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공인은 공인다움을 명확히 하는 데에서 '공인의 인격이 뚜렷해지는 것'"

▲ 로버트 필 초상화. (사진=위키피디아, 저작권=퍼블릭도메인)
▲ 로버트 필 초상화. (사진=위키피디아, 저작권=퍼블릭도메인)

[이동희 오성연구소 이사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우리의 민주시민사회에서 미래의 다양한 꿈을 품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또는 아직도 70여 년 동안 그대로 남아있는 휴전선에서 군대복무를 하고 있는 영원한 공인들에게 그리고 실제로 한국 정치현실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정치인들에게도 내가 존경하는 정치가의 한 인생교훈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냐하면 우리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앞으로 위대한 정치가가 많이 배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나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명재상 벤자민 디즈레일리(Bebjamin Disraeli)를 소개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영국, 신사 정치의 멋을 찾아서〉라는 1993년도 나의 학술적인 영국순례의 기행문을 발췌하여 게재하고자 한다. (기자주)

(3)에 이어서…

불멸의 명연설


천하의 대권을 한손에 쥔 득의만면의 로터브 필(Robert Peel, 1788~1850) 수상은 점점 더 안하무인으로 되어 여야 의원들을 내려 보면서 연설 끝에 이와 같이 멋있는 시 한수를 읊으면서 디즈레일리를 타일렀다.

과연 대영제국의 재상답고 명문출신의 명연설로 받다드려졌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영국의 의회정치의 양당 제도를 바꾸어 놓은 운명의 시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당사자인 디즈레일리 만이 생각이 달랐다.

"그 유명한 '솔직한 친구(Candid Friend)'라는 시를, 바로 어떻게, 바로 그분이, 바로 나에게 퍼부을 수가 있을까?"하면서…마치 숲속에서 호랑이가 큰 코끼리를 만나듯이…이젠 멀리서 엄습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디즈레일리가 일어섰다. 그리고 Peel 수상의 <The Corn Law> 곡물법 폐지론을 반대하면서…자연스럽게 지난번 수상이 인용한 그 시 한 구절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물론 수상께서 연설 하실 때 인용한 문장이나 시는 대단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효과도 관연 컸을 것이었습니다. 엊그제 인용하신 그런 <우정의 시>도 우리의원들에겐 감명을 주셨을 줄 압니다.

그중에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존경하고 아쉬워하는 동료의 시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Canning의 시였던가요?…하니…아차 그 시가 바로 그의 한 맺힌 Canning의 시 였구나…그리고 그 우정을 배반했던 <우정의 시>였구나하였고…국회의원들은 숨을 죽이고 놀라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해서 "여러분! Canning 하면, 아마도 이 의회에서 어떻게 눈물 없이 그의 이름을 부를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그의 천재성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우리는 아니 우리 모두는 그가 40대에 한도 못 풀고 요절한 것을 한탄하였습니다. 그가 조실부모하여 삼촌 집에서 자라나 명문대학을 나와서 우리의회에 들어와 드디어 꿈을 실현하여 수상이 되었으나 그 친구의 배반으로 분하게 죽은 그를 눈물로서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가 고집불통의 편파인(Prejudice)과 그 위대한 범용인(Mediocrity : Canning을 천재로 보면, Peel은 범용이란 뜻)과 싸우고, 또한 끈질긴 맞수인 경쟁자(Peel)와 겨루다가 끝내는 소위 <솔직한 친구>의 배신으로 수상이 된지 4개월 만에 분사한 그를 우리는 영원히 동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니 그제야 의원들은아! 그 시가 바로 그의 시였구나"하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디즈레일리는 더 이어갔다. "물론 그런 분의 시가 이 의회에서 인용될 때 그 효과는 대단할 것이라고 각하도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 몇 줄의 시, 그것도 Canning이 쓴 그 시를, 그리고 그 우정의 시 내용을, 바로 그 시의 당사자이시고 또 장본인이신 수상각하에 의해서 다름 아닌 본 의원에 대하여 인용되었으니……참으로 그 제목(the theme), 그 시(the poet), 그리고 그 연사(the speaker)…그 얼마나 절묘한 조화입니까?(what a felictous combination"라고 하니 그동안 눌렸던 의회의 분위기가 폭발과 같이 터졌다.

특히 농촌출신 의원의 속 시원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으로 그의 연설은 잠시 중단되었다. "수상각하! 그런 시의 인용이 토론 과정에서 유효하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저에게 돌려진 것이라면, 나는 수상각하에게 이 자리 여러 사람 앞에서 수상각하의 <비범한 기억력과 대담한 양심(Courageous Conscience)>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 연설은 영국 의회사상 불후의 명연설로 남아있다. 참으로…영국의 정치와 의회, 그 중에서도 19세기가 너무나 멋이 있었다. 이 구절은 디즈레일리가 그 당시 여․야를 망라한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는 당대의 Sir Robert Peel 수상에게 <The Corn Law> 토론 중에서 '자유무역'은 좋을 수 있으나 영국에서 '자유정치'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수상 Peel의 변절을 공박한 시적 연설의 한 구절이다.

그 시와 그 명연설로 <Peel 내각>이 무너졌다. 그리고 영국 헌정사에서 최고의 시대를 창조했다. 이 연설 한 마디로 방약무인의 거인을 쓰러뜨리고 영국 정계에서 그는 확실히 떠오르는 샛별이 되었다. 그라고 얼마 있다가 그는 다시 일어나서 "여러분! 공인은 공인다움을 명확히 하는 데에서 <공인의 인격이 뚜렷해지는 것>"이라고 갈파하였다. 이것이 오늘날의 영국정치 전통에 크나큰 교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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