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의 요람길 탐방 코스

▲ 다케오 코스에서 만나는 수령 3,000년의 녹나무. <사진=규슈올레>

규슈(九州, 구주) 규슈는 일본의 4개의 큰 섬 중에서 한국과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인천공항에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크기가 우리나라 남한의 절반정도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규슈는 인구 1,300만에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오이타, 미야자키, 가고시마의 7개 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최초의 문명을 꽃피운 ‘역사의 요람’으로도 알려져 있는 규슈는 연중 온화한 기후가 유지되어 있어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서양의 문물을 큰 거부감 없이 먼저 받아들인 탓에 ‘문화의 장’으로도 불린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규슈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친밀감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 <사진=규슈올레>

‘규슈 올레’ 트레킹 코스

[배만섭 발행인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올레’는 제주어로 집 대문에서 마을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을 의미한다. 고어로는 ‘오라’, ‘오래’라고 하여 문을 뜻하는 순 우리말 ‘오래’에서 그 어원을 추정할 수 있다. 올레는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로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집으로 가는 골목으로 올레는 집이라는 나와 마을이라는 세상을 길로서 구불구불 이어지는 제주 돌담길의 미학을 보여주는 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도보 트레킹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제주올레’가 이제는 일본 규슈로 수출되어 지난 2012년 2월 4개의 코스로 개시된 것이 ‘규슈 올레’ 트레킹 코스다.
우리에게 ‘올레’는 ‘걷는 길’ 혹은 ‘트레킹 코스’라는 일반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제주어 ‘올레’가 그대로 명명되어 규슈에서 사용되고 있다. 코스개발의 자문과 길을 표식하는 디자인을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제공했다.
지속적인 규슈올레 코스가 개발되고 추가로 열리면서 현재는 모두 19개 코스, 총 길이 228.3km에 이르게 되었다. 규슈올레의 가장 큰 매력은 천천히 걸어가는 발걸음 속에서 다가오는 장엄한 풍광과 온천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우아하게 더해진 역사와 문화를  가까이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규슈올레의 상징은 다홍색. 이는 일본 신사의 토리이(鳥居) 색깔로 일본문화를 대표하는 색이다. 규슈올레도 제주올레처럼 길 표식과 화살표, 리본이 코스를 안내해 주고 있다. 파란색 화살표는 정방향, 다홍색 화살표는 역방향을 가리킨다.

▲ 이부스키 올레 코스. <사진=규슈올레>

다케오 코스(武雄)

후쿠오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다케오는 사방이 산들로 에워싼 곳에 고요히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온천마을이다. 수령 약 3,000년의 신비하게 생긴 거대한 녹나무들과 오래된 역사를 지닌 온천들이 다케오의 자랑거리.
4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도자기 가마 90여 개가 있는 다케오는 전통을 간직하고 산악풍과 풍광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다케오 올레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다케오 온천역 기차역에서 걷기 시작해 도심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울창한 대나무 숲이 서늘한 아름다운 시라이와 운동공원을 만나게 된다.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는 키묘지(貴明寺) 절이 있다.
벚꽃이 만개한 저수지에는 유명한 사가 현 우주과학관의 현대적인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서 거대한 삼나무 숲으로 인해 그늘이 형성된 산길로 들어서면 다케오 코스의 절정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180도를 기준으로 정확히 반을 갈라 나뉘는 전망으로, 한쪽은 겹겹이 겹쳐진 산악지형이고 반대쪽은 거대한 분지안에 오밀조밀 모인 다케오市의 도시풍광이 펼쳐진다.
다케오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힘을 준다고 믿는 영험하고 거대한 두 그릇의 녹나무들을 차례로 지나면 작은 산 곳곳에 귀엽고 작은 숨은 작은 불상들이 있는 사쿠라야마공원을 지나 종점인 다케오 온천의 랜드 마크인 오래된 누문이 보인다. 길이 14.5km. 예상 소요시간 4시간. 난이도 中.

▲ 오쿠분고 코스(奧豊後)의 상징인 부동명왕 마애불. <사진=규슈올레>

아마쿠사·이와지마 코스(天草·維和島)

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아마쿠사 제도의 이와지마 섬을 일주하는 코스로 전형적인 일본의 어촌 마을과 자연을 탐방할 수 있다.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의 히가시오이바시(東大維橋) 다리를 건너 이와지마섬으로 입장하며 보이는 곳이 선사시대 고분군 유적지인 치자키 고분군으로 본 코스의 시작점이다.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 석관의 고분들이 보이기 시작해 아마쿠사 제도의 작은 섬들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다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으로 가슴이 잠시 뭉클해진다. 제도의 이름이 된 ‘아마쿠사’는 에도시대의 초기 기독교 신자였던 아마쿠사 시로(天草四郞)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촌마을과 과수원을 지나면 다카야마 산 위로 천천히 오르게 된다. 사방으로 확 트인 시야에 수많은 섬들이 바다 위 수평선에 걸쳐 떠 있는 듯한 절경이 그려진다. 경이로운 섬들로 둘러싸인 바다인 야츠시로카이(八代海)는 마치 호수처럼 맞은편 육지가 가까워 보인다. 단층지대의 바닥으로 되어있는 소또우라 해안가에선 파도에 휩쓸려온 폐목들이 자연적인 조형물처럼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길이 12.3km. 소요시간 4~5시간. 난이도 中上.

▲ 아마쿠사·마츠시마 코스. <사진@규슈올레 인스타그램>

오쿠분고 코스(奧豊後)

오쿠분고 올레 코스는 오이타 현의 분고오노시(豊後大野市) 기차역인 JR아사지역(朝地驛)을 시작점으로 해서 다케타시(竹田市)의 성하마을까지 걷는 코스다.
일본의 전형적인 산촌과 농촌마을을 지나고 역사적인 고성을 지나는 길이다. 코스는 벚꽃과 단풍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유자쿠 공원(用作公園)과 규슈 최대의 마애석불이 있는 후코지(普光寺) 절을 지난다. 이어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청류를 건너면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오카 산성터(岡城跡)에 닿는다. 지금의 오카 산성터는 이끼가 낀 돌담으로만 남은 성벽만 볼 수 있다.
코스를 걸으면서 멀리 보이는 구쥬연산(久住連山)과 소보산(祖母山), 아소산(阿蘇山)의 연결된 산맥의 장엄함은 피로에 지친 눈을 맑게 해줄 정도로 절경을 자랑한다. 천천히 산성을 내려오면 작은 교토라 불리는 성 아래의 오래되고 작은 마을이 보인다. 종착지인 분고다케타역에는 지척에 온천 시설이 있어 올레 트레킹의 피로를 풀 수 있다.
주요 볼거리로는 유자쿠공원, 후코지 절, 소가와 주상절리, 오카 산성터(岡城跡) 등이 있다. 길이 11.8km. 소요시간 4~5시간. 난이도 中.

▲ 우레시노 코스에서 만나는 녹차밭. <사진@규슈올레 인스타그램>

이부스키 코스(指宿)

이부스키 코스는 평평하면서도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바닷가 올레 코스다.
시작은 일본 JR기차의 최남단역인 니시오야마(西大山驛)에서 출발한다. 이른 봄철에 트레킹을 시작한다면 노란 유채꽃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니시오야마를 출발해 밭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하얀 등대가 우뚝 서 있는 나가사키바나(長崎鼻) 곶에 도착한다. 근처 히라카키신사에는 용궁전설로 불리는 ‘우라시마타로’의 발상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검은색 모래해변의 나가사키바다를 지나면 ‘사츠마 후지산’으로 불리는 원추형의 봉우리 모양의 가이몬다케(開聞岳) 산이 자태를 드러낸다. 파도소리를 따라 해변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깊을 걷고 나면 자그마한 가와지리 포구에 다다른다. 이윽고 수 만평의 광활한 가이몬다케 산록 허브농장을 볼 수 있다.
이부스키 코스의 종착점은 가이몬역(開聞驛). 길이 19.4km. 소요시간 5~6시간. 난이도 下.

▲ 무나카타 오오시마코스 풍차전망대. <사진@규슈올레 인스타그램>

히라도 코스(平戶)

히라도 코스는 통상적인 일본의 마을과는 달리 이국적인 정취와 일본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나 있는 코스로 장엄한 풍경이 일품인 올레길이다.
시작점과 종착점이 동일한 히라도 코스의 시작은 히라도항이다. 히라도는 1500년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과의 상업적인 교역을 시작한 곳으로 ‘서쪽의 도읍’이라 불릴 만큼 한때 풍요로운 항구였다. 흰색 건물의 히라도 상관은 1609년에 설치된 석조 창고로 일본 최초의 서양 건축물을 복원하여 2011년에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히라도항 교류광장에서 시작되는 히라도 코스는 사이카이 마을 뒤쪽으로 국립공원의 깊은 숲을 지나 광대한 초원을 거치면 마치 제주의 오름을 꼭 닮은 봉긋한 언덕의 정상 가와치토오게(川內峠)에 서게 된다.
다시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는 오래된 가톨릭교회(平戶ザビエル記念敎會)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요 볼거리로 사이쿄지 절, 가와치도오게, 자비에르 기념교회, 쇼쥬지 절, 큰 소철나무, 히라도 네덜란드 상관이 있다. 길이 13km. 소요시간 4~5시간. 난이도 下. <참고자료 : 일본관광청(JNTO),  규슈관광청>

▲ 다카치오 코스의 다카치오 협곡. <사진@규슈올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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