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박 전대통령 재판 연계
현직 공정위원장 증언, 정유라 출석등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우리네는 재판을 직접 참관하지 못하니 신문, 방송이나 극히 일부 참관자들의 소문으로 듣는다. 이에 따르면 무소불위의 위세를 보인 특검이 뇌물혐의 유죄에 올인하고 재판부는 일정 촉박을 이유로 속도전으로 몰아붙인다는 소식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우병우 캐비넷’ 문건 300건 파문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통령이 파면되어 구속 재판받고 글로벌 초일류 오너 CEO가 역시 구속 재판 중이니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인지 재판부는 이재용 재판은 주 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주 4일간 진행하여 피고인 측이 너무나 피곤하게 쫓기는 입장인 것으로 자주 보도된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과정에 박 전 대통령이 지원하고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 입증을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판과정을 통해 확실한 뇌물 수수 관계를 입증할 확정이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일부 보도된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 14일 청와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캐비넷 속의 문건 300건을 발견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 문건 속에 삼성그룹 경영승계 지원내용,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련 내용이 수두룩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사전 예고를 통해 “TV 생중계를 준비해야 할 사항”이라고 브리핑했으니 문 정부가 이를 매우 중요한 전 정권의 국정농단 자료라고 파악했던 모양이다.
이들 자료는 2013년 3월부터 2년간 민정수석실에서 작성된 문건이라고 하니 우병우 전 수석 시절과 관련된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미 특검이 뇌물혐의 등으로 기소한 내용보다 새로운 사실이 있느냐는 점이 의문이다. 청와대는 다시 총무비서관실의 주도로 청와대 각 실의 책상, 캐비넷, 서류함 등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전 정권의 대통령기록물을 몽땅 뒤져 박·이 뇌물죄 유죄 입증자료로 이용하겠다는 방침인지 궁금하다.

‘삼성저격수’ 현직장관의 증언 모양새

청와대가 우병우 캐비넷 문건을 발표한 날 ‘삼성 저격수’로 통하는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으니 다소 뜻밖의 놀라운 일 아닌가.
이날 김상조 공정위원장 스스로도 현직 장관급 고위직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걸렸던지 공정위에 1일 연가를 신청하고 양복 상의의 기관 배지를 떼고 관용차 대신 일반 승용차를 이용함으로써 ‘개인자격’으로 출석했노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박 전 대통령이 지원함으로써 433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특검의 기소내용과 관련 증언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이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없는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경영권 승계 차원’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이는 이재용의 뇌물제공,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유죄를 입증하려는 특검의 요구와 기대에 꼭 맞는 답변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반대했다면 합병은 결코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삼성의 출자구조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취약구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이 중병으로 쓰러진 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작업 시간이 없어 다급했다”는 삼성 임원급의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하고 김종중 전 삼성 사장에게 “합병 무리하게 하셨네요”라고 지적하자 “무식해서 그럽니다”라고 답변하더라고 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증언들은 학자로서 기업경영 관련 내용을 취득한 후 문재인 정부 장관급으로 중용된 후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2월 한성대 교수 시절에도 박영수 특검팀에 참고인으로 출석, 중요한 증언을 했고 국회 최순실씨 청문회에서도 증언했다.
그는 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제기로 야권이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를 주장했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했었다.

정유라의 깜짝 출석 증언 묘한연출

지난 12일의 이재용 재판에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가 깜짝 출석하여 어머니에게 불리한 내용을 증언한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동안 정유라씨는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모습을 감추고 외부와의 연락도 끊고 지냈는데 이날 특검차량 편으로 재판정에 전격 출석했다니 이상한 모양새 아닌가.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팀이 정유라를 회유, 새벽 2시부터 재판정 출석까지 8시간을 호텔에 감금시켜 놓았었다”고 주장하며 ‘보쌈증언’, ‘강압증언’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12일 오전에 정유라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 정윤회씨에게 연락했지만 그도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정유라가 증인으로 채택된 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도 아무런 상의도 없이 몰래 특검차량 편으로 출석하여 어머니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으니 비정상 아니냐”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정유라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엄마는 구치소에 있고 나는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데 법원에 출석해야 하느냐”며 펑펑 울기도 했다고 말하고 재판 하루 전날 그를 설득한 결과 12일 새벽 특검에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요청하여 파견검사가 달려가 승용차에 실어 출석했노라고 밝혔다.
정유라씨 증언 관련 특검과 변호인간 주장이 달라 진실공방이 일고 있지만 그녀가 변호사와 상의 없이 특검팀의 편의로 출석, 어머니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비상식, 비정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적폐청산 사정정국, 신적폐 우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 적폐청산이란 구호아래 전 정권 관련 사정 정국을 연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국정원의 전 정권 관련 댓글사건 등 13개 항목 조사에 이어 감사원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감사결과에 따라 부실 전투헬기 ‘수리온’의 전력화를 결정한 장명진 방사청장 등 3명의 검찰수사를 의뢰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기사이로 방산비리 척결 적격자로 취임했었다. 또 국정원이 적폐청산 TF팀을 구성, 13개 조사항목을 선정한 후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은 “전 대통령과 연루된 의혹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못 부를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바 있다.
역대 정권교체 후 전 정권관련 비리조사가 정치적 보복성으로 비쳐졌지만 문 정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소감이다. 청와대 기록물을 특검용으로 마구 유출하는 행위도 결코 정상으로 볼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을 법에 따라 관리하는 것은 이를 당대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 것인데 촛불혁명을 명분으로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신 적폐’ 양산 아니냐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일 때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옮겨갔다가 뒤늦게 반환해야만 했던 기록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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