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사랑, 본명 ‘김태면’도 되찾아
남은 소망 ‘종합노인복지센터’ 뿐

절망, 좌절 딛고 성공
한(恨)풀이 인생역전
부모사랑, 본명 ‘김태면’도 되찾아
남은 소망 ‘종합노인복지센터’ 뿐

▲ 무작정 서울상경을 위해 버스를 탔던 정류소 앞에서…<사진=라프>

자수성가 기업인이 필생의 염원으로 쌓아올린 전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신념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아직은 한창 일할 때인 50대의 ㈜라프 이태섭(李泰燮) 회장이 미리부터 전 재산 사회환원을 약속했기에 행여 기업의 영속성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피와 땀의 한풀이로 인생반전

이 회장은 부동산 위주의 현 재산가치가 아마도 700억대를 넘고 머지않아 1천억대를 넘어 2천억대까지 불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다. 그는 당초 결심한대로 60이면 국내에서 손 꼽을만한 종합노인복지센터를 건립하고 여기에 자신명의의 부동산을 출연하여 영원히 운영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이 남아 있는 소명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휴일이면 경제풍월 편집실을 방문하여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파란과 숱한 곡절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의 재산에는 온통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짓밟히고 무시당하고 절망과 좌절과 부딪히며 모질게 살아온 자칭 잡초인생의 결실이다. 이 때문에 어떤 기업가의 성취보다도 값진 재산을 개인적 욕망을 위해 끝까지 쥐고 누릴 생각이 없다.
결혼을 포기한 채 독신으로 살아온 것도 절망과 좌절과 투쟁하던 세월에 비춰보면 사치나 낭비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유년시절 머슴살이를 했던 삼장집을 둘러보는 이 회장. 지금은집터만 남아 있다. <사진=라프>

그의 사업은 ㈜라프 설립 이후 10여년간 급성장 하면서 사회와 주변에 대한 보은 성격의 빚도 갚을 수 있었다. 인생반전(人生反轉)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무작정 상경했던 누이와 동생 등 혈족들의 생활도 안정되고 잃어버린 부모님도 되찾아 나름대로 때늦은 효도도 했다.
이제 남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니 출생과 성장과정 및 각종 사업의 성공과 실패 및 재기과정의 온갖 한(恨)을 노인복지센터를 통해 풀고 떠나야겠다는 신념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그의 결심은 하루아침에 생각해 낸 인기 발상이 아니라 태생적 한풀이 성격이 아니겠느냐는 느낌이다.
이 회장은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서울가정법원 심판을 통해 ‘이태섭’ 아닌 본래의 ‘김태면’을 되찾았다. 그러나 아직 대법원의 최종 법률심 절차가 남아 있어 오는 10월 중에나 김태면 회장으로 재 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태어난 후 한 번도 사랑을 받지 못한 부친은 지난 1988년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자식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풍채 좋은 한량으로 줄곧 외지로 떠돈 부친은 결국 68세로 별세하여 고향 부여로 모셨다. 그 뒤 2004년에야 이 회장이 봉분을 다듬고 묘석을 세워 술잔을 올리면서 터놓고 호곡했다. 이곳 선산에는 이 회장을 길러 준 외조모와 외조부도 함께 모셨다.
가출했던 모친은 전주이씨가로 개가하여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둔 80 고령으로 서울하늘 아래 함께 산다. 그 사이 이 회장이 모친의 집 장만을 도와주고 용돈도 드리며 ‘어머님’이라고 불러봤다. 모친도 종종 독신아들 집을 찾아 가사를 돌봐주니 새삼 모정을 느끼게 된다.

‘사랑의 통 큰 경로잔치’ 후 감격의 눈물

자수성가로 가난의 형벌을 벗고 가문을 되살린 점에서 이 회장은 소원성취 한 셈이다. 그의 사업은 2006년 부동산 컨설팅 ㈜라프 설립으로부터 영등포구 당산동에 오피스 하우스로 라프 1·2·3을 오픈하면서 시운을 타고 번영했다. 재기사업의 발판이던 성북동 찜질방은 처분하고 그 대신 양반도시 전주에 대규모 초현대식 찜질방 빌딩을 세워 오는 9월에 오픈할 계획이다.
전주 사업은 800평 규모이나 14억대의 아주 싼값 매물로 나와 이 회장이 부동산 전문 안목으로 사들여 일본의 목욕문화를 벤치마킹하여 한국형 찜질방문화의 새 지평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회장은 이곳 전주 사업장에 경로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양반도시 어르신들께 ‘대리효도’(代理孝道) 지극정성을 함께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연말 주 사업장이 위치한 영등포 아트홀에 700여명의 노인들을 초청한 ‘사랑의 통 큰 경로잔치’로 언론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때 이 회장은 몰래 감격의 눈물을 닦으며 잃어버린 부모님 사랑을 되찾은 듯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이 회장은 나이 60까지는 반드시 종합노인복지센터를 설립한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집념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서울 평창동 요지에 나와 있는 600억대의 건평 5,500평 규모의 건물을 알아봤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는지 공매가격이 230억대로 떨어졌다고 하니 잘하면 인수할 가망이 보인다.
이를 인수하여 약간의 리모델링을 거치면 필생의 소망을 이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믿고 있다. 이 회장은 이곳 종합노인복지센터 사업이 실현되면 자신의 개인재산을 몽땅 출연하여 본래의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한다.

▲ 노인효도잔치. <사진=라프>

옛 고향산천의 감회와 추억들

이 회장은 고향 부여군 남면 송암리 고향마을을 방문할 때면 온갖 감회에 젖기도 하지만 고향산천 옛 모습을 추억으로 회상하게 된다. 80여 호에 달했던 마을의 외형이 슬라브 지붕 등으로 바뀌고 젊은이들 한 명도 없는 노인마을로 바뀌었다. 이 회장이 살았던 외할머니 댁도 남아 있지만 외형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만 비닐하우스 특작물들로 옛날에 비하면 모두가 잘 사는 부자마을로 비치니 너무나 반갑다. 이곳 마을에 자신을 ‘태면’이라 부르며 함께 자란 죽마고우는 거의 없다. 초등학교 동창들도 대다수 서울 등 도시로 빠져 나가 토박이 어른네들만이 지키고 있으니 아쉽다.
서울에는 20여명의 동창들이 각종 생업에 종사하여 1년에 한두 차례씩 만나 고향 이야기를 나누고 향수에 젖는다. 고향친구 가운데 절친했던 이채규 씨가 바로 이 회장이 창업했다가 부도로 정리한 운수사업을 인수하여 잘 경영하면서 이 회장 노인복지사업의 정신적 동지가 되어 있다.

기업인의 도전과 성취는 영속돼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이야기 하자면 기업의 영속성과 관련하여 후계자 양성문제가 제기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된다. 기업의 창업이 어렵고 중요하지만 이를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키는 수성(守城)도 동격으로 중요시 된다.

▲ 전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신념의 이태섭 회장. <사진=라프>

기업은 영속적 발전으로 기업 구성원 모두에게 기여하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역할 가운데 후계자 양성이 매우 중요한 책무로 강조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라프 이태섭 회장이 독신을 고집하며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후계자로 반드시 혈통승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여 독신의 창업주가 기업을 물려 줄 혈통이 없기 때문에 노인복지센터에 전 재산을 환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현 ㈜라프의 경영은 22년 우정이 쌓인 이현진 사장이 맡고 있으니 앞으로도 전문 경영인에 의해 후계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 경영인 체제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이나 기업발전의 영속성 측면에서는 오너 혈통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이 한국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회장이 전 재산을 노인복지센터로 출연하는 경우에도 라프의 영속적인 성장을 위해 주식분산 등 여러 가지 사전에 배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전 국민 대상 호감도(好感渡) 조사 때마다 100점 만점에 경우 40점대로 나타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호감도가 낙제점수일까. 조사항목으로 보면 기업활동 본연의 성과는 훌륭하게 평가되지만 투명경영, 윤리경영, 사회적 공헌 등이 국민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이다.
이 같은 냉정한 평가가 바로 기업인이 성취한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강요하는 뜻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정도와 투명경영으로 기업성과를 고루 배분하면서 기업규모와 특성에 맞게 일정액을 지역사회나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환원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태섭 회장의 오랜 신념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라프의 기업 영속성에 관해서도 깊이 고뇌하고 배려할 것을 당부하는 이 같은 충정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5호 (2016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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