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투사 ‘무차입 공매도’ 규정 위반 솜방망이 처벌…강제 방법 없어

-금융당국, 전 세계 통용되는 거래방식이라며 공매도 폐지 요구에는 선 그어

<자료=김병욱 의원>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회에서 외국인에게만 유리하게 마련돼 있는 국내 공매도 시장에 대한 시정 요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와 반대로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증권시장에서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해 과태료나 주의 처분을 받은 금융투자회사는 71곳이었다. 이 중 69곳은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계 회사로 미국 국적이 27곳이었고 홍콩은 13곳, 영국은 11곳 등이었다.

금융당국은 71곳 중 45곳(63%)에 주의 처분을 내렸고 26곳(37%)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최대 과태료는 6000만 원으로 상한액인 1억 원의 60% 정도였다. 하지만 6000만 원을 부과한 사례는 한 번뿐이었고 7곳은 여전히 과태료를 미납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라는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매도는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로 구분되는데 무차입 공매도는 현재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판 후 결제일 이전에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다시 사서 갚는 방법이고 차입 공매도는 제3자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갚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2000년 4월 이후 금지돼 있으며 차입 공매도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 형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차입 공매도는 대차 거래와 대주 거래가 있으며 대차 거래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주식을 빌려주는 것이고 대주 거래는 증권사가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줌으로써 개인의 공매도를 지원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공매도 시장을 보면 거의 외국인이 60~80%를 차지하고 있는데 개인은 그 비중이 점점 줄어 1%도 안 된다”며 “모든 투자자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기회를 균등하게 주지 않고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현재 공매도 제도가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종목 제한과 무차입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기존 공매도 규제 중 기관을 사실상 유리하게 대우하는 등의 부분을 살펴 시장 투명성을 다시 점검하고 주식 잔액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공매도 현재 1%뿐…폐지 요구 빗발쳐

김 의원이 받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4년간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규모는 2015년 2%의 비중이 최대였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는 약 64조 원을, 기관 투자자는 약 22조 원을 공매도 시장에 투자했다. 이들의 규모와 비교해보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금액은 1조 4000억 원으로 아주 적은 수준이다. 2018년 현재는 1%로 비중이 내려갔다.

그동안 공매도 제도하에서 법적으로 외국인과 기관, 개인 투자자 등 투자 주체별로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증권 차입 단계에서 개인은 기관보다 신용도와 자금력, 정보력 등에서 한참 뒤처져 있어 증권 차입조차 쉽지 않다.

올해만 해도 셀트리온(068270)의 코스피 상장 이후 줄지 않는 공매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요구가 있었으며 이후 삼성증권(016360)의 배당 착오와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관련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할 정도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공매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등 정부는 공매도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거래방식으로 해외에서도 폐지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공매도 폐지에 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최 위원장은 “공매도는 투자자의 정보력 차이 외에도 중요한 것이 신용도여서 제도 자체가 신용도가 높은 차입자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며 “개인 투자자도 자신의 투자전략에 따라 좀 더 원활하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주식 대여 동의 기준을 100명에서 70명으로 낮추고 개인이 기관 투자자의 보유 물량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인의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공매도, 순기능 있지만 개인 호응은 의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시장의 다양성과 규모를 키우는 역할뿐만 아니라 주가 거품을 제어하는 측면이 있고 하락장에서 증시에 자금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너무 높은 주식이 제자리로 가는 과정 같은 경우에는 공매도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 위원장의 개인 투자자 공매도 규제 완화 발언에 대해서는 “평등한 조건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개인들이 그만큼 호응을 할지는 의문”이라며 “개인들은 매도보다는 매수에 더 익숙해 있고 공매도는 정보력이 중요한데 개인들이 그만큼의 정보를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언급만 있었을 뿐 아직 정확한 지침이 내려온 게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과징금 상한액의 부당이득의 1.5배로 늘리고 무차입 공매도를 하면 형사 처분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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