2호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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