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육성고백
일 고미요지 기자와 인터뷰, 이메일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암살되기 5년 전에 나온 책, 일본 도쿄신문 기자 고미요지(五味洋治) 씨와 인터뷰 하거나 이메일 주고받은 내용을 엮은 책, 지난 2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극약으로 암살된 후 묵은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황태자 길 포기… 위험한 운명 선택

김정남의 육성고백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 2012.3.21, 247쪽)는 ‘방탕아인가, 은둔의 황태자인가’라는 부제가 그의 운명을 예고한 느낌이다. 김정남의 출생 가계구도와 막내 이복동생이 독재권력을 세습한 후 밖으로 나다니며 자유인처럼 언행한 사실 기록으로 보아 스스로 ‘암살의 길’을 재촉한 것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이 영화배우 성혜림을 두 번째 부인으로 맞아 출생한 장남이다. 반면에 3대 세습권력 김정은은 4번째 부인 고영희의 둘째 아들이자 김정일의 셋째 막내아들이다. 김일성왕조로 보면 적장자인 김정남이 장남으로 황태자 지위를 누리다가 권력을 세습하는 것이 순리였을 테지만 가장 어린 막내가 절대권력을 장악했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어쩌면 김정남 자신이 운명을 바꾼 셈이다. 그는 일찍이 김경희, 장성택 부부의 보살핌으로 자라 모스크바, 제네바 등 유학을 거쳐 20대 초반에 귀국하여 아버지에 대한 반항시절을 보였다. 아버지의 독재권력 체제의 모순을 생각하고 개혁, 개방을 호소한 심정이었지만 통할 리가 없었다. 이 때문에 90년대 중반에는 베이징으로 거처를 옮겨 놓고 마카오와 상하이 등지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했으니 스스로 황태자 길을 포기한 셈이 아닐까.

언론 인터뷰 후 ‘조국으로부터 경고’

이 책은 고미요지 기자와 장시간의 인터뷰 및 주고받은 이메일 150여 통을 중심으로 엮었다. 2009년 4월, 김정남의 평양 근거지인 별장 ‘우암각’에 김정은이 보낸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급습해 수거하고 잡아갔다. 이에 더 이상 평양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떨어졌다. 2001년 5월에는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 하려다 들통이 나 강제 퇴거당한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로부터 김정남에 관한 암살계획설, 망명계획설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됐다. 이 책속에 베이징공항, 마카오 등지에서 인터뷰 기사가 한국과 일본 언론에 대서특필된 후 ‘조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내용이 나온다. 또한 이 책도 2010년에 출간하기로 김정남과 합의했지만 급박한 사정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여 2011년에 발간했다.

중국 모택동이 권력세습 않았다

▲ 김정일과 장남 김정남(앞줄 오른쪽)이 1981년 8월 함께 찍은 사진.뒷줄 왼쪽은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의 언니인 성혜랑.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서한 후 장례식을 치른 후 김정남이 고미요지 기자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낸다. 김정남은 3대 권력세습은 사회주의 정신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절대권력을 겨우 2년간 후계자 교육을 받은 어린이(김정은)에게 물려주어 안정되겠느냐는 의문을 표시한다. 아마 기존의 파워 엘리트 그룹이 실권을 장악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 아버지 김정일이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분명히 들었다고 강조한 대목이 나온다. 중국의 모택동도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중국정부도 3대세습을 인정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북한체제의 안정을 바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남이 암살돼야 했던 이유

김정남의 예측이 다 적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유세계의 공기를 호흡하며 이복동생 김정은의 3대세습이 정착하기 어려워 기존 파워 엘리트 그룹이 실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했지만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기관총으로 사살하고 장성택계 수백 명을 무참히 처단하여 1인 철통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또 핵과 미사일을 체제수호 수단으로 더욱 강화하여 미국을 상대로 생존투쟁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권력의 진로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각오하고 장성택 처형에 이어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사실을 감안하면 그는 김일성, 김정일에 못지 않는 철권통치로 죽을 때까지 1인독재를 고집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살아있었다면 김정남의 암살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에 따르면 김정일은 비록 권력을 물려주지 않았어도 김정남의 생명안전은 보장하려 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과의 관계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고 몇 번이나 말한 대목이 나온다. 다만 아버지는 국가의 지도자, 자신은 외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사람으로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가 밖으로 나와 있어도 생일날이면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 부자간 인연은 살아 있었음을 외부인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복 막내동생의 권력세습을 보고 일본기자를 만나 이런저런 공개발언하고 그 내용이 각국 언론에 보도된 사실 자체가 바로 김정남이 암살돼야 할 이유가 됐을 것이다. 문제는 김정남 암살이후 김정은의 인간백정식 독기가 끝나게 될는지는 의문이다.
김정남은 김정은의 세습을 비판하면서도 동생에게 생명안전을 호소하는 발언을 많이 남겼다. 그는 동생이 북한 주민들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동생이 제 진심을 이해할 수 있는 도량이 큰 인물이라고 믿습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정은은 극약처방으로 응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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