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상승 출발한 코스피 <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연초 1993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를 다시 끌어올리며 ‘1월 효과’를 증명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악재 우려와 국내 기업의 이익 하향 전망 등으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상저하고’를 예상하며 ‘1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코스피는 3개월 만에 2170선을 회복하며 상승을 보이고 있다. ‘1월 효과’를 이끌어 낸 장본인은 외국인 투자자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기조, 중국 경기 부양책, 신흥국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매력 등을 외국인 자금의 신흥국 유입 이유로 꼽는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3%포인트(0.02%) 소폭 하락한 2177.30으로 장을 마감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도 외국인은 3546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매도세로 인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3조2567억 원을 순매수했으며 이로 인해 코스피 지수는 136.26포인트(6.68%) 상승했다. 2017년 10월 2조9759억 원 기록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월별 순매수 금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같은 기간 동안 기관과 개인은 각각 4727억 원, 2조8085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인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 매수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1조3439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전자는 3만8700원에서 4만5050원으로 이번 달에만 16.41%(6350원) 올랐다. 뒤이어 SK하이닉스 주식을 7195억 원어치 사들이며 18.68%(1만1300원) 주가 상승에 일조했다.

그 밖에 한국전력 1785억 원, SK 979억 원, LG화학 966억 원 등을 순매수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감소와 신흥국 증시 매력이 부각되며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심리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에 대한 기대감 등이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재개됐다”고 분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긴축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보도와 무역협상을 위한 중국 차관급 인사의 방미 소식이 위험 선호를 자극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코스피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 시장으로의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주가가 상승하면 매력이 떨어져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게다가 외국인 매수의 상당수가 반도체 업종이기 때문에 악화된 업황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신흥국 시장이 저평가돼 있고 대외적 이벤트가 긍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진국 대비 신흥국 증시 상대 강도가 바닥이고 미·중 무역분쟁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흥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며 “신흥 증시 자금 유입은 국내 증시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이어서 자금 유입이 이어질수록 국내 증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 긴축 노선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고 다양한 정책조합을 활용한 중국 측의 대규모 부양책 시도 등이 안도 랠리의 핵심동력”이라며 “단기 안도 심리가 우세해 랠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과 기업이익 추정치 하락으로 증시 매력이 감소할 수 있고, 특히 반도체 업황은 개선에 시간이 필요해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하인환 연구원은 “주가 상승과 국내 증시의 이익 추정치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된다면 패시브 성격의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순매수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코스피가 지난해 11월 반등 국면 이후로 2100까지 상승해 박스권의 상단에 도달했다”며 “단기간에 주가가 상승한 데에 따른 숨 고르기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2019년 1분기 중에는 반도체 가격 인하에도 출하량의 급증이 나타나지 못하며 극적인 반도체 업황의 호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SK하이닉스의 경우 주가 반등이 상당 폭 발생한 만큼 과거 다운턴 말기에 늘 그랬듯이 주가와 실적 간의 괴리가 주가 재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국내 주가 상승으로 10대 그룹 총수의 상장사 주식 자산이 2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1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 지분 가치는 지난 24일 기준 총 30조 1747억 원으로 지난해 말 27조8702억 원보다 2조3045억 원(8.3%) 증가한 수준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1.7% 증가를 보였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분이 11.5% 늘어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 등도 이번 증시 상승세로 지분이 증가했다.

다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5% 감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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