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씀 한마디’ 졸속, 무리 부작용
공정, 정의 독과점 정권의 ‘공정 파괴’

인천공항 출국 게이트 앞 모습.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인천공항 출국 게이트 앞 모습. (사진=이코노미톡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대선 공약을 명분으로 공기업 비정규직의 졸속 무더기 정규직화는 내부 반발 등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자회사 소속 보안검색원 1900명을 본사 정규직 청원경찰로 전환한 후 노․노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또한 이번 일로 공정질서가 무너졌다고 분노하는 취준생들이 “친노동 정권이 청년 가슴에 대못질하느냐”고 항변한다.

공정 무너진 곳에 미래는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노동계가 강력 촉구해온 정치적 투쟁 구호에 속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올라 있다. 대체로 정규직화는 좋은 일이지만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이 문제라고 지적된다.

인천공항공사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전격 방문하여 “연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제로화”를 선언한 곳이다. 이번 공사의 무더기 정규직 전환이 바로 대통령 공약실천의 일환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의 기준이나 절차의 공정성, 객관성이 문제 아니냐고 지적된다. 좀더 솔직히 “무더기 정규직화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인천공항공사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취준생들의 선호도 제1위다. 이 때문에 정규직 공채과정이 바늘구멍으로 언제나 합격자보다 탈락자가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취준생들이 취업기회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존 본사직원 1400명에 자회사 소속 1900명이 본사 정규직으로 들어오니 내부 반발이 당연하다. 정규직 노조가 25일 오후 4시, 청와대 앞까지 진출하여 “공정이 무너진 곳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선언했다.

공정과 정의는 문정권이 독과점하다시피 늘 과시하던 구호다. 특히 일자리 정부로서 반칙과 불공정이 없는 좋은 일자리 정책을 자부해왔다.

공사의 정규직 노조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두고 항변한 것이다. “공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더기로 정규직 전환이 공정이고 정의냐”는 말이다.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연일 TV와 라디오에 출연, 1900명의 정규직화에 반발할 이유가 없노라고 강조했다. 그가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보안검색원이나 앞서 전환한 소방대원 직종이 대졸 취준생들의 공채 관문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청년 취준생들을 더욱 분노케 할 뿐이다.

고용시장의 거부, 반발 강압이 더욱 문제


그러나 실제 보안검색원들의 거의 절반가량이 대졸 출신이라고 하니 황 수석의 주장이 취준생들의 분통만 부채질하지 않느냐고 볼 수 있다.

또한 인천공항공사 사장 출신인 정일영 의원(민주)도 “취준생들의 오해가 안타깝다. 보안검색원의 정규직화에도 공채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을 적극 받들어 국회로 진출한 분이다.

민주당 내부와 정의당 등 범여권의 주장도 청와대와 입맞춘 듯 거의 한 목소리다.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나 취준생들의 박탈감이 모두 이유없다는 식이다. 그러니까 일시에 무더기로 정규직화 하면서 나타난 부작용과 반발을 적극 설득하고 이해시키기보다 ‘오해’나‘ 사실 아냐’ 등으로 억누르는 자세가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황 수석은 이번 정규직화와 관련,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장기호 노조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의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지난 2017년도 협의는 동의한 적이 없고 금년 2월 협의는 “보안검색원의 법적인 문제(파업권제한)가 해결될 때까지 자회사 소속으로 두기로 했었다”는 요지였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정규직화 절차에 문 대통령이 공사를 방문한 2017년 5월 이전과 이후 입사자간에 전환 절차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대통령 방문 이전 입사자는 서류전형으로 자동 전환, 이후 입사자는 공채 절차를 거친다니 차별 아닌가.

이를 두고 “대통령의 성은(聖恩)이 스쳐간 사람은 자동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공채 절차냐”라는 조소가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대선 공약의 무리, 졸속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이다. 이를 강변으로 덮으려는 과잉충성심들이 더욱 큰 문제로 보이는 것이다.

대통령 말씀 한마디가 기준일수 있나


청와대 게시판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제 그만’이라는 글이 20만이 넘어섰다고 한다. 이래도 청와대가 억지 강변으로 사실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이 자회사 소속 보안검색원의 본사 정규직 전환은 고용상 평등권 침해 아니냐는 판단으로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노라고 들었다. 또 공사의 정규직 노조는 첫날부터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법적투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공정과 정의를 자랑해온 정권차원에서 대선 공약을 거의 성역시하여 무리와 과욕을 불사하는 것은 반드시 후유증을 몰고 오게 되어 있다. 우선 ‘비정규직의 제로화’ 약속이 무리였다고 본다. 아무리 노동계의 주장이 강력하다 해도 비정규직도 고용시장이 필요로 하는 수요이기에 제로화는 비현실이다. 선진 외국에도 있는 제도가 비정규직이다.

이를 정규직화 하는데도 공정한 절차와 기준이 적용돼야만 한다. ‘대통령 말씀’ 한마디가 기준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대선 공약 ‘탈원전’의 무리수가 넘쳐나고 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절차가 위법투성이로 지적된다.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지만 이런저런 정치적 꼼수 아래 아직껏 감사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원전운영이 기본, 본업인데도 7000억원의 보수비를 투입한 월성1호기를 자기 손으로 조기폐쇄한 형식을 꾸몄다.

이처럼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대선 공약의 성역화로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친노동 비정규직 제로화도 마찬가지로 ‘공약재해’로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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