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여’ 속에 경제성도 있다

뿌리 깊은 술문화
폭탄주에도 역사성
‘위하여’ 속에 경제성도 있다

[김연태 칼럼(㈜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연말연시는 언제나 술이 넘친다.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과정에서 술이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폭탄주(爆彈酒, poktanju(boilermaker)는 술자리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폭탄주가 이처럼 유행되는 것은 이런 저런 음식재료를 섞는 비빔밥이라는 세계적인 음식문화를 일군 우리민족의 정서가 작용한데다 폭탄주의 또 다른 합리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폭탄주의 핵심은 술 취하는 속도를 앞 당겨 빨리 술이 취하도록 하는 것으로, 소주나 양주를 맥주와 섞어 마심으로 도수 높은 소주나 양주가 맥주 속에 함유된 탄산가스의 작용으로 인해 빨리 흡수되도록 하는 그런 고차원적인 것이다. 

▲ 폭탄주는 언제나 다 같이 동시에 구호와 함께 마시기에 단합된 분위기를 만든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DB>

 

조선조의 혼돈주, 자홍주

사용되는 술은 보통 소주와 맥주, 양주와 맥주, 막걸리와 소주와 사이다, 양주와 포도주 등 재료도 매우 다양하다. 보통의 경우 순한 술은 큰 잔에, 독한 술은 소주잔(작은 잔)에 따라서 섞게 되지만, 때론 독한 술을 큰 잔에 순한 술을 작은 잔에 따라 도수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폭탄주의 역사는 혼돈주 또는 자홍주라 하여 이미 조선시대(朝鲜时期, the Joseon Dynasty period)부터 시작되었다고 하고 1960~1970년대 막걸리(raw rice wine)에 사이다(Cider)를 타서 마시는 방법의 ‘막사이사이주’가 유행이었는데, 요즈음 개념의 폭탄주는 1980년 무렵 늘 시간에 ㅉㅗㅈ기는 군 고위간부나 법조계(검, 판사)에서 시작되어 언론계와 기업체 임원들에게 확산되다가 요즈음엔 너도 나도 이렇게 술을 말아 먹는 시대가 되어 계속 확산되고 있다. 

폭탄주는 섞어지는 술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데 과거의 수소폭탄주, 원자폭탄주 등으로 불리던 이름이 근래에는 소주와 맥주를 섞으면 ‘소폭’, 맥주와 양주를 섞으면 ‘양폭’ 등으로 간소화되었다. 때로는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를 큰 그릇에 모두 섞어 돌려가며 마시는 ‘난지도주’까지 나돌고 있는데, 어느 신문사에서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소주를 타서 마시는 소폭이 약 60%, 양주를 타서 마시는 양폭이 약 30%이며, 기타방법이 10% 정도로 소폭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고스톱 번성 과정과 유사

가만 보면 폭탄주는 고스톱이 번성하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다. 고스톱이 싹쓸이 고스톱, 전두환 고스톱, 노태우 고스톱, 최규하 고스톱처럼 한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했다면 폭탄주도 마찬가지다. 타이타닉영화가 나온 후로는 ‘타이타닉주’라 하여 맥주를 부운 맥주잔 위에 빈 소주잔을 띄우고 소주를 따라 침몰시켜 마시는 방법이 있고, ‘회오리주’라 하여 맥주잔에 소주잔을 넣고 잔 위를 휴지로 감싸서 힘차게 돌리면 가운데 회오리가 생기며 섞는 방법, ‘충성주’라 하여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걸쳐 그 위에 소주잔을 아슬아슬하게 놓고 술상의 바닥을 자신의 이마로 소리 나게 박아 소주잔이 맥주잔에 떨어지게 하는 방법, 월드컵 때는 소주잔을 올려놓은 젓가락을 절묘하게 발로 차서 잔을 떨어뜨리는 방법, 올림픽 때는 ‘성화주’라 하여 빈맥주병을 거꾸로 하여 그 평평한 부분에 폭탄주를 올려 성화처럼 만들어 성화를 전달하듯 하는 등 그 종류는 헤아릴 수도 없는 가운데 울산의 어느 식당아줌마가 개발했다는 폭탄주가 인터넷 등을 달구고 있었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개발 될 것이다. 다만 맥주잔에 술을 가득 채우면 술의 양이 많아 빨리 마시고 잔을 돌리기가 벅차다보니 근래엔 폭탄주의 종류와 상관없이 잔은 칠 부 이내로 적게 따르는 경향이다.

폭탄주의 3대 기본이념은 신속과 평등 그리고 단합이다. 통상 술자리엔 주빈(윗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주빈이 그날의 폭탄형태를(소폭, 양폭) 정하여 공장(제조공장)을 자처하며 자신의 앞에 사람 숫자에 맞추어 맥주잔을 놓은 뒤 자신이 직접제조를 하여 분배하는데, 계속 제조공장을 역임하거나 돌아가면서 제조를 하게 된다. 
제조된 폭탄주는 원래 술잔의 주인에게 돌려주기도 하고, 좌, 우측으로 돌리기도 하고, 군에서는 좌, 또는 우로 몇 클릭이라고 공통으로 지정하여 돌리기도 한다.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다보니 개인의 주량이 고려되지 않아 주량이 모자란 사람은 대취할 수밖에 없고, 위생적이지 않으며, 술에 몰두해 대화는 하지 않고 술만 먹게 되는 등 단점도 있지만 폭탄주에는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다. 

폭탄주 이점, 장점 최소 5가지

첫째 경제적이다. 술이 빨리 취하기 때문에 술자리가 빨리 끝남으로 시간과 술값과 안주 값이 절약된다. 둘째 단결과 우정을 돈독히 하게 된다. 소주는 각자 마시게 되지만 폭탄주는 언제나 다 같이 동시에 구호와 함께 마시기에 단합된 분위기를 만든다. 셋째 민주적인데,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모두에게 공평하다. 윗사람인 경우 많은 사람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술이 권해지는 것이 방지되고, 업무상 접대를 계속 해야 하는 약자에게도 방어수단을 제공한다. 
넷째 건강에 좋다는 것인데, 독한 양주나 소주를 그대로 마셔 식도나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맥주를 타서 마시게 됨으로 부드러움을 갖는다. 다섯째 재미를 부여한다. 술을 제조하는 방법과 건배구호가 다양하다보니 그 과정을 즐기며 하나의 놀이가 된다.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폭탄주 역시 술임에 분명하다. 연말을 보내며 함께 해야 할 여러 집단들과의 총총한 일정으로 매일같이 마시게 되는 술은 언제나 넘친다. 조선후기의 실학자였던 이덕무는 사소절(士小節) 성행(性行)조에서 “훌륭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착한 마음을 드러내지만 조급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을 나타낸다.”고 했다.   
“반잔 술에 눈물 나고, 한잔 술에 웃음 진다.”하여 가득한 잔을 나누어보지만 과유불급이라던가, 이덕무 선배의 지적처럼 착한 마음이 드러날 만큼의 술을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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