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한수원 이사회, 신고리 5·6호기 중단, 1명만 반대
국가 에너지정책 운명 어디로

'꼭두각시' 한수원 이사회.
탈원전공약 '군사작전'.
신고리 5·6호기 중단, 1명만 반대.
국가 에너지정책 운명 어디로 가나.

▲ 신고리 5· 6호기 시공사인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사진은 국내 첫 신형원전 신고리 3,4호기 주기기 출하기 완료 모습. <사진=두산중공업>

문재인 대통령의 ‘친환경’, ‘탈원전’ 공약이 촛불 점령군식의 과잉, 졸속, 무리수로 강행하는 모습이다. 한수원 이사회가 지난 14일 공사 중인 신고리 5, 6호기 일시 중단을 의결한 과정을 보면 마치 군사작전이나 다름없었다. 한수원 이사회는 당초 지난 13일 경주 본사에서 개최하려던 이사회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자 다음날 경주보문단지 스위트호텔에 숨어 비밀리에 공사 중단을 의결한 것이다.

비전문 공론화위원회에 5, 6호기 운명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행 차원에서 고리 1호기 영구정지에 이어 신고리 5·6호기 일시 건설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 화력발전 가동중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대통령의 공약실천 차원에서 한수원에게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했을 때 일부 법적 근거문제를 제기하는 반론이 있었다. 이때 산업부는 에너지기본법을 근거로 “공기업은 국가시책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면서 ‘행정명령’식 협조공문으로 공사 중단 조치를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이사회가 노조 반대로 개최하지 못하게 되자 기습적으로 14일 오전 장소를 호텔로 옮겨 개최한 것이다. 언론의 현장 스케치 보도에 따르면 “종이로 창문을 가리고 이사회를 개최했다”고 하며 뒤늦게 이를 알고 노조원들이 달려가자 이사진들이 이미 의결을 마친 후 줄행랑 쳤다고 한다.
어찌하여 원전 건설 중단과 같은 중대한 에너지 정책 사항을 도둑질하듯 비밀 이사회를 통해 의결해야만 하는지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미 1.6조원의 건설예산이 투입된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에너지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의 석 달간 공론에 좌우될 판이다. 원자력이나 에너지 정책 관련법과 제도상 비전문가 집단에 의한 공론화 과정은 법에도 없으니 결국 촛불정권에 의한 초법적인 건설 중단이 아닌가.

▲ 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오전,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열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 대한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7월13일 경북 경주시 본사에서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 노조원 150여명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사반대'를 외쳤다. 사진은 신고리 5호기와 6호기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노조, 이사회결의 무효 가처분 신청

그날 기습 이사회 참석 13명 가운데 건설 중단 찬성 12명에 반대는 단 한명이었다. 반대 이사는 바로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로 지난 1983년부터 핵에너지를 연구하고 강의해온 전문가이다. 조 교수는 지금껏 원자력에 관해 학생들에게 강의해 왔지만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한마디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조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 김병기 노조위원장은 이번 이사회의 비밀, 기습 의결 행위가 “군사독재 시절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말하고 곧 이사회 결의 무효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이사진과 정부 관계자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5·6호기 건설입지인 울주군 서생면 주민협의회 이상대 대표도 한수원 이사회의 기습개최 및 졸속의결을 보고 ‘권력의 꼭두각시’처럼 느꼈다고 말하고 법적대응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과 한수원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의결과정까지를 보면 지난 50년간 원자력 기술자립의 빛나는 성과를 이룩한 원자력 전문가 영역과 시공 중인 신고리 5·6호기마저 전 정권의 적폐로 취급한 꼴로 비쳐진다. 또 친환경을 부르짖으며 탈원전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는 환경 NGO 사람들이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을 난장판으로 만든 ‘홍위병’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전문가의 ‘탈원전’ 결단 위험천만

원자력원 연구원 사람들, 각 대학 원자력 교수들, 그리고 한수원 사람들까지 촛불정권이 친환경 공약 실천이란 명분으로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문가들은 고리 1호기가 100% 외국기술과 자재에 의존했던 ‘턴키’방식으로 전설됐지만 그로부터 학습과 연구를 통해 원자력 기술자립을 이룩한 성과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실제로 한국 표준형 원전 OPR1000에 이어 차세대 원전 APR1400을 개발, 프랑스와 일본과의 경쟁을 거쳐 UAE에 수출한 기록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이 APR1400은 신고리 5·6호기에 채택할 예정으로 제작 중에 있는데 이번 공사 중단 조치로 폐기되지나 않을까.
더구나 영국 원전에 이 APR1400 모델 수출을 위해 협상 중일 때 신고리 공사 중단 조치가 내려졌으니 이 또한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리가 보기엔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지시할 때 깊이 고뇌했다는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환경운동가들의 조언은 많이 들었겠지만 원자력 전문가들의 조언은 별로 들어보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5년간 사망자가 1,368명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 경시청은 원전사고 관련 직간접 사망자는 단 4명뿐이라고 말했다.
왜 이처럼 문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믿고 공약하게 됐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탈원전이란 바람직한 목표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 판단은 전문가 영역이 우선이다. 전기요금으로 비교하면 kWh 당 원자력 53원, 석탄화력 66원, LNG 142원으로 격차가 매우 크다. 탈원전이 전기요금 폭등을 가져와도 좋다는 국민동의에 자신이라도 있는가.
또한 졸속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자력 기술생태계 파괴, 기자재 공급망 해체, 원자력 학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5년짜리 단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몰고 와도 좋다는 말인가.

약자인 시공사가 ‘어찌하오리까’ 항변

신고리 5·6호기 시공사인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은 재벌그룹 계열사로 정부와 권력 앞에 굽실굽실하는 속성이다. 그런데도 산업부의 지시를 받은 한수원이 미리 공사 중단에 대비하여 각종 이행조치를 준비하라고 요청하자 “뭘 어쩌라는 말입니까”라고 반발했다.
원자력안전법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 거치고 전문가 집단 논의에 정부의 모든 승인절차 다 밟았는데 갑자기 공사 중단에 대비하라니 “법적근거가 뭡니까”, “피해 보상은 어찌 됩니까”라고 문의하는 방식으로 항변한 것이다.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에도 1,000억원이 소요된다고 보도됐지만 영구 중단 피해는 최소 2.6조원에서 12조원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1.6조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어 진도율 28.8%에 이른 원전을 과학적인 분석과 판단도 없이 정치력만으로 일시중지, 영구중단 등을 결정할 수는 절대로 없다고 확신한다.
문 정권은 촛불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고 전 정권의 적폐청산을 주장하여 지지율 80%에 도취하게도 됐다. 그렇지만 국민여론이나 정치적 지지율이란 수시로 변동하게 되어 있음을 유의해야만 한다. 문 정권이 촛불기세에 기고만장하여 지난 50년간 원자력 전문가들에 의해 축적되어온 기술자립과 수출경쟁력을 5년짜리 단임 정권이 붕괴시켰다가 차기 정권이 이를 복구시키게 될 경우를 상상해 보라.
대통령이 어찌 자신의 공약 실천을 명분으로 졸속과 무리수로 국가 에너지 대계에 중대한 위험을 가하는 행태를 보고만 있는 것인지 국민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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