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만복 전 원장 형사고발

전직 국가정보원장
기본미달, 처신불량
국정원, 김만복 전 원장 형사고발
남북정상회담 기밀누설 엄중혐의

▲ 제28대 김만복 국정원장(2006년 11월 23일~2008년 2월 11일). <사진=국정원>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사람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밀을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장 김만복 씨의 최근 돌출 언행이 끝내 사법부의 단죄를 받게 됐다.
시중에서는 “어쩌다 저런 사람이 국정원장을 맡게 됐을까” 의심한다. 동시에 그 무렵 북의 김정일 정권이 대한민국 “국정원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 수 있었다고 착각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회고록 판금 가처분에 형사고발까지

김만복 전 원장은 현직시절에도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미는 가벼운 처신에다 평양회담에 참석했을 때는 주적(主敵) 앞에 굽실거리는 행태를 보여준 것으로 기억된다. 또 퇴직 후에도 전직 국정원장으로서 품위에 맞지 않는 언행으로 몇 차례나 신문에 났던 일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국정원장으로 기본이 덜된 인물이 아니었느냐고 생각했다.
그동안 정권 교체기마다 전직 국정원장이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이는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MB 정권 국정원장이 구속 재판 중에 보석으로 풀려나와 파기환송심을 준비하고 있다. 국정원장의 직책이 워낙 중대하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하여 정권교체에 따라 수난을 겪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만복 전 원장의 경우 전혀 다른 차원의 중대혐의로 시중의 지탄을 받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됐으니 다른 전직 원장들과도 구분된다.
김만복 전 원장이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현 경기도교육감), 노무현 청와대 외교안보 정책실장 백종천 씨 등과 공동 집필로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 선언’을 시판용으로 출간, 화제를 모으면서 말썽을 일으켰다.
국정원이 참다못해 회고록의 판매·배포금지 가처분 신청하고 김 전 원장에 대해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누설금지규정 및 국정원 직원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전직 원장이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국정원으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했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념촬영 사진.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맨 오른쪽에 착석했다. <사진=통일부>

‘단순한 가벼운 입’보다 다른 의도 의심

김만복 씨가 재임시절 주군(主君)으로 모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정상회담 관련 비밀을 어찌 입에 올리려고 생각했을까. 그나마 대북정책 분야에 깊이 관여한 세 사람이 함께 시중 판매용으로 출간했으니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랫동안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서 실무를 익히고 원장까지 출세했던 그가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이 얼마나 민감하고 중대한지를 몰랐을까. 행여 기본자질이 안 되는데도 특정지연이나 학연을 연줄로 원장에 임명되지 않았을까 의심할 지경이다.
국정원은 김만복 씨가 지난 10월 2일 노무현재단 주최 10.4 남북정상선언 8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남북 정상 간의 핫라인을 공개한 사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정원에 설치된 핫라인이 24시간 열려 있어 북으로부터 오는 전화는 김정일의 뜻으로 알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노라고 밝힌 대목도 문제이다.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이 김정일과 수시로 통화했었다고도 밝혔다.
나중에 말썽이 되자 노 대통령이 재임 중에 한 번도 직접 통화한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정보를 공개한 사실을 다시 덮을 방도가 없어졌다.
언론이 이에 대해 그의 ‘가벼운 입’을 탓했지만 오랫동안 정보맨으로 훈련과 실전을 거친 그가 단순히 가벼운 입놀림으로 실수했다고 볼 수 없다. 나름대로 다른 계산이나 의도가 있었거나 남북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자신이 맡았다고 자랑하고 싶었는지 알 수 없다.
회고록 내용을 소개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0월 평양 정상회담에 앞서 김만복 원장은 제20차 서울 남북장관급 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 편에 비공개 접촉을 제안한 장문의 편지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에게 보냈다. 이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3차례나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는 요지다.
또한 북의 김양건이 통일전선부부장 최승철과 원동연 실장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들고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방문한 사실도 공개했다.
왜 전직 국정원장이 이토록 민감하고 고도의 정보권에 속하는 내막을 샅샅이 공개했을까. 자신이 남북정상회담의 물고를 트고 10.4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유공자로 자부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실은 이적행위의 고백은 아닐까.

10.4 선언 높이고자 6.15 폄하 했나

전직 국정원장의 언행이 너무 위태롭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 그동안 회고록을 출간하기 이전에도 공사석을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 국정원의 비밀을 자랑스럽게 공개하지 않았을까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관련 6.15 공동선언에 관한 대목도 사실 여부와 같이 끔찍하게 공개했다는 느낌이다.
“DJ가 좋은 거 하나 내라고 자꾸 독촉해 6.15 공동선언 완성시켜 놓고… 5년 동안 역사 시간을 보면 그저 상징화된 빈 구호가 되고 빈종이, 빈 선전감이 됐다고…”
이 같은 DJ와 김정일 간 대화록의 일부를 공개한 것은 김정일이 DJ의 최대 업적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6.15 공동선언을 함부로 깎아내린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10.4 공동선을 찬양하기 위해 DJ의 6.15 선언을 휴지조각에 비유하고자 했을까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 등이 이를 DJ 폄하라며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또 2007년 12월, 대선 전날 방북에서는 김양건에게 “MB 당선이 확실시 된다”고 브리핑했다니 국정원장이 적진에 들어가 주적 일당에게 정치보고를 보고한 꼴 아닌가.
이를 두고 국정원장으로서 동서남북을 분간 못하고 할 말 못할 말도 구분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1년 1월에는 일본잡지 ‘세카이’에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런저런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다. 이 무렵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에서 회원자격을 박탈시켰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 관련 비화를 시판용으로 출간했으니 그의 판단력과 속셈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김만복 전 원장이 돈이 궁해 비화록을 집필했을까. 현직 때는 영수증 없이 국가 기밀비를 마음대로 이용했고 퇴직 후에도 이런저런 비즈니스에 관여했으니 결코 용돈이 궁해 출간했다고 볼 수는 없다.
행여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하여 주목을 끌기 위해 ‘신문에 날 일’을 저지르고 싶었을까. 그는 현직시절에 지역주민들을 불러 국정원을 시찰시키고 퇴직 후에는 사무실도 개설했다고 하니 정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믿어진다. 그렇지만 전직 국정원장이 재임시절 취득한 국가기밀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지역주민들이 표를 몰아주리라고 믿는가.
언론은 그의 회고록 출판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용하여 자기장사를 시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고 말이 되지 않는 전직 국정원장의 자질불량, 기본불량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검찰조사와 재판과정을 통해 사실여부가 밝혀지겠지만 남북관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전직 국정원장의 잘못된 돌출언행은 엄중하게 다스려져야 할 것으로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5호 (2015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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