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죽기살기 식’
뒤죽박죽 ‘적대적 결투’
야권분열… 배신·불복등 다가구 동거
여권 당내 격돌… 진박·비박간 저격

총선정국 기상에 인정사정이 없고 체면불고 죽기살기식이다. 무정·비정의 정치풍토 속에는 배신과 불복이 예사이고 오로지 지상 최고의 가치가 공천과 당선이다. 총선을 앞두고 영원한 적과 동지가 있을 수 없다는 형국이나 다름없다. 옛 시인 조지훈 선생께서 지조론(志操論)을 강의하며 “정치인과 기생에게서 지조를 찾지 말라”고 당부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전투적 노조형 ‘적대적 정치’ 비정

4.13 총선정국은 야권의 탈당·창당·분열, 여권의 진박(眞朴)·비박(非朴) 결투에다 각 당의 저격수 인재영입 등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 과정이 마치 “너 죽고 나만 살자”는 ‘적대적 결투’로 진행되니 마치 ‘전투적 노조’, ‘광란적 촛불시위’를 모방한 꼴로 비친다.
야권 분열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창업자의 탈당으로부터 표면화 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가 재빨리 ‘더불어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박근혜 대선캠프 국민행복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 당권마저 내주고 고향 양산으로 낙향, 방어했다. 철옹성 같았던 친노 패권주의가 백의종군으로 후퇴하자 박영선 의원 등이 당 잔류를 선언하여 분당 수준의 탈당러시를 저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안철수 신당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막아 정통야당의 본산을 지켰노라고 자부하게 됐다.

안철수 의원은 그동안 친노 패권주의 독주 하에 참고 수모를 겪다가 탈당을 결심했다며 ‘강철수’가 됐노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대전 한밭체육관 창당대회가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를 선출하자 박주선·박준영 씨 등 기존 탈당파와 김민석 민주당까지 연대상황이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날 안 대표는 “모든 것을 다 걸고 온 몸이 부서져라 뛰겠다”는 각오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낡은 정치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 말하고 “2016년은 정치판을 바꾸는 혁명의 시작”이라 선언하며 기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구조 기득권과 무능을 타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대표가 ‘낡은 진보’, ‘운동권식’을 거부하겠다고 약속한 부문은 19대 국회를 최악으로 평가한 민심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친노 패권주의 사퇴하면서 오너 지배력

야당분리에 대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희망사항이라는 빈축을 살 수 있다. 야당의 변화무상이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어떤 꼼수를 구사할는지를 두고 봐야 알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 탈당 쇼크에 문재인 대표가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굴복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문 대표의 인재영입이 준비된 오너의 지배력 과시라고 볼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선대위, 비대위 등에 친노 색깔을 지웠다고 주장하지만 일단 비상사태 하에 친노 패권이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영입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당혹하고 놀랄 수준이었다. 이어 여상 출신의 성공신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노무현 정부의 6자회담 수석대표 이수현 씨 등의 영입은 문 대표 정치력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문 대표의 인재영입 압권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다. 조 씨는 대구출신 공안검사로 박지만 회장의 추천으로 공직기강 비서관이 되고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해 왔으며 X-파일을 머릿속에 입력한 채 청와대를 물러나온 양반이다. 게다가 청와대 문건유출 혐의는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아직 항소심을 거쳐야 하는 신분이다.
조 씨가 억울하다는 심정을 안고 마포에서 식당업을 하다가 영입됐으니 4.13 총선대결에서 박 대통령의 국회 심판론에 맞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브랜드와 함께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에 대응한 저격수 진용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도 박근혜 대선캠프 공신 이상돈 중대 명예교수를 영입, 선대위와 공천심사위 등에 중요한 역할을 맡길 모양이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TK지역의 진박, 비박 대결 등 야권 저격수들의 좋은 표적을 제공한 셈이다.
한편 ‘광주의 딸’로 받들어온 권은희 의원은 문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으로 옮겼고 권 의원의 위증으로 재판을 받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아 대구 달서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적대적 정치’ 누적으로 저격수 대결

그동안 정치권에서 저격수라는 용어가 예사로 사용되어 온 것이 ‘적대적 정치’의 관행을 말해준다. 과거 DJ 저격수, 노무현 저격수가 있었고 지금도 박 대통령 저격수로 설훈, 정청래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4.13 총선에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겨냥한 저격수가 예상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표적공천에 의한 저격수 격돌, TK지역 내 진박과 비박 간의 저격수준의 혈투 등 진영 내의 상호 저격도 예고되어 있다.

야권의 저격수 격돌은 광주시 광산을의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이용섭 전 의원, 광주 북구갑의 더불어 강기정 3선의원과 국민의당 김경진 변호사, 전주 덕진의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초선의원과 국민의당 김근식 경남대 교수, 서울 관악갑의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재선의원과 국민의당 김성식 전 의원 간 대결이 대표적이다. 또 노원갑의 안철수 의원도 더불어민주당의 이동학 전 혁신위원, 새누리당 이준석 신인의 도전을 받고 있고, 광진갑의 김한길 4선의원도 더불어민주당의 전혜숙 전 의원의 도전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TK지역에서 진박팀이 여론상 고전하고 있다는 보도도 집권당 내 저격전으로 해석된다.
대구 동을 유승민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대결이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고, 동갑의 류성걸 의원과 정종섭 전 행자부장관, 북갑의 권은희 의원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도 저격수 대결 수준으로 비친다. 수성갑의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간 대결은 ‘TK판 이정현’ 탄생여부 때문에 여야간 첨예한 관심을 집중시킨다.

단명으로 교체돼온 ‘당대표의 수난사’

야당은 비판과 반대로 집권당을 심판하고 여당은 수비하는 것이 의회정치의 기본이라고 하나 저격수나 적대적 정치라는 용어는 민주주의 원리와는 맞지 않는다. 대결과 쟁탈전에도 금도와 상생이 있어 정기적으로 정권교체와 권력이동으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대의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저격형 전투적 정치란 끝장, 막판으로 통한다. 평소 야당이 청와대를 향해 불통(不通), 외통이라 비판했다시피 여야당이나 각 당의 당내가 세상민심과는 반대로 불통이니 죽기살기식 표적공천, 저격수 정치로 갈 수밖에 없는 꼴이다.
지금껏 여당은 집권세력이 생존하는 기간동안 지도체제를 유지해 왔고 야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갈라져 수시로 대표를 바꾸는 ‘당대표 잔혹사’를 기록해 왔다. 지난 2000년 이후만 해도 정통야당의 대표 34명의 평균 재임기간이 5.6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DJ시절 서영훈 대표에서 조순형 대표까지 7명, 노무현 시절 정동영 대표에서 정세균 대표까지 9명, 그 뒤 확고한 오너가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정세균, 원혜영 대표, 통합민주당의 문희상 대표에서 김한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김한길, 박영선, 문희상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위원장까지 수많은 당 대표들이 확고한 리더십을 확립해 볼 기회가 없었다.
정통야당 대표출신 가운데 한광옥, 한화갑 씨 등은 아예 진영 밖으로 나왔고 이부영, 손학규 씨 등은 정치를 떠났고 정동영, 안철수 대표 등은 탈당으로 갈라섰다.
새누리당에도 이회창, 최병렬, 안상수, 강재섭, 박희태, 정몽준 전 대표 등이 밀려났지만 탈당이나 가출(家出) 성격은 아니었다.
결국 당의 분열, 탈당, 분당, 창당 등 선거를 앞두고 한집안 다가구 동거형으로 이합집산을 너무나 되풀이함으로써 늘 ‘적대적 정치’ 요소를 잠복시켜 왔다 오늘에 이르렀다는 해석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9호 (2016년 3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